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현우 Sep 13. 2023

1위 전쟁, 블리자드와 라이엇 게임즈 핵심 가치

'프로덕트 중심주의'와 '플레이어 중심주의' 비교하며 살펴보기

20세기 최고 경제경영의 그루는 잭 웰치다. 그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의 제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회장과 최고 경영자를 역임했다. 20세기가 저물고 20년이 지난 2020년 3월 1일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그는 GE(제너럴 일렉트릭)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늘 주장했다. “1, 2위를 다투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업은 고치거나, 팔거나, 폐업해야 한다.’ 이를 줄여 ‘일등주의'라고 한다.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 말한 ‘프랑크푸르트 선언’ 역시 ‘일등주의'로 함축할 수 있다. 신경영 선언까지 했지만 당시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사업부의 불량률이 11.8%까지 육박해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특별 서비스를 진행했다. 수거된 15만 대 휴대폰을 불도저로 뭉개고 화형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들이 모두 참석했으니 얼마나 좌불안석이었을까? 그러한 특단의 조치가 효과가 있었는지 삼성은 이건희 희장 체제에서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런 일등주의 경영 철학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산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1등’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 가장 많이 팔린 제품. 기술력이 가장 좋은 제품. UI/UX가 가장 좋은 제품. 소비자 사용 평가가 가장 높은 제품. 오늘날 1등 전쟁을 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가 있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 비즈니스 세계는 날마다 치열하게 1등 전쟁이 벌어진다. 가볍게 즐기는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게임 개발사가 어디내고 물으면 20년 전에는 “블리자드”, 지금은 “라이엇 게임즈”라 대답할 것이다. 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ent)는 1991년에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아이빈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하스스톤〉, 〈디아블로〉라는 명작들을 만든 게임 명가다. e스포츠를 탄생시킨 〈스타크래프트〉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국민 게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잠깐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생소한 이름이다. ‘LoL’은 어떤가? 우리말로 ‘롤’이라고 부르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들어봤을 것이다. 게임 자체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 ‘페이커’, e스포츠 ‘롤드컵’도 아마 들어봤을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회사다. 2006년 설립되어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전략적 팀 전투〉,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을 개발했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1등을, 〈발로란트〉는 톱 5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게임뿐이 아니다, 무너진 e스포츠를 부활시키고, 애니메이션〈아케인〉를 발표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밀어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을 넘어 문화가 되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에서 문화 발전소가 된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이 두 회사가 게임을 만드는 미션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블리자드는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프로덕트 포커스’라면, 라이엇 게임즈는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플레이어 포커스'다. 그래서인지 블리자드는 게임 하나하나가 명작의 반열에 올라있다. 반면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영화, e스포츠 등 플레이어가 즐길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도 진심이다. 


먼저 블리자드의 핵심 가치를 살펴보자.


1. 재미있는 게임이 우선이다.

2. 품질에 최선을 다하라.

3. 고객과 동료에게 서로를 존중하고 공정을 기하라.

4. 마음 깊은 곳의 덕심을 꺼내서 즐겨라.

5. 모든 고객과 동료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6. 글로벌 마인드로 일하라.

7.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젝트와 팀과 업계를 리드하라.

8. 배우고 성장하라.


1번 핵심 가치에 ‘재미있는 게임이 우선’이라고 떡하니 명시되어 있다.


이번에는 라이엇 게임즈 핵심 가치를 살펴보자.  


    1. 플레이어 경험이 최우선(Player Experience First) : 플레이어를 최우선으로 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철학은 보람차고 가장 오래가는 게임 경험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고 믿는다.  

2. 꿈은 원대하게(Dare to Dream) : 대담한 아이디어를 추구할 용기만 있다면 아무리 불가능한 꿈이라도 플레이어를 위해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3. 함께 이루는 성공(Thrive Together) :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투자할 뿐만 아니라 한 팀으로 성공할 때 더 강해진다고 믿는다.  

4. 뛰어날 실행력(Execute with Excellence) : 뛰어난 운영은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해줄 열쇠라고 믿는다.  

 5. 늘  배고프게, 늘 겸손하게(Stay Hungry, Stay Humble) : 서로에게서, 플레이어에게서, 세계에서 얻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믿는다.  


역시나 1번 핵심 가치에 ‘플레이어 경험이 최우선'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블리자드가 핵심 가치가 어떻게 동작했는지 〈디아블로 3〉 출시 일화를 하나 살펴보자.


“〈디아블로 3〉를 출시하기 직전 디렉터가 모여 최종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개발 완료 상황을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출시 일정을 정하면 되는 그런 회의였죠. 한창 회의를 진행하는데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진행을 막으며 “잠깐! 여기서 이 게임을 끝까지 다 해보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질문이 끝나자 회의장에는 침묵만 흘렀습니다. 손 드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다들 본인 업무에만 바빠서 끝까지 게임을 해보지 못했던 겁니다. 회의는 이대로 끝났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디렉터가 엔딩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출시하겠습니다.” 결국 출시도 잠정 연기되었죠. <디아블로 3>는 모든 디렉터가 엔딩을 보고 재미있다 할 때까지 몇 개월을 담금질되고 나서야 출시되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개발자로 살아남기》(박종천) 중에서


이 일화의 시점에 블리자드에 직원이 3천 명 정도였는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조합이었다. 스스로 만든 게임을 스스로 해보면서 재미가 있다면 분명 세계에서도 통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고 테스트해 출시했다. 게임 자체에 포커스한 것이다.


이번에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하며 과금 시스템에 대한 논의 일화를 하나 살펴보자.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렸다. 페이투윈 과금 시스템을 넣자는 의견이 있었다. 회의 중 누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페이투윈 과금 시스템은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돈으로 플레이어가 더 강력해지는 방식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어울리지 않았다. ‘플레이어 경험이 최우선’이므로, 게이머들이 불만을 가질 과금 요소는 적절하지 않았다.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은 아예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스킨 시스템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오진호) 중에서


2001년부터 부분 유료화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게임 세계를 강타했다. 쉽게 많이 많이 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P2W) 모델이다. 페이투윈은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품 완성도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라이엇 게임즈에 존재하는 합의된 미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이것은 플레이어 포커스에 부합하는가?”


이 질문은 라이엇 게임즈의 모든 의사 결정에서 강력한 기준이 된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 포커스한 것이다.


잭 웰치의 전성시대던 설비 시설 기반 시대에는 갑툭튀가 어려웠다. 더 많은 돈으로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톱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게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퍼블리싱된다. 그래서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하나만 대박 터지면 개발사가 톱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다(그런 면에서 잭 웰치가 주장하던 1등주의는 그와 함께 영면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톱클래스 반열에 오르기까지 무수한 피 땀 눈물이 있다. 그 한 번이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톱클래스 반열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 실력뿐만 아니라 운수 좋은 날이 겹치면 한 번쯤은 ‘One game wonder’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은 안 된다. 놀라운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려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해주어야 한다. 블리자드와 라이엇 게임즈 모두 한 번 이상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운이 아니라 실력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그 밑바탕에 두 회사의 핵심 가치가 있었은 자명하다.


블리자드 동남아 대표와 라이엇 게임즈 월드와이드 퍼블리싱 대표를 지낸 오진호 대표는 말한다.


“이쯤되면 ‘둘 중 무엇이 더 우월한 미션이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미션에서 우열을 가리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션 자체가 기업이나 제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미션을 누가 어떻게 충실히, 잘 이행했는지 그래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하고 나에게는 어떤 미션이 더 어울리는지 면밀히 고찰하는 것이 적절한 수순이다.”


그렇다 실행이 중요하다. 그리고 방향 즉 핵심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1위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게임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말이다. 지속적인 놀라움을 제공해 톱클래스를 유지하는 두 게임 회사의 미션에서 개인 더 나아가 팀과 조직의 성장을 도모하는 실마리를 찾아보기 바란다. 분야는 저마다 다르지만 1등 전쟁의 주인공으로 바로 여러분이 우뚝 설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참고도서


라이엇 게임즈의 플레이어 포커스를 엿볼 수 있는 책 :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블리자드의 프로덕트 포커스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책 : 《개발자로 살아남기》

 


작가의 이전글 인생 첫 코딩 언어를 고르는 기준 - 자바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