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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브라운 Sep 08. 2024

우리 가족, 첫 여행을 떠나다

#5 epilogue


4월에 다녀왔던 우리 가족의 첫 여행.

떠나던 소풍 가는 기분이라며 좋아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삼척에서의 날씨만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이번 여행.


바쁘다는 형들을 대신해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걱정을 했었다. 첫 여행이니만큼 이 식당은 리뷰처럼 맛이 있을까, 이 관광지는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정. 다행히 방문했던 식당들도 다 맛있었고 날씨는 흐렸지만 경치를 보러 갔던 곳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나도 기뻤고.


하지만 그새 훌쩍 나이를 드신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심장이 좋지 않으신 아빠, 왕년에 산을 그렇게도 잘 타시던 엄마가 언덕길을 오르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시간이 참 무심하게 지나버렸다.


2박 3일간 부모님과 함께 이동하면서 많은 얘길 나눴다. 요즘 보시는 주말 드라마는 재미있으신지, 교회는 잘 돌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많은 모임에 나가시는 아빠는 최근에 어딜 다녀오셨는지, 엄마의 하루는 어떤지. 두 분의 일상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내가 그간 두 분께 얼마나 무심했는지 새삼 죄송스러워졌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결같은 마음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비해 난 얼마나 두 분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걸까. 불효자가 따로 없다.


이동을 하다 어느 순간 차에서 곤히 잠드신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보며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두 분의 어렸을 적 모습을 상상해 봤다. 두 분에게도 꿈 많던 어린아이시절이 있었고 누구보다 빛나던 청춘의 시절이 있으셨겠지. 그땐 지금의 이 모습을 상상이나 하셨을까? 아들 셋을 키우며 일흔이 넘어서야 첫 가족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셨겠지. 두 분은 지금 많이 행복하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이 지금 내가 느끼는 만큼, 두 분께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여행이 끝나고


가족 여행이 있었던 봄이 지나고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도 이제 끝자락에 이르렀다. 지금 본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난리라 하셨다. 25층짜리 아파트의 11층에 사시는 부모님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계시는 중이며 택배도 집 앞까지 배송이 안돼 공사 전에 생필품들을 미리 잔뜩 주문해 드렸다. 공사는 9월 중순이나 되어야 끝날 예정인데 한 번씩 집 밖으로 나오시려면 얼마나 힘드실까. 그나마 날씨가 조금 풀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곧 추석이라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모인다.

작년 추석엔 부모님을 모시고 며느리, 손주들까지 모두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또 언제 형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이렇게 다녀올 수 있을까.

그래도 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하시는 마를 위해 추석엔 당일치기로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바람도 좀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와야겠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시간이 되는대로 부모님과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져야.


효도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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