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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Sep 30. 2021

내가 만든 옷,내가 만든 공간

장용혁 (스튜디오 보리네 호스트)

좋은 글을 읽으면 자연스레 저자가 궁금해지 듯, 엣지 있는 공간을 보면 그 공간의 주인이 무척 궁금해진다. 공간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감성, 센스, 취향을 차분히 살펴보다 보면 호스트를 만나기도 전에 팬이 된다.


보리네 스튜디오도 그랬다. 불과 올해 2월, 아워플레이스에 새로 등록된 이곳은 사진상으로만 보아도 그 매력이 대단했다. 이 장소를 만든 호스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을 잔뜩 안고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역시나 호스트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와 야성미가 넘치는 반전이 있었다. 어흥.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전에 다양한 일들을 했었어요. 10년간 게임 개발자였고, 제가 직접 만든 막걸리를 파는 bar도 운영했었어요. 제주도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한 적도 있는데 그때 아내를 만났어요. 저희 부부는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를 인생의 목표로 삼아, 지금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하고 싶은 일들을 늘려가고 있어요. 옷 가게를 운영하던 아내의 영향으로 작년 말에는 저만의 철학이 담긴 옷 브랜드도 론칭했답니다.



‘Pig Farmer’라는 워크웨어 브랜드인데요. 돼지 농장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질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뭐든 시작했다 하면 허투루 할 수 없는 성격이라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어요.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차리다


아내와 저, 둘 다 옷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촬영할 일이 정말 많은데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옷을 한 장소에서 촬영하는 것도, 나만의 브랜드를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도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만의 감성을 완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지금의 이곳이 탄생하게 된 거예요. 심지어 이 스튜디오는 반은 제 감성을 반영했고, 나머지 반은 아내의 취향대로 꾸몄어요. 그래서 오른쪽은 제가 좋아하는 포틀랜드 스타일이고 왼쪽은 아내가 동경하는 파리 스타일이에요. (웃음)



천천히 느리게, 오래된 것들의 미학


저희 부부가 워낙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고, 발품 팔아 물건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집은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가정집의 모습이라면 이 공간만큼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감성으로 꽉 채우고 싶었어요. 스튜디오 바닥의 목재부터, 주방 타일, 작은 소품 하나까지 공들여 고르고 어렵게 구했어요. 100년 이상 된 엔틱 난로와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 펜던트 조명도 애정이 많이 가지만,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물건은 벽에 걸려있는 태엽 시계예요.
저희 할아버지 댁에 60년 넘게 걸려있던 건데, 제가 졸라서 받아왔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것들로 스튜디오를 채워 나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아직도 진행 중이고요. 저희는 앞으로도 천천히 느리게, 모르는 것은 배우고, 겪어보지 않은 것은 차근차근 경험하면서 그렇게 살 예정입니다.



애정하는 것을 공유하는 삶


애정을 쏟고 시간을 들여 만든 이 공간을 저희만 쓰기 아까워서, 아워플레이스에 등록해 다른 분들에게도 공간을 대여해 주게 되었습니다. 내 브랜드를 위해, 나만의 감성을 담아 꾸민 공간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촬영마다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즐거워요. 저희가 만든 이 스튜디오에서 제 옷 브랜드뿐 아니라, 많은 브랜드들이 본인의 색을 잘 반영해 촬영을 하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에디터의 후기


인터뷰 내내 촉촉한 눈망울로 수줍게 말씀하시던 호스트님.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만 마스크를 내려달라는 부탁에 몹시 부끄러워하며 마스크를 벗으셨는데 그 안에는 야성미가 넘치는 턱수염이 숨겨져 있었다. 수염도 마음껏 기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배워가며 도전하는 지금의 삶이 무척 만족스럽다는 호스트님.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옷도 공간도 직접 만들어가는 그의 핸드메이드 삶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진정성을 가지고 만든 옷과 공간이 진짜 명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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