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이머시브 컨텐츠
어디선가 들은 말로 시작해 보자면 컨텐츠의 형태는 시대의 요청을 따라간다고 한다. 그림에서 사진이 되고 영화가 된 시대를 지나왔다면, 지금은 먹방을 보거나, 빗소리를 듣거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 ASMR 까지도 파급력 있는 컨텐츠가 됐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스토리 외에도 더 많은 감각으로 컨텐츠를 즐기고 싶은 우리의 요청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오감을 에워싸며 온전히 컨텐츠에 몰입하게 하는 것을 이머시브 컨텐츠라고 부르는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새로운 형태의 컨텐츠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때 먹방 컨텐츠가 붐을 이뤘다. 그때 우리는 크리에이터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우리가 대리만족을 느꼈다면, 이제는 맛있게 먹는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컨텐츠들이 생겼다. 탁! 하고 따지는 캔 음료의 소리부터 쏴아~ 하게 울리는 탄산음료의 경쾌함, 그리고 바삭한 튀김이 입안에서 씹히는 소리. 먹는 것과 관계된 모든 소리가 컨텐츠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단지 그 소리를 재미로 듣는 게 아니다. 나무 젓가락이 두 갈래로 나뉘는 소리에서부터 음식이 아삭아삭 씹혀 입안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느낀다. 그로 인해 마치 영화를 귀로 보는 듯한 자극과 힐링을 느낀다고 하니 이것은 분명 우리 귀의 진짜 캔디일지 모른다.
유튜브를 통해 불면증을 해소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린 아이처럼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아직은 먹방 ASMR 만큼 높은 구독자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유독 중독성 높은 컨텐츠로, 매니아들이 많아 조회수 대비 많은 댓글과 반응이 달리고 있다.
직접 지은 시와 소설부터 온라인에서 떠도는 화제의 이야기나 유명한 책의 내용을 들려줄 때도 있다. 특히 이쪽 부류 크리에이터들의 핵심 스킬은 목소리다. 이들은 장르와 캐릭터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하며 전문 성우 못지않게 몰입도를 선사한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을자? 라고 생각하지만, 한번 듣고 있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눈이 감기고 만다.
영화 <봄날은 간다> 유지태는 어느 시골에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했다. 거대한 붐 마이크를 들고 바람을 느끼는 모습. 하지만 이젠 조그만 녹음기나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녹음하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굳이 먼 자연을 찾지 않아도 아파트나 한옥, 주택이나 오피스에서 나는 소리들도 인기 있는 컨텐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집 앞 창 밖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나 주방에서 나는 백색 소음을 업로드 한 컨텐츠들이 수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보고 듣는 사람들이 힐링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집 어느 곳이든 컨텐츠가 될 수 있는 거다. 장비와 장소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 이머시브 컨텐츠가 대세인 지금, 평범해 보이는 우리 집에서부터 컨텐츠를 한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머시브 컨텐츠라면 그곳이 어디든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장소가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