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나는 본디 성격이 아주 급해서 무언가를 저지르고 나면 바로 결과가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한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진득하게 버티는 게 나는 좀 어려운 사람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일수록 일단은 먼저 시작을 하고 중간중간에 고쳐 쓰는 법이 있더라도 - 그래서 나는 속도전에서는 유리할지 모르나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좀 있다.
시간을 갖고 계획을 짜고, 고민을 하고 충분히 고쳐 쓰고 다시 보고, 이 많은 과정을 반복하고 모든 게 갖춰진 다음에 멋지게 출사표를 내던진데도 막상 맞다뜨린 현실의 바람은 아주 차디차다.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렇지만 그간의 노력이며 수많은 고민들, 하나의 목표만을 갖고 그저 버티는 것은 내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모두에게 처음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어설플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일을 일단 저지르고 살짝살짝 고쳐나가는 것도 나름 괜찮은 전략이라고 내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진득한 고민을 하지 말고 대강의 스케치만 머릿속에 그려지면 나는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이다.
급한 성격에, 나름의 자기 합리화로 나는 그렇게 늘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유튜브.
유튜버로 시작한 지 3달이 되었다.
유튜버를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지인들은 다들 입을 모아 유튜브는 시간 싸움일 텐데, 적어도 1-2년은 보람 없는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질도 좋아야겠지만 초보 유튜버에게는 그래도 꾸준한 업로드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콘텐츠의 양이 뒷받침돼야 된다는 생각에 나는 매주 한 개씩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단연, 한국 요리를 프랑스어로 소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고 영상 길이는 5분 이내로 작업해서 올리는 것으로 스스로 합의를 보았다.
카메라에 선다는 것은 (물론, 찍는 도구는 나의 핸드폰이므로)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허공에 대고 얘기를 계속한다는 것이 '이게 과연 소통이라는 도구가 될까'라고 처음에는 의문이 많았다. 어릴 적 편집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5분 분량의 비디오는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만 잘하면 어느 정도의 그림은 나왔다.
처음이기 때문에 너무 일을 한다는 느낌으로 세팅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화장끼 없는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어차피 얼굴로 승부를 볼 사람도 아니므로.
내용만 충실하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찾아와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찍고 편집하고 올리고, 찍고 편집하고 올리고.
그러다가 무슨 연유인지 나의 검색 알고리즘에 '유튜브 떡상하는 법', '하루아침에 조회수 xx 찍기', '구독자가 얼마가 되어야 (직장인) 일반 월급정도로 버나' 등 초보 유튜버인 내게 홀릴만한 주제가 떴다. 하나둘씩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숏폼 형태를 마케팅으로 잘 이용하고, 썸네일을 눈에 띄게 잘 꾸미며, 구독자를 오래 유지하려면 양과 질이 받침이 되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터질 때까지, 소위 알고리즘님의 간택을 받을 때까지 존나게 버티는 것.
(※ 존나게는 비록 비속어이지만 상황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없어서 썼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빵 터지는 수익을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지인들만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는 게 어떤 날은 허무하기도 했다. 일희 일비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매번 무너졌다.
JYP 박진영이 어느 유튜브에 나와서 '자기만 좋아하고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버린다'라고 말했다.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할 수도 없지만 남들이 같이 흥분하지 않고 자기만 (좋아서) 흥분하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히트하지 않은 음악은 콘서트에서도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나만 흥분하고 있는 상태인 건가.
가방을 만들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이라는 걸 시작해 보자고 나선 것은, 만들어 놓은 가방이 50개가 넘어서였다.
애지중지 만든 것들을 주변에 선물도 하고, 만들다 만들다 이제는 놓을 자리가 마땅찮아졌다.
무엇보다 이 제작이라는 것을 내 가방을 사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이나 또는 시장의 반응이나 그리고 일정한 수익 없이 마냥 앉아서 만들기만 할 수는 없는 일.
사업이라는 것은 유지를 하려면 꾸준한 영업의 판로가, 그리고 거기서 얻어지는 일정 수준의 수익이 뒷받침 되어야 했다.
홈페이지를 제작해 두었더니, 그다음은 SEO (검색 엔진 최적화) 소위 홈페이지를 검색 엔진 상위에 링크되도록 하는 일. 그리고 어마 무시한 SNS 마케팅의 여러 기술들을 잘 알아야 했다. SEO를 내가 해보겠다며 시작을 했는데, 이건 도통 무슨 말인지.
홈페이지만이 끝이 아니었다.
총에 총알을 장전은 해둔 셈인데 쏠 곳이 없다.
올리는 사진도 기깔나야 되고, 홈페이지도 끊임없이 관리해야 되고, SNS에 핫한 글귀와 사진으로 업로딩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돌아가는 트렌드도 빠삭하게 알아야 했다. 아침부터 홈페이지만 좀 수정하고 있자면 어느새 저녁이다. 이건 말이 사업이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1인 다역은 기본 옵션이었다. 그렇다고 누굴 고용해서 또는 외주의 힘을 빌리자니 내가 얼마나 버틸지 장담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무턱대고 큰돈을 먼저 쓸 수는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주문처럼 내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의 글귀를 대뇌이고,
홈페이지 조회수를 챙겨보고,
최근 검색 키워드를 찾아보고,
다른 SNS를 뒤져보고,
달력에 오늘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어두면,
이 반복된 빡빡한 일과를 해내고도 그 다음날 주문은 여전히 0개였다.
미국이며 중국이며 당신의 홈페이지를 떡상시켜 줄 수 있다는 메일을 족히 스무 통은 넘게 받았다.
내 홈페이지의 조회수의 상당수는 아마 SEO 전문가들일 것이다.
가장 내가 힘든 것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나 안 맞나를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내가 못하는 마냥 버. 티. 기인데 나는 얼마나 내가 가능한 걸까 자진해서 시험대에 올려 둔 셈이다.
내가 이렇게 나를 믿지 못하겠는데, 남이 나를 믿겠느냐.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해나가려면 버티기는 필수라, 곁다리 알바를 봄이 가기 전에는 알아봐야 할 거 같았다. 알바를 시작해서 매달 들어오는 달콤한 액수의 돈이, 마치 내가 직장을 다닐 때 월급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 것처럼 나를 그 자리에 주저 않게 하지는 않을까 한편 겁도 났다.
배우들이 꽃을 피우기까지 편의점 알바, 식당 설거지, 막일을 뛰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연기의 열정이나 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독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는 알바를 하면서 다시 매몰될까 봐, 어렵게 시작한 내 꿈을 놓게 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
그래서 반복되는 이 빡빡한 일상을 그만둘 수가 없다. 유튜브도 물론이고.
밥을 먹듯이, 잠을 자듯이 몸에 베이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놓고 차곡차곡 쌓아가지 않으면 모래성처럼 언젠가는 무너지기 때문에 내 것으로 만들어 두는 일이 가장 지금 필요한 일이다.
성공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성공하는 거라 했던가.
나만 좋아서 흥분하는 일이 결국에는 남이 찾아주지 않는 쓰레기로 남으면 어쩌냐.
그 말로를 내 눈으로 막 딱 뜨리면 나는 그다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도 나는 일상처럼 다시 되뇌인다.
'Tous les jours, a tous points de vue, je vais de mieux en mieux.'
(매일매일, 나는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더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