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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Jan 17. 2024

우리 잘 먹고 잘 삽시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과 힘

You are what you eat. Eat well.


언제부터인가 참 좋아진 말이다.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맛있는 것 좋아하고 중요한 날 값비싼 선물보다는 특별한 (맛있는 혹은 의미 있는) 음식 먹는 것이 좋다. 가족이든 손님이든 누군가 우리 집에 오면 부족한 실력이지만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이건 부모님이 물려주신 참 좋은 가치 중 하나다. 부모님도 과거에 말 그대로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우리 삼 남매를 키우실 때도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상 엄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기억난다. 아침마다 등교 전 엄마는 밥 먹고 가라며 잔소리를 하셨다. 그땐 밥 먹으라는 소리가 너무 싫었는데 엄마가 되어 보니 왜 그런지 알겠다. (엄마 미안...)


사실 하루 세끼 밥 챙겨 먹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음식을 준비해서 먹고 치우고를 세 번 반복하면 정말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누가 차려주는 밥 혹은 사 먹는 밥 떠먹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도 들고 돈도 든다. 하루 세 번씩 한 달이면 무려 90끼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한두 끼 못 먹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대충 냉동식품이나 간편식, 배달음식 등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도 없다. 뭘 먹든 내 자유지만 내가 선택해서 그렇게 먹는 한 끼 한 끼, 하루하루 먹는 것이 쌓여 내 몸이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쌓이면 그 효과가 커지는 법. 그래서 모든 끼니를 최고 먹을 수는 없어도 내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옵션으로 챙겨 먹으려 애쓴다.


우리 집도 보통 아침은 간단하게 빵이나 시리얼과 과일, 요거트 정도로 가볍게 먹고 한 끼는 면, 한 끼는 밥 정도로 챙겨 먹는다. 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비수기에는 주 4회 정도 집밥으로 먹는데 점심은 가볍게 면 종류나 샐러드, 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한다. 저녁은 아이들도 같이 먹어야 하고 요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려워서 주로 휘리릭 만들 수 있는 맵지 않은 메뉴가 주를 이룬다.


9월에서 12월은 내가 몸담고 있는 통번역 업계 "극성수기"인데 이 시기에 요리는 꿈같은 이야기다. 아이들은 반찬가게 반찬으로 챙겨주고 남편과 나는 각자 알아서 먹거나 간편식과 밀키트, 배달로 해결한다. (이 시기를 보내고 나면 나는 배달앱 브이브이아이피가 되어있다^^) 그래도 바쁠 땐 뭐라도 챙겨 먹으면 다행이다. 굶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바쁜 가을시즌을 보내고 비수기를 맞이한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챙겨 먹지 못했던 집밥을 해 먹으며 다시 부지런히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 이런저런 레시피를 저장해 두었다가 한 주간의 식단을 짜고 그에 맞게 장을 보고 매일 같이 요리를 한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해서 내가 운영하는 우리 집 주방에 "앨리스네실험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가능하면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에서 나는 원재료를 활용해 건강식으로 챙겨 먹으려 애쓴다. 아이들은 소시지, 베이컨, 햄버거, 만두, 치킨너겟, 돈가스 등을 너무 좋아하는 반면 시금치나 버섯, 호박나물 같은 반찬이 식탁에 놓여 있으면 별로 즐거워하지 않는다. (특히 큰아이는 어린이집 다니면서 편식이 심해져서 좋아하는 몇 가지 야채를 제외하고는 거의 손도 안대는 중...) 그래서 야채를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금치를 잘게 썰어 계란말이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나물류 조금에 고기 많이 넣어 비빔밥으로 내놓기도 한다. 뭐가 됐든 계속 내놓고 먹어보도록 하는 중이다. 싫어한다고 아예 식탁에서 올려놓지 않으면 아이는 자연의 맛을 경험하고 알게 되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기 때문. 그렇다고 우리 집에서 자연식, 건강식, 클린푸드만 먹는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정크 푸드도 즐긴다. 다이어트 중이라 해도 "치팅데이"라는 게 있지 않나. 외식도 하고 냉동식품도 먹는다. 아니, 사실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


여행 가서도 잘 먹어야 한다. 사실 전에는 여행지 단골 메뉴를 위주로 찾아다녔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가면 제주 흑돼지와 고기국수를 꼭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음식이라도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도 좋고 로컬 식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 현지화된 대중식 모두 환영이다. 또, 잘 먹는다는 게 무조건 비싼 것 먹자는 게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스트릿푸드까지 스펙트럼도 가격대도 종목도 다양하다.


뭐가 됐든 맛있게, 무엇보다 즐겁게 먹자. 음식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먹을 때 큰 행복이 있다. 그렇게 음식은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You are what you eat. #eatwell


어느 식당에서 발견한 매우 마음에 드는 이미지와 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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