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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Jan 30. 2024

엄마아빠는 방학이 없다

방학 맞이 풀타임 육아 & 두 아이 관찰 기록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된 통역 성수기 마무리와 동시에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었다. (만 5세, 2세인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다녀 보통 겨울방학은 12월 마지막주와 1월 첫째 주에 걸쳐 일주일 정도 된다.) 아이들 방학으로 주말 포함해서 약 보름 동안 풀타임으로 육아를 하다 보니 해가 바뀌었다. 아이들 방학이라 함은 곧 아이들이 기관에 가지 않는, 즉 집에 온종일 있다는 거다. 요즘은 긴급보육이라고 해서 불가피한 경우 방학기간에도 등원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름/겨울은 나도 남편도 비수기이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 아이들이랑 부대끼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기쁜 마음으로 방학기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과 종일 시간을 보내려면 계획이 필요하다. 적어도 활동이나 외출, 식사 정도의 계획. 우리 부부 스타일대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보았는데 우리도 아이들도 매우 만족스러운 겨울방학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종일 붙어 지내며 느낀 점과 두 아이 관찰일지를 공유해 본다.




상황극 & 역할놀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아이가 심심해하지 않을까 살짝 것 정했지만 아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서 논다.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


딸아이는 공주드레스에 푹 빠져서 온갖 드레스를 바꿔 입고 액세서리까지 매칭해 가며 공주놀이를 즐긴다. 최근에 결혼식 하객으로 다녀왔는데 신부가 입은 웨딩드레스와 면사포까지 흉내 낸다. (나보고 드레스와 면사포 정리해 주고 면사포 날려주라고 연출까지 해준다^^)


레릿고우 엘사 놀이


아들은 공룡을 가지고 놀고 공룡을 줄 세워 기차놀이도 하고 공룡으로 울타리도 만드는 것으로 모자라 본인이 공룡옷을 입고 공룡이 되었다. (이모의 맞춤선물 센스!) 딸아이는 공룡을 가지고 놀아도 꼭 꾸며주기 바쁘다. 머리끈으로 공룡 목걸이 해줄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다 정말.


공룡옷 입고 공룡과 함께 공룡놀이하는 둘째.


이 외에도 어린이집, 승무원, 카페, 엄마와 아기, 캠핑, 아이스크림가게, 시크릿쥬쥬, 캐치티니핑 등 역할도 상황 설정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캠핑놀이


작은아이가 누나 말을 곧잘 들으니 큰아이도 데리고 노는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배 부르고 기분 좋으면 둘이서 놀이방과 베란다를 오가며 한참을 논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소리 지르고 울기도 하지만) 사이좋은 예쁜 모습을 더 자주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블록 & 자석 놀이, 그림 그리기, 물감 놀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볼 수 있는 시간. 블록 쌓기를 넘어 동물원, 주차장, 공주가 사는 성 등 다양한 걸 만들어 상황극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의 모방심리와 창의력, 표현력에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란다. 자석으로 라푼젤을 만들더니 잠시 후 파마한 라푼젤이라며 보러 오라는 딸. 저 꼬불머리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라푼젤 >> 파마한 라푼젤

누나가 자석으로 만들기 하는 걸 보더니 작은아이도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자석을 떼었다 붙였다 하며 한참을 논다. 정말… 누나가 하는 건 무조건 따라 하고 보는구나 싶다.


아이가 그린 그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아이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색칠도 절대 단색으로 하는 법이 없는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지개색.  난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아이가 뭔가 그려달라고 하면 긴장부터 하게 되는데 그림 쉽게 그리기 튜토리얼 덕분에 아이에게 칭찬도 들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과자 따먹기 외 소소한 게임

과자 따먹기는 신체활동 하면서 과자 섭취량을 재미있게 컨트롤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나 싶다. 인원수대로 양파링 걸어놓고 남편이 진행, 난 중계 및 뒷정리 담당이다. 아이들은 목숨 걸고 양파링 먹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중간중간 휴식과 웃음을 위한 댄스타임 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규칙 설명 중

과자 따먹기 외에도 입바람으로 탁구공, 화장솜 달리기, 물통 알까기 등 집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것들로 해볼 수 있는 게임이 많다. 엄마아빠가 시범 보여준다며 남편이랑 대결하다 보면 숨어있던 승부욕에 한껏 망가지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모두가 배꼽 잡고 웃는 시간!



독서

다른 건 몰라도 책 읽어달라고 하는 건 웬만하면 다 읽어주는 편이다. 남편도 나도 동화구연을 할 정도의 에너지 레벨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아이들 책 읽어줄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까지 해가며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글밥 많은 책을 몇 권 읽고 나면 목이 아플 때도 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양 옆에 앉아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예쁘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읽어주고 싶다.


이제 한글을 제법 읽는 큰 아이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종종 연출된다. 아직 속도감 있게 읽지는 못해서 더듬더듬 읽는데도 누나가 읽어주는 내용을 열심히 듣는 작은아이.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책을 읽어주는 큰 아이. 세상 평화로운 광경이다.


평화로운 광경



디즈니 만화영화 관람

우리 집은 평소에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말 저녁에 20분 내외, 캠핑 갔을 때 90분짜리 긴 영상 등 특별한 날에만 허용한다. 신혼 때부터 일부러 집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았고 필요시 프로젝터 연결 또는 모니터 연결해서 시청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는 단 한 번도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방학을 맞이하여 칭찬스티커 모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디즈니 만화영화를 관람했다. 이번 방학 관람 영화는 "레이디와 트램프" 나도 책으로만 접히고 영상으로는 처음 보는 거라 재미있게 봤다. 영상이 올드하면서도 클래식한데 영어로 봐서 다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했다. 다음 영상을 위해 벌써 칭찬스티커 또 모으기 시작ㅋㅋ


추워서 바깥놀이를 거의 못했는데 실내에서 즐길만한 것을 찾아보다가 "박물관"을 테마로 잡았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파주 소재 박물관 세 곳을 가보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공룡박물관


아이들이 한창 공룡에 관심도 많고 좋아해서 가보았다. 필자도 만 6세 전후로 공룡을 정말 좋아해서 공룡 책을 공룡 가방에 넣어 가지고서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 코너 관람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만 5세, 2세에게 자연사박물관은 규모도 너무 크고 어려울 것 같아서 검색을 좀 해보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곳이 있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인데 아이들이 관람하기 딱 좋다. 크고 작은 공룡 모형도 있고 미디어도 적당히 활용했고 체험 형식으로 해볼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 그 어려운 공룡 이름을 잘도 외우는 두 아이들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어린이체험관


파주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공개형 수장고인데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박물관 전시도 있었지만 우리는 사실 어린이체험관에 가보려고 방문했다. (몰랐는데 어린이체험관이 2023년 12월에 새롭게 오픈했다고!) 수장고를 테마로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로 꾸며두었는데 전시 + 키즈카페 느낌이다. 아이들이 직접 이것저것 해보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나름 알찬 구성.


너희들이 보물이지


어린이체험관에서 1시간 신나게 놀고 바로 옆에 있는 놀이마루에서 디지털 팽이치기도 체험해 보았다. 원하면 테이블에 앉아서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


그냥 나오기 아쉬워서 박물관 전시까지 관람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아무튼 동물>이라는 제목으로 동물을 주제로 한 유물들을 수장고에 전시해 두었는데 별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소반'을 주제로 한 코너도 있었는데 내가 좋아라 하는 아이템이라 반갑고 재미있게 봤다.


수장고 구경 중
내가 좋아하는 소반, 그리고 너희들.


시설 깨끗하고 넓고 무엇보다 입장료도 주차도 모두 무료!


단, 박물관 내에서 물을 제외한 식음료 섭취가 일체 안된다. 관리 차원에서 그런 것이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는데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관람 및 체험 중에는 물론 음식 섭취 안 하는 게 맞지만 관람 후 중간에 간식타임을 가질 수 있게 별도의 공간을 작게라도 마련해 준다면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관람 후 박물관 앞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시간



인형박물관


여자아이들인 딸과 조카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일정에 끼워 넣었다. 역시나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인데 세계의 여러 인형을 전시해 놓았다. 관장님인지 관리자인지 모르겠지만 방문객이 우리 밖에 없어서인지 박물관을 둘러보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마리오네트'라는 이름의 기원과 종이인형의 역사, 걱정인형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보았다. 나도 몰랐던 인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 아이들도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며 제법이다 싶었다.


인형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인형만 있는 줄 알고 별 기대 안 했는데 2층으로 가니 작업실 같은 공간이 있었다. 클레이를 가지고 아이들은 자기만의 인형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인형과 문화에 대한 책과 동화책도 있어서 자유롭게 읽어볼 수도 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아이들의 멋진 작품





아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 방학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루 세끼 챙겨 먹고 중간중간 놀이와 활동하고 박물관 다녀오고 중간 중간 짬내서 일까지.. 하루를 정말 꽉 채워 보냈다. 아이들 에너지를 절대 따라갈 수 없지만 남편도 나도 나름 페이스 조절 해가며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방학 기간 재미있었다고, 맨날 방학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 (방학은 방학이어서 재미있고 소중한 거란다. 맨날 방학이면 재미없어^^;) 일 년 내내 이렇게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가끔 이렇게 진하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참 좋다. 다음 방학을 기약하며...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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