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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NPO지원센터 Oct 12. 2022

✍183화 ♥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

[인권]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야만의 세월을 되돌리는 한 걸음



게이라고 잡아가서 수사해도 되나요?





Q: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 대해 알고 있나요? 

✍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은 누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 게이 잡아가는 군대 : 2017년 3월, 군인권센터 아미콜 상담전화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내담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어요. '게이라고 잡아가서 수사해도 되나요?' 게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니? 당연히 안 될 일입니다. 한국 사회가 아무리 성소수자에게 차별적인 사회라지만 수사기관에 끌려가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어요. 차근차근 설명하며 내담자를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담자가 알고 있는 육군 소속의 성소수자 군인들이 여럿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어요. 부대로 대뜸 찾아가 아무 설명 없이 게이냐고 물어봐 멘탈을 흔든 뒤 핸드폰을 빼앗아 포렌식을 하고 동성 간 성관계 여부와 다른 게이 군인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방식은 공히 똑같았죠. 뿐만 아니라 “교제하면 반드시 성관계를 하냐?”, “민간인과도 잔 적이 있느냐?”, “음란동영상은 어떤 취향을 좋아하느냐?”와 같은 모욕적 질문을 하는가하면, “군에 큰 피해를 끼쳤는데 죄송하지 않냐?”, “군인으로서 동성애자들과 함께 한다는 게 좀 그런데 다시 잘 생각해봐라.”처럼 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해요.




Q: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품이 있다.


* 군인권센터, 야만적인 색출작업을 공론화하다 군인권센터가 사건을 인지한 후에도 색출 작업은 줄줄이 계속되었어요. 사태를 계속 지켜만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센터는 색출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아 2017. 4. 13.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상황을 공론화시켰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을 입수한 육군은 기자회견을 1시간 앞둔 시점에 색출 피해자 중 한 사람을 출장지까지 쫓아가 긴급체포했는데, 그가 바로 2017년 당시 ‘A대위’로 알려진 사람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육군은 아예 A대위를 구속시켜버렸어요.


* 이후 어떻게 운동이 펼쳐졌을까 : 육군의 이러한 무리수는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국방부 앞에서 매 주 ‘나도 잡아가라’는 제목의 촛불집회가 열렸어요. 매 주 2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사랑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국방부 주변을 행진했죠. 뿐만 아니라 4만 605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 A대위의 무죄 석방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성소수자 색출 중단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더해졌어요. 색출 피해자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시작된 법률지원기금 모금에는 한 달만에 무려 7,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모였어요.




Q: 그래서, 이 과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 이 운동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 그러나 다가온 고통의 시간은 길었어요. 대법원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장장 4년의 긴 세월 동안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기 때문이죠. 예비역 장교의 2심 진행을 맡은 서울북부지방법원도 덩달아 사건을 추정시켰고, 색출 피해자들이 제기한 추행죄 헌법소원을 쥐고 있던 헌법재판소 역시 요지부동이었어요. 그렇게 4년이 지난 2022년 4월, 색출 피해자들은 한 통의 통지서를 받아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는 통지서였죠. 그들은 대법원으로 향했고, 결과는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었어요. ‘무죄’. 그 두 글자에 자리에 함께한 피해자의 얼굴엔 웃음이 피었어요. 나중에 법정을 나서며 한 이야기지만 피해자는 대법관이 읽는 판결문에 너무 공감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서 ‘그 말이 내가 지난 몇 년간 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라고 소리를 치고 싶었다고 합니다. 





✋ 잠깐,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에 당신의 관심 한 줌이 필요해요.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만들어가야하는 과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대법원 무죄 판결, 남은 것은 추행죄 폐지 
:  아직 군형법 상 추행죄 이슈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니에요. 대법원의 판례 해석이 바뀌었을 뿐, 추행죄는 여전히 존치되고 있기 때문이죠. 근본적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을 폐지해야 해요.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과는 별개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률의 존재는 그 자체로 문제적이기 때문이죠. 사건에 대한 법률 해석 및 판단과 별개로 조속한 위헌 결정을 통해 인권침해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의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추행죄의 위헌성을 판단해주는 것과 별개로 입법기관인 국회 역시 추행죄를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19대 국회부터 추행죄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긴 하지만 혐오세력의 조직적 반대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폐기되거나, 타협에 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 끝은 또 다른 시작

이 사건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진 명백한 국가 폭력으로, 군형법 상 추행죄에 대한 폐지 논의와 동시에 추행죄로 인해 당사자들이 겪었던 피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반드시 뒤따라야 해요. 군형법 상 추행죄를 폐지하기 위한 긴 여정이 20년을 훌쩍 넘기고 있는 지금, 인권단체들의 오랜 노력, 무엇보다 이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견뎌낸 시간이 마침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만들어냈어요. 남은 것은 위헌적인 추행죄 폐지입니다. 이제 성소수자 군인이 겪어온 차별의 시대를 끝낼 때가 왔습니다. 사랑은 범죄가 될 수 없으니까요.



앞으로 우리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아요!

그럼 다시 또 만나요! 안녕!







※ 위 내용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변화사례 아카이브 내용을 축약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해당 글 더 자세히 보러 가기)

※ 2017년부터 모아 온 변화사례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변화사례 아카이브 보러가기)

※ 인스타그램에서도 더 다양한 변화사레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변화사례 아카이브 인스타그램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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