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
"응. 많이 기다렸죠?"
그 겨울, 그녀는 늦는 일이 많았다.
그녀가 어딜 다녀오는지 그리고 누구를 만나 함께 있다 오는지 서로 알고 있었기에, 그 지각에 대해 탓하거나 또 변명하는 일은 없었다.
만남의 인사는 늘 같은 말로 끝났다.
미안해요.
단지 늦은 것에 대해서만은 아닐 그 미안하다는 말을, 언젠가부터 그녀는 하지 않게 되었다. 미안함은 또 다른 미안함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언제나 그랬다. 그녀가 그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뒤에도 많이 미안해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고, 그렇게 많이 미안해할 만큼 내가 보다 굳은 인내심으로 꿋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되려 미안해졌다.
미안하다는 말이 사라지는 대신, 그녀가 나를 껴안고 있는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그녀는 종종 내 등 뒤로 와 점퍼 모자가 드리워졌던 자리에 얼굴을 대고 아무 말없이 오래도록 서 있고는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는 거다.
그거 알아요? 여기가 얼마나 따스한지... 꼭 기억해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당신에 대해 나만 아는 것들 중 하나라는 걸. 나만 맡을 수 있는 당신 체취, 그리고 나만이 따스함을 느끼는 곳...
그러면 나는 조용히 그녀의 포옹 아닌 포옹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말하지 못하는, 앞에 서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아직은요... 어쩌면 꽤 오래..."
그녀의 예상대로 그런 시간은 꽤 오래 지속되었고,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우리가 기대한 각자의 그 '자격'은 영영 가질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더 많은 미안함을 만들어 냈듯, 우리의 예상과 기대는 무수히 많은 오지 않을 시간들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때문에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녀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삼거리가 내다보이는 2층 카페에서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그리고 내 점퍼 모자 뒤편의 등이 정말 따스한지. 그렇게 가끔 궁금해지고는 하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지.
계절이 지나 추위가 찾아오고, 하얀 눈이 내리는 세상을 걸을 때마다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당신이어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