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의 방황
24살.
분명 맞긴 맞는데
어떨 땐 스무 살 같다가, 또 어떨 땐 열여덟 살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보이다가,
또 어떨 땐 아홉 살 때랑 똑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전학을 갔다.
아빠가 지방으로 직장을 옮기시면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전학이라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당시엔 어지간히 막막했나 보다.
멀쩡히 등교해서 멀쩡히 수업 듣다 뜬금없이 집에 돌아가기를 며칠이나 반복했다. 그것도 엉엉 울면서.
15년이나 지난 일이니 이유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새 공간에서 지내는 게 어색해서 그랬을 거다.
점심시간에 "편식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이 무서워 숟가락을 들고 곧장 집으로 간 적도 있다.
전학 후 며칠 동안은 엄마가 몇 번이나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그런 내가 다시 튀어나온 걸까.
인턴으로 일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그만 두기로 했다.
사실 첫 달부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3개월만 버티자. 그 다음엔 뭘 해도 좋아'라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다녔다. (계약 기간은 6개월이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할 땐 항상 남들보다 꽤 오래 걸린다. 이 곳에선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적응하고 나니 또 다른 스트레스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걸 지도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대로 콱, 어딜 다쳐서 입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게
그렇게 힘들게 이 회사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긴 초등학교가 아니고, 내가 집에 간다고 해도 엄마가 죄송해야 할 사람은 없으니까.
단 한 가지 어렸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뭘 하든, 집에서 뒹굴든 나가서 다른 일을 찾든 여행을 떠나든 내 맘이지만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 생각은 잊지 말아야지, 다짐 또 다짐.
-첫 인턴 생활을 그만 두기로 결심했던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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