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방법
아침 식사를 하면서 잠시 TV를 틀어두었다.
식사 중엔 그렇게 집중해서 보는 편이 아닌데, 내 귀에 딱 꽂히는 말이 있었다.
"서울에 사는 취업준비생 OOO입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평소에 너무나 많이 듣는 자기소개였다.
(TV에서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취업준비생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직업처럼 굳어져 버린 말.
우리는 흔히 대학 졸업 후(혹은 졸업 예정일 때) 취업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취업이 되기 전까지의 사람을 '취업준비생'이라고 표현한다.
직장을 가진 후에는 '어떤 일을 하는 누구'라고 소개를 하니, 취업준비생이라는 소개가 틀린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이유는 취업이 되지 않은 기간을 표현하는 단어가 생겨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가 가족들 중 유독 내 귀에만 거슬렸던 이유는 내가 지금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 하나로 "누가 나 힘든 것 좀 알아줘요."라고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왠지 나를 그렇게 소개하는 건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 '나의 성격' 같은 걸로 나를 소개하면 어떨까?
개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너를 표현해 봐."라고 말했을 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저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사실 그렇게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에요."라던지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라는 답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 바뀐다면
더 이상 자기소개서에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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