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노를 사용할 줄 안다. 매주 월요일 소속 축구팀에서 한달에 한번 A매치를 한다. 제법 묵직함이 있는 날이다.
지난달, 이 날에 몹시 큰 실책을 했다. 나는 우리팀 최전방 공격수인데 경기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되서 찾아온 완벽한 찬스를 하늘로 날려버렸다. 그게 나비효과가 되어서 우리팀은 참패를 당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끌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삼킬 수 있는데까지 삼키니 중심에 화력이 생겼다.
한달 동안 그 화력을 가지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거의 매일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20-30분씩 달렸다. 금요일은 경사로 15로 하고 인터벌로 20분씩 달렸다. 거기에 식단 조절에 박차를 가해서 1.5kg를 빼버렸다.
이번주 월요일이 A매치였다. 1골 1어시스트를 했다. 내가 봐도 우리팀에서 내가 제일 잘했고, 남들이 봐도 내가 제일 잘했다고 했다. 나는 분노를 사용할 줄 안다.
나는 복수를 할 줄 안다. 20대때, 얼짱 사진첩 춘추 전국시대였던 싸이월드 때부터 주구장창 글을 썼다. 아는 동생이 ‘형 제발 그런 글 좀 쓰지마, 너무 오그라들고 꼴 값 떠는 것 같아’라는 지금 들어도 타격감이 훌륭한 망언을 했다.
속에서 독이 올라왔다. 맘 같아서는 불꽃 싸대기를 때려도 부족했지만 꾹 참았다. 누를 수 있는데까지 누르니 중심에 독기가 생겼다.
그 이후로 더 열심히 썼다. 다이어리, 사진첩, 게시판을 온 통 글로 도배해버렸다. 그때 뿌린 씨앗들이 자라 마음에 숲을 만들어줘서 지금까지 20년간 쓸 수 있었다.
그 동생이 말한 꼴값이라는게 도대체 얼마인지 궁금해서 내가 만들고 싶었다. 현재 나는 ‘작가’라는 호칭을 얻었고, 책을 네권 썼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그 동생은 뭐하는지 모른다. 나는 복수를 할 줄 안다.
돌이켜 보면 내 삶에서 큰 변곡점을 만들어낸 중심에는 늘 분노가 있었다. 분노는 그야말로 화력이어서 변화를 가져다주고야 말았다. 분노는 사용법만 안다면 어떤 감정보다 훌륭한 파트너다.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 어떤 동기부여보다 더 성실한 힘을 제공해주었다. 방향설정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망가질 일 없이 더더욱 성장하게 만들어주었다. 복수는 나의 힘이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분노를 사용할 줄 안다. 나는 복수를 할 줄 안다. 이 두가지를 절묘하게 믹스한, 나의 최애 금요 웹툰 <펜홀더>에서 나온 마이클 조던의 말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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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 화난 것처럼 복수는 더럽게 아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