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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싸부 Oct 09. 2024

솔직히 요즘 돈독이 오른 것 같다 -



솔직히 요즘 돈독이 오른 것 같다. ‘돈독’이란 월요일마다 하는 독서토론의 이름이다. ‘돈’ 말고 ‘독’서 토론을 가지고 있는가의 준말이 되겠다. 


   몇 번의 독서토론으로 내공이 쌓여서 인지 타협하지 않을 규칙 한가지를 정했다. ‘책을 안 읽어 오면 모임에 참여하지 마세요’였다. 거창할리 없는 진작에 당연해야만 하는 규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배려 혹은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선을 긋지 못했다. 결과로 남겨진 것들을 보며 아쉬움을 감추긴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은 더 단호해지고 싶었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 얹었다. 무려 총 9개의 질문에 답하는 독서 토론지를 만들어서, 매꼭지마다 그것을 써오라는 요구였다. 그 정도는 해야지 내가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씹어 먹었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거기에 모임 하루 전에 제출하라는 데드라인 까지 정해버려서인지 모임방에는 썩 쓸만한 긴장감이 멤도는 것 같았다. 


독서토론 모임 사람들이 제출한 독서토론지


   고맙게도 ‘돈독원’들은 정성스럽게, 성실하게, 도전적으로 과제를 해내주셨다. 기특함에 그만 내가 자영업자라는 메타인지가 흐릿해져서 교습소 프린트를 통해서 모두의 과제를 출력해버렸다. 다 출력하니 무려 50장에 가까운 분량이었다. 다른 잉크들에 비해 키가 확 줄어들은 검정 잉크 잔량이 계속 눈에 밟혔다. 


   하지만 잉크를 상실한 여운은 한명 한명의 정성스러운 글을 보며 금세 채워졌다. 그래, 이거지, 이 맛에 독서토론 하는거지 라며 첫 시간의 기다림을 가속 시켰다. 연속되는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야간의 두통이 있었던지라, 두통약을 먹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15분도 지나지 않아서 머리가 맑아지다 못해 개운해졌다.


   좋은 책, 좋은 사람들, 충분한 사전 준비, 모임이 안 좋을 가능성은 애초에 거의 없었다. 소그룹으로 흩어져서 1시간 모임을 가졌는데, 출발할때는 한시간이요? 라고 하던 사람들이 돌아오니 한시간 짧아요를 외쳤다. 아마 이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으면 4시간은 거뜬히 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특별히 쓰고뱉다 출신(?)이 아닌데 독서토론을 신청하신 두분이 계셨다. (당연히 쓰고뱉다 출신 사람들만 신청해야 하는 모임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소그룹으로 묶어서 나눔을 했는데, 아무래도 내 배경에 기독교 신앙적 세계관이 깔리다보니 설명을 위해서 종교가 있냐고 물었다. 


   둘다 무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기독교이고, 목회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등장한 말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김정주 작가님이 종교인이라는 것, 목사인가 전도사인가는 알고 있었는데 이런 형태(?)의 존재라는건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제 생각과 너무 달라서요.”


   한창 올라온 돈독이 가라앉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삶에 또 하나의 기다려지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나를 행복으로 살아있게 만든다. 혹시 누군가 월요일에 나에게,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독서토론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겠다 -


돈독, 독서토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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