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지다움 Feb 02. 2022

쓰디쓴 과태료의 추억1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강사 20년 차, 생계형 학원장 10년 차,

그리고 어쩌다 작가 2년 차.


지난 글

https://brunch.co.kr/@sh7749/42



8. 쓰디쓴 과태료의 추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매해 12월이 되면 교육청이 주관한 학원장 연수가 진행된다. 

처음 학원을 오픈하기 위해선 교육청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함은 물론, 해마다 정해진 다양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학원장이 매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에는 아동학대 신고자 의무교육, 긴급 복지지원 신고 의무자 교육,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자 교육, 개인 정보보호 중점 자율 점검 교육, 직장 내 장애인식 교육, 성희록 예방 교육,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 안전 교육 등이 그것이다.) 교육청에서 연락이 오는 모든 교육을 수료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의 불이익을 받으니 꼬박꼬박 참여를 해야 한다.      


초창기 1인 원장에서 확장을 해가던 시절, 큰 과태료를 내며 곤란했던 적이 있다. 운영에 서투르고 수업 외에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않아서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 

’ 남들도 별 문제없는 거 같은데 나라고 뭐가 문제가 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던 거다.     

 

규모의 확장을 결심한 이후, 근처 한 부동산 사장님께 바로 옆 독서교실이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 하늘이 돕는 건가?‘ 나는 바로 그 교실을 인수하겠다고 한 후 실행에 옮겼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원의 확장 소식을 알리며 더욱 쾌적한 학습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렇게 무리 없이 확장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새 학기 첫날부터 출근할 선생님도 구했고, 더욱 넓어진 교실에서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할 준비는 완벽한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교육청에 미리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재오픈 준비에만 집중을 해왔다.     



-새 학기 첫날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한창 바쁜 오후 3시쯤, 갑자기 두 명의 남자가 대뜸 들어와 학원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수강이나 상담을 위해 찾은 분들은 분명 아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와서 나왔습니다.” 

“교육청, 민원이요? 무슨.... 잠시만요. 이쪽으로 오시죠.”

“아 네”

“누가 무슨 민원을 넣었다는 건지요?”

“누구인지는 민원인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릴 수 없고요, 접수가 들어와서 저희도 업무를 처리를 해야 해서요. 바쁘시겠지만 잠시 점검을 좀 하겠습니다.”     


당황스럽고 뭔가 부당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학원 허가증, 수강생 대장, 현금 출납부, 교습비 등 영수증 원부 등 학원 설립과 운영상 필요한 서류들을 찾아서 주었다. 서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큰 문제가 드러났다. 


하나는, 분명 인테리어 공사 전 미리 체크하고 확장을 했으나, 학원 허가 시 필요한 교실 면적 60제곱미터에서 0. 몇 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교실로만 사용되는 면적만 허가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학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교습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당일 첫 출근을 하게 된 선생님 아동 성범죄 이력 조회를 미처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채용 시 

이력 경력 확인만 마치고, 그 부분을 놓쳤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있는데, 지금 꼼짝없이 그런 상황이 되었다. 일주일 미만의 영업정지도 내려졌다. 그리고 조회와 신고가 안된 직원은 당장 내보내야 했다. 아찔했다.


이제 학원 허가면적이 부족하니 면적을 더 확보하는 공사를 추가로 하던지, 아니면 학원이 아닌 교습소로 유지해야 한다는 선택지가 남겨졌다. 정신이 없이 횡설수설하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원장님, 자진 납부를 빠르게 하면 과태료를 할인이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들은 퇴장을 하였다.          



다음 글


https://brunch.co.kr/@sh7749/44


매거진의 이전글 직원을 뽑는 나만의 기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