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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Feb 02.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원을 하는 이유

강사 20년 차, 생계형 학원장 10년 차,

그리고 어쩌다 작가 2년 차.


지난 글

https://brunch.co.kr/@sh7749/44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원을 하는 이유    


이야기를 쭉 적어내려 오며 생각했다.

난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     


처음 시작은 이 일이 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영어를 배웠던 방식이 아닌,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영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게 영어동화책 이었고, 그 재밌는 영어 동화책을 읽다보니 내가 더 빠져들게 되었다.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1년 내내 TV도 보지 않고 영어 동요와 동화책에만 빠져 살았으니. 그렇게 내 아이도 키우고, 옆집의 아이에게도 도움을 주던게 하나 둘 늘어나며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학원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2004년 쯤으로 기억. 노부영 강사 시절. 좌_수지큐지쌤>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해 '흘러온'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 재미와 의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게 즐겁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며 스스로 영어책을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단순히 ’뿌듯하다 ‘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그건... 좀... '감동적‘이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들이 계속 잘 크게 도와주고 싶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 봐 주고, 오랜 기간 동안 아이의 교육을 맡기는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늘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는 걸 주고 싶었다.


<지역 도서관에서 영어동화책 읽어주는 자원봉사 중>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학습 상담을 와서는 본 목적보다는, 사춘기가 온 아이들과의 관계 고민을 많이 하며 깊은 한숨을 쉬는 학부모님들이 점점 늘어났다.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조금 부끄럽지만 나의 경험을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책이 되었다.

 먼저 지나온 나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 그게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될 거란 믿음이 있었고,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하는 것보다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 학원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 모든 시간들이 내겐 재미 있었고, 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학원이라는 곳의 특성상 재미와 의미만 찾을 수는 없었다. 교육의 최종 목적지가 입시와 대학으로 귀결되는 여전한 현실에 아이들을 지도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영어독서를 지도하다가도 내신 대비 기간이 되면 모든 걸 접고 반복된 문제 풀이를 시키는 시간이 내겐 힘들었다. 아이들과 다양한 진로와 꿈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았다.


사실, 그런 이유로 책을 낸 이후 학원을 정리하고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려고도 했었다. 출간을 전 후 해, 학원장인 것을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남몰래 조금씩  주변 정리(?)를 하며 '조금 더 의미있는'일을 찾으며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간 나도 모르게 사교육은 공교육에 비해 떳떳하지 못한 교육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나를 가두고 있었나 보다. 그걸 벗어나는 길은 그게 최선이라고 여겼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영어학원의 본질에는 충실하되, 입시를 넘어선 진로 교육을 하면서 대학 입시 이후의 삶을 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심어주는 것으로 말이다. 그럼 굳이 사교육이라는 이유로 학원을 벗어날 필요는 없었던 거다.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고, 길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픈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 수입도 필요하다. 남편에게 의존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딘가 불편한 일이기에.


'조력전문가' 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새해 첫 날, 우연히 참석한 교육에서 단어 하나가 내 맘에 들어왔다. 그건 바로 ’ 조력 전문가‘. 타인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직업군을 통틀어서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교사 상담사 코치 등이 포함되는 용어라고. 평소 나를 표현하는 말로 ’ 선한 영향력의 오지라퍼‘라는 말을 사용했었는데, 뭔가 100프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적절한 단어를 발견한 것이다. '그래,바로 이거야!'


오늘도 부지런히 점을 찍고 돌아다니는 나, 이 점들이 어떤 모양의 선으로 연결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나의 미래를 위한 점찍기는 오늘도 to be continued!               




김선희 원장에서 김선희 작가로, 그리고 코치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5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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