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대화의 힘
하니의 연산 공부를 봐줄 때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연산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잘 풀 수 있는데!"
원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연산을 해야 하는 것이 싫은 하니가 한 마디를 꺼냈습니다. 덧셈과 뺄셈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을 굳이 반복하면서 매일 풀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지겹고 재미없는 연산 공부인데 매일 반복해서 하니 더 지겹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하니와 연산 공부의 방향성에 대해서 공유를 한 상태임에도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죠.
하니는 엄마, 아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니야, 엄마는 어렸을 때 연산 학습지를 했거든. 진짜 귀찮고 재미없고 하기 싫었어. 지금 하니처럼 말이지. 울면서 하기도 했어. 근데 이렇게 울면서 했던 연산 학습지 덕분에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수학 문제 풀 때 연산을 못해서 고생한 적은 없었어."
"휴... 그래도 연산 다 아는 건데 하려니까 싫긴 해요."
"학년 올라갔을 때 어려운 개념들 이용해서 기껏 문제를 풀었는데 연산에서 틀리면 진짜 억울하거든. 지금 열심히 연산 공부하는 게 큰 힘이 된다는 건 엄마가 보장할 수 있어!"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하니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엄마를 보면 연산을 왜 쉬지 않고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겠니?"
"글쎄요."
"엄마가 사실 연산을 안 한지 오래 됐거든. 하니 연산 봐주면서 느끼는 건데... 연산 문제 푸는 속도가 엄청 느려졌어. 연산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속도가 느려지게 되거든. 반대로 꾸준히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그래서 연산은 좀 지겹고 재미없어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긴 해."
"그러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계속 연산 공부를 해야 하나요?"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수학 개념도 더 어려워지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쉽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연산을 자연스럽게 하긴 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연산만 따로 떼서 공부할 시간 자체가 나오지 않을 거야. 그래서 지금 열심히 연산 공부를 하는 거지!"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듣는 하니에게 인간의 발달 단계와 특성을 고려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하니 나이대는 뇌 발달 속도가 빠르기도 해서 연산 연습하면 실력이 쑥쑥 늘어나기도 해! 엄마는 하니처럼 연산 연습을 해도 하니처럼 실력이 늘어나진 않거든. 나이가 들었으니까. 지금은 엄마가 더 빨리 연산을 하는 것 같아도 조금만 더 지나면 하니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걸! 지금처럼 하기 싫어도 꾸준히 공부하면 말이지!"
초등 수학에서 연산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산 공부가 가지는 특성상 아이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어렵습니다. 연산 공부가 중요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재미없는 연산을 재미있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연산 공부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은 대화를 통해 해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시점에 연산 공부와 관련된 학습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이에게 연산 공부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학습 대화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