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년 기념 발행 글
아기를 낳아 키우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인지 아이를 키우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선 아기가 애당초 다 큰 성인으로 뚜벅뚜벅 걸어 부모에게 오는 거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비록 아가일 때와 어린이, 청소년 때를 함께 하지 않아 아쉬울 수는 있어도 힘도 덜 들고 다 큰 성인의 모습으로 와도 그때부터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판타지 같던 그 생각일랑 잊어버리고 살다 결혼을 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배우자가 바로 그 아이가 아닐까?’
다 커서 만나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
그 아이는 처음엔 낯설고 어렵고 때론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 서서히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그 아이의 성장을 돕고 보살피고 실패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 진다.
그 아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그 아이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되어 어떠한 것도 결국은 사랑으로 감싸 안게 되는.. 소중하고 소중한, 성인이 되어 만난 나의 아이.
성인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나타나길 바랬던, 나를 닮은 나의 아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혼인 서약서가 생각난다.
저희 두 사람
신록이 푸르게 우거져 가는
여름의 길목에서
더없이 소중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설레었던 첫 만남의 우리를 기억합니다.
서툴고 투박했던 각자가
우리가 되어가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함께 즐거운 순간들을 할 수 있어 행복했고
함께 삶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나누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 가득한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들로 서로의 인생을
채우고 나누겠습니다.
맑은 날에는 함께 따뜻함을 느끼고
궂은날엔 단단히 서로 의지하며 살겠습니다.
우리가 마주할 모든 날에
서로를 소중히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응원하고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언제나 표현하겠습니다
지금 이 약속을 평생 기억하고
한결같이 서로를 사랑하고 위해줄 것을
서로에게 인생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을
평생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줄 것을
함께해주신 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서약합니다.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주어 서로를 잘 돌보고 잘 키우며 사는 것. 서로가 좋은 부모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어쩌면 부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