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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Feb 08. 2024

토크쇼를 좋아하세요…

요즘은 출근 준비를 하거나 퇴근 후 집안일을 할 때마다 짬짬이 무언가를 듣는다. 이동할 때 주로 음악을 들으니 집 안에서는 음악보다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졌다. 팟캐스트는 익숙하지 않고 라디오는 멀어진 지 오래돼서, '이야기'가 주(主)인 유튜브 채널을 즐겨본다. 정재형의 요정식탁, 이소라의 슈퍼마켙, 장도연의 살롱드립, 유재석 복지 콘텐츠 핑계고, 피식쇼 등이 있다. 대부분 별 생각이나 스트레스 없이 가볍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 채널들에는 유명인들, 특히 가수나 배우가 많이 출연하는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와는 별다를 거 없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로 의외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기도, 어떤 문제에 대해 또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인 것 같다.

토크쇼를 보다 보니 출연자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다른' 사람이라는 지점이 가장 흥미롭다. 그들끼리 서로 다른 것은 물론이고, 내가 알아왔던 이미지와도 다르다. 내가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한 연예인의 경우에는 그의 인터뷰가 인상 깊어서 50분짜리 영상을 세 번 돌려보기도 했다.


살면서 요즘만큼 인류애가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또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걸 보면 인간은 돌고 돌아 결국 같은 인간의 곁에 머물 수밖에 없구나 싶다. 그러니 도파민 중독자들을 노린 고자극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이처럼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텐츠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나는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해냈는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버텨냈는지, 지금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다 알 수 없고, 모두가 다 다른 사람이니 앞으로는 타인을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척만 하고 애쓰진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관성에 끌려다니는 척 마음대로 판단해버리는 게 더 간편하니까.


고작 표면에 드러난 것만으로 나는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판단(혹은 재단)했던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상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던 게 아닌가. 누가 나를 그런 식으로 판단해버리면 분명 치를 떨 거면서.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내가 다 안다는 경솔한 착각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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