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100℃> 리뷰
네이버 블로그를 보다가 10년 전에 썼던 도서 리뷰를 발견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절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글을 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소중한 글이다.
2014. 3. 25. 0:10
유난히도 연예계에서 큰 사건이나 스캔들이 터지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 정치계를 살펴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들을 연예계 가십과 스캔들로 가리려 하는 것이다. 수만 명이 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한다 해도 인터넷과 신문에서는 그 모습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언론은 조작당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그런 수들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기가 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연예계 가십과 스캔들에 주목하지 않고, 그것에 가려진 어두운 정치계의 모습을 파헤치려 한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도래한 시대의 참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쩌면 거꾸로 흐르는 역사를 항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사회는, 더불어 우리는 잠들어 있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는데도 사람들은 바쁜 생활에 치여 사느라,라는 핑계를 대가며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이것은 '무지'이며 스스로 거꾸로 흐르는 역사의 물결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듯, 모르는 것은 악이다. 이런 무지한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하여, 나아가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과 가치를 되새기고, 어떻게 그것을 지켜나가야 하는지 일깨우기 위하여 <100℃>라는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100℃>에서의 인물들은 모두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학창 시절 반공 웅변대회에서 상을 타고 스스로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영호는 대학생이 된 후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 후로 대학 선배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어렸을 적 자신의 어머니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잡혀가 싸늘한 주검으로 되어버린 것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이 운동권에 참여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빨갱이'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들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사정한다. 그러다 아들이 교도소에 잡혀 들어가고 여작가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는 극적으로 심리 변화를 겪고 민주화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의식적으로 변화를 겪는 입체적 인물로 나온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 이유는 작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설득을 하기보단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데 좀 더 많은 표본을 보여주려 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든 의도적이 아니든 정치적으로 무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해 무지하거나 안일했던 인물들이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정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며 나아가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가지기를 원한다. 더불어 민주주의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일깨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총학생회의 슬로건이었던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은 곧 이 만화의 제목이 왜 <100℃>인지 그 이유와 직결되어 있다. 열 걸음에 비해 한 걸음은 매우 작고 적다. 하지만 99℃에선 끓지 않던 물이 고작 1℃로 인해 끓는 것처럼 개개인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처럼 부당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관심을 가지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나 하나 때문에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1℃의 작은 한 걸음부터 내디뎌야 한다. 그 1℃는 99℃를 만나 세상을 끓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