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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 Sep 23. 2022

“파오차이, 그 말 부디 안 쓸 순 없을까?”

중국인 친구들과의 대화 중 겪는 일

파오차이(泡菜), 그 말 부디 안 쓸 순 없을까?


오랜만에 중국 친구 '지아오'와 합정에서 만났다. 연세대 2학년인 그는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 가량됐다. 함께 허궈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던 중, 다음 주에 그의 생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생일에 먹고 싶은 한국 음식 있어?"       


지아오는 음식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는  고개를 젓더니 파파고(papago) 어플을 열었다. 그리곤 뭔가를 적더니 번역된 단어를 보여줬다. '泡菜炒(파오차이차오판·김치 볶음밥)'.  하마터면 크게 따라 읽을  했다.  입으로 '파오차이' 단어를  밖으로 꺼내면    같았다.


몇 년 전 중국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도 식당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당시 유학생 친구가 이는 일본의 스시를 우리나라에서 '초밥'이란 우리식 단어로 바꿔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김치를 '자국 전통 음식'이라고 여기는 중국인들의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개인 의견이다)


현재는 '파오차이'란 표기도 바꿔야 한다. 2021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일부 개정해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아오에게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막막했다. 아직은 논쟁이 있는 파오차이란 단어를 섣불리 사용하지 말라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그에게 오해를   있으니 다른 한국 친구들에겐 '파오차이' 단어를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뿐이었다.  


중국인 모두가 '괴식'을 하는 건 아니야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종종 부딪칠 일이 있다. 대표적인 외교적 이슈로 거론되는 김치와 한복, 드라마 표절 등이다. 각 국가의 전통성에 대한 논쟁이다. 나와 내 중국 친구들의 경우 되도록 해당 소재에 관한 대화는 피하는 편이다. 서로의 언어가 완벽하지 못해 대화 도중 오해가 생길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인 이슈 외에도 부딪치는 소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편견이다. 나도 미디어에서 보고 들은 중국에 대한 이미지로 그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루는 다른 중국 친구 '모루'와 대화하던 중 '중국 먹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봤던 중국 크리에이터들은 전갈이나 애벌레, 바퀴벌레 등 여러 곤충들을 꼬치에 끼워 먹고 있었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에게 "중국인들은 비위가 좋은 편인거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루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 비위  좋아. 그리고 곤충  먹어. 중국인 모두가 그런 음식을 먹는  아니야." , 나는 내가  실수를 했다는  깨달았다. 나는 에게 비하의 의도가 없었다는  재차 설명하며 용서를 구했다.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은 이 뿐만 아니라, 시끄럽다거나 잘 씻지 않는 다는 편견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편견은 작은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봤다고 말하는 걸 뜻한다. 모루가 내게 화를 낸 일을 계기로 나 역시 '일반화 표현'을 삼가려 노력 중이다. 그들을, 또 내 친구들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끊임없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인식하기


국가적인 이슈나 편견으로 인해 무작정 ‘그 나라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우려했던 소재에 대해 싸우고 부딪칠 수 있다. 다만 내가 많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느낀 건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라는 것.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대화하면 맞춰갈 수 있고, 이해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같은 나라에서 20년 넘게 함께 살아도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데, 다른 나라에서 자라 온 우리라고 별 거 있을까. 


오늘도 우리는 부딪친다. 옷차림부터 식성, 가치관 등. 열 손가락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서로 서투른 언어로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그저 상대가 '다른 나라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나의 친구고, 또는 애인이였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이해'이자 '노력'이었다. 그러니 끊임없이 그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수 억명의 중국인들 중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니.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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