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없는 경제교육은 격차를 키운다
얼마 전, 국내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돌파했다. 많은 언론은 이 숫자의 상징성에 주목했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본질적인 사회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전 국민 투자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예금과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사회로 진입했다. 자산을 지키고, 늘리고, 관리하는 능력은 곧 생존의 기술이자 시민의 책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학교는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가?
지금의 교실에서는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배우고, 시장경제의 이론을 설명하는 데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 속 경제는 실제 삶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은 은행에 가본 적도, 카드 명세서를 읽어본 적도, 소득세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도 모른 채 졸업한다. 주식? 펀드? 암호화폐? 그런 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교실 밖에서 ‘카더라’식 지식으로 접하게 된다.
이러한 간극은 단순히 수업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격차, 기회의 격차, 자산의 격차로 이어지는 심각한 교육 격차의 문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층은 수많은 투자 플랫폼과 금융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지만, 그 이면의 위험과 책임을 이해할 기회는 거의 없다. 결국 ‘이론은 배웠지만, 실전은 배우지 못한’ 세대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온라인 사기’와 ‘메신저 금융 범죄’는 단지 범죄 사건이 아니라, 경제교육의 실패가 낳은 사회적 비용이기도 하다. 금융 리터러시가 낮은 상태에서 사회에 진입한 청년층이, 유혹과 사기의 경계에서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게다가 자산 증식의 출발선 자체가 가정 배경에 따라 갈라지고 있다. 부모가 경제지식이 풍부할수록, 자녀는 어릴 때부터 금융 상품을 접하고, 투자와 소비, 저축의 경험을 쌓는다.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경제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다. 이 차이는 결국 자산의 세습과 경제계층 고착화로 이어지며, 교육의 사회적 책무를 묻는 지점으로 연결된다.
진정한 경제교육은 단순히 숫자와 그래프, 경제 모델을 암기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살아가는 기술이며, 삶을 설계하는 도구다.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갔을 때, 최소한의 금융 지식과 자산 관리 능력 없이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에, 학교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 아래 세 가지 방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첫째, ‘이론 중심 교육’에서 ‘경험 기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는 손끝으로 배워야 한다. 단순히 교과서만이 아니라, 앱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가상의 용돈으로 모의 투자해보고, 가계부를 작성하며 소비를 계획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해내지만, 정작 금융 앱은 두려워한다. 복잡하다는 이유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그러나 그렇기에 더 일찍, 안전한 환경에서 체험하고 배워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과 협력한 ‘생활 밀착형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세무서, 지역 은행,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 중심의 경제교육을 학교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모의 납세, 간이 소득 신고 체험, 연금 수령 시뮬레이션 등 학생들이 현실의 시스템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가정 배경에 따른 금융교육 격차를 학교가 조정해야 한다.
누구는 일찍부터 주식 계좌를 갖고 있고, 누구는 가계부조차 써본 적 없다면, 학교가 기초 금융역량의 평등한 출발점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단순한 용돈 기입장을 넘어, 소비 계획, 저축 목표, 보험 가입, 장기 자산 설계까지 포함하는 심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자유학기제나 학교자율시간 등을 활용한 창의적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경제는 더 이상 선택 과목이 아니다. 삶을 살아내기 위한 필수 생존 역량이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단지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 위험을 감지하고 피할 줄 아는 감각, 그리고 타인을 고려하는 시민의식이다.
이제는 교과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 삶 안으로, 사회의 흐름 안으로, 경제교육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코스피 4000시대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하라는 시대의 메시지다. 학교는 더 이상 과거의 교과서를 반복할 시간이 없다. 현실을 가르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그 출발은 바로 교실 속 경제교육의 재탄생에 있다.
2025. 10. 28.(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경제교육 #금융교육 #학교경제교육 #실전경제교육 #청소년금융 #경제교과서 #코스피4000 #주식교육 #모의투자 #용돈관리 #청소년재테크 #금융문맹 #금융리터러시 #경제격차 #자산격차 #교육격차 #공교육개혁 #생활경제 #생활금융 #경제시뮬레이션 #투자교육 #학교수업개편 #미래교육 #교육칼럼 #브런치칼럼 #김대성교감 #별의별교육연구소 #청소년경제교육 #중등경제수업 #초등경제교육 #경제프로젝트 #자산관리교육 #경제교과개정 #금융범죄예방 #가상화폐교육 #디지털금융교육 #경제의식주교육 #경제시민교육 #금융감독원교육 #은행교육 #세무교육 #모의납세 #경제교사 #경제교육정책 #청소년소비습관 #경제생활기술 #투자위험이해 #금융기관협력 #경제교육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