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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Jun 25. 2020

위안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란 건...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라는 건 삶을 기쁘게 하는 일 중 하나이다.

고관절에 금이 가서 1년 반 정도 고생하던 언니가 수술을 결심한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였다. 2개월에 한 번씩 울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 김포공항 픽업부터 병원 ride, 그 외 일상은 모두 내 손이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 강하던 언니는 아기처럼 나에게 완전 의지하고 있었다.
병원에 데려다주고 차를 돌려 돌아가는 나를 보며 뭔가 기대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기에 피식~ 웃었던 적도 있었다. 사실 나는 내면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 볼 때 진짜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COVID-19로 인해 가족들은, 수술을 연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야기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라 강행하기로 하고 지난 일요일 입원을 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어제 7시 반 수술을 했다.
아침 6시, 집에서 출발해서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했다. 전신마취를 해본 경험에 의하면 혹시 못 깨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2시간 수술 후 마취가 깨는 2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무늬만 불교신자인데 이럴 때는 꼭 부처님을 찾는다. 4시간 내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는지~

4시간 동안 수술실 바로 옆 중환자실에서는 2번의 곡소리가 났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에 더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마취가 깨서 고통스러워하는 언니의 침대가 수술실 문밖으로 나왔다.
"고생했어. 이제 병실 가면 무통주사 놔줄 테니 조금만 더 참아."
내 말을 못 듣는 듯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짙은 신음, 평소 인내심 강한 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병실로 와서 안정을 찾고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인계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이다. 일찍 일어나는 내게 언니는 아침부터 톡을 보낸다. 상황 보고 및 아픔 호소~ 경험과 추측으로 나는 언니에게 위안의 말을 건넨다. 내가 마치 심판관처럼 언니는 내 말을 잘 믿는다. 앞으로 2주 정도 슬기로운 병원 생활을 끝낼 동안 나는 곁에서 언니를 안심시키는 위안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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