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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Sun Sep 23. 2023

첫 라운딩을 대하는 전략적 자세

머리 올리는 날

2019년 골프를 시작하였다. 단지, 언젠가 골프 칠 날이 있을 거란 막연한 판단에서였다. 그립을 잡는 것부터 퍼팅을 배우는데 3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라운딩 한번 나가보지 못하고 클럽을 집 한 구석에 모셔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올해 5월 골프를 다시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첫 라운딩 일정을 잡아두고 골프 레슨을 받았다. 레슨 시작 3주 후가 첫 라운딩이다.


레슨을 받은 적이 있으니 좀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맙소사!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조차 잊어버렸다. 당혹스러워서 연습장 등록 당일, 레슨을 바로 시작하였다. 3주 후가 첫 라운딩인데 마음이 초조해졌다. 일단 매일 2시간씩 연습을 할 것인데, 그것만으로 부족할 것은 분명하다. 라운딩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필드에서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골프 방송을 본 적도 없고 가족 중 골프를 치는 사람도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 난제를 어떻게 풀지 생각해 보았다.


1단계: SWOT분석

Strength - 학습이 빠르다. 운동 또한 잘 이해하고 따라 한다. 성실히 연습하면 라운딩 때 볼을 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Weakness - 골프 문화/매너/규칙을 모른다.

Opportunities - 동반자 중 나이가 제일 많다. 앞에서 대놓고 욕하진 않을 것이다. 멘탈 유지 가능.

Threats - 동반자 중 2명은 내가 머리를 올리는지를 모를 것 같다. 당일 알게 되면 속으로 욕할 것 같다.


2단계: 목적 설정

라운딩이 무엇인지 모르니 일단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인 목적 설정이 가능하다.

과거에 캐디를 했던 친구에게 전해 들은 골프 매너이다. 캐디가 머리 올리는 자가 포함된 팀을 맡으면 욕먹겠구나 생각을 먼저 한다. 홀이 밀리면 다른 캐디에게 한소리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디에게 팁을 주고 시작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첫 라운딩의 목표는 밀리지 않게 볼을 치는 것이다. 그리고 팁을 준비한다.

프로가 이야기해 준 골프 매너이다. 드라이브를 치기 전에 한 손에 티와 볼을 쥐고 준비 태세를 취해야 한다. 비기너는 진행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순서가 되었을 때 바로 드라이브를 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티잉 구역에서도 루틴을 지키되, 지체하지 않도록 한다.

프로와 전 캐디에게 들은 골프 매너 및 문화를 종합해 봤을 때, 첫 라운딩의 일차목적은 지체하지 않는 것이다.


3단계: 연습

골프 매너 중요하지만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일주일에 3번 레슨 받고 하루에 2시간씩 연습한다. 7번 아이언과 드라이버는 제대로 칠 수 있을 정도로 배우자.


4단계: 장비

기본기만 갖추도록 하자. 폼이 안 좋으면 예쁜 옷이 무색하다. 블랙 앤 화이트 칼라로 깔끔하게 입는다. 클럽세트, 골프화, 골프장갑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볼마커, 티 등 필수품을 구매한다. 


5단계: 시뮬레이션

라운딩 전 레슨에서 필드에 나갔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라운딩 시 착용할 골프웨어를 입고 실전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티 꽂기, 볼 치기 전 스윙 연습, 티 줍기 등 실전에서 당황하거나 어색하지 않도록 반복 연습한다. 퍼팅 시 마커 놓기, 볼 닦기 등 기본 룰을 익힌다.


이렇게 준비하고 첫 라운딩을 나섰다. 동반자를 따라 카트에 도착하자마자 캐디에게 머리 올리는 사람이라며 팁을 드렸다. 보통 팁의 2~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머리 올려주는 동반자가 팁을 주는 것이 보기 좋다고 들었으나, 내가 가장 연장자였고 멀리 올려주는 동반자도 비기너였기 때문에 내 선에서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다. 드라이버를 치기 전에는 볼과 티를 한 손에 꼭 쥐고 순서가 되면 바로 나갔다. 다행히 대부분 볼이 하늘로 떠서 떨어졌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는지 OB도 드물었다. 드라이버가 잘 나갈 때는 160m였고, 7번 아이언은 100m였다. 어프로치와 퍼팅을 배우지 못해 막판에 좀 헤맸으나, 다행히 밀리지는 않았다. 동반자들의 처음 걱정과 달리 즐겁게 볼을 쳤고 골프 매너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1년 뒤에는 많이 성장할 것 같으니 그때는 내기하면서 치자고 제안하였다. 라운딩 후 동반자들에게 감사해서 식사를 대접하였다. 




이렇게 첫 라운딩은 성공적이었다. 환희 그 자체였다. 스포츠에 진심을 다해 전략적이기는 처음이었다. 동반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보니 다소 어설픈 전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략이 먹혔다. 이러고 보니, 스포츠든 비즈니스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못할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싱글을 치기까지 어떤 전략을 세우면 좋을지 비기너로서 감히 목표를 세워본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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