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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한수 Sep 17. 2023

실패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는 굉장히 많은 실패를 해온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어릴 적 바둑을 이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공부하고 연습했지만 중요한 대회마다 늘 실수를 해서 승리를 놓친 적이 무수히 많다. 사람이란 게 잘 나가다가도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뭘 몰랐기 때문에 바둑을 계속할 수 있었다. 혹시 고스트바둑왕 이라는 만화를 아는가? 그 만화에 한국 바둑 대회장이 잠깐 나온다. 난 그 만화에 나오는 장소에서 늘 바둑을 두었었다. 바둑 프로가 되기 위한 어린 친구들이 모인 연구생들 중 1년에 단 9명만 프로가 될 수 있는 혹독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계속 바둑을 둔다. 그 아이들은 1년 내내 자체적으로 리그전을 하여 순위를 매기는데 당시 6학년이던 난 중간 수문장으로 불리었다. 당시 연구생이었던 인원이 100명(나중에는 120명으로 늘어났다)이었는데 1~10조까지 각 조당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방 한가운데 가림막을 기준으로 1~5조와 6~10조가 나뉘었다. 중간 수문장이던 나는 6조 지박령이었다. 상위 조로 올라가려면 리그에서 4등 안에 들어야 하는데 나는 5,6등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한 번만 이기면 올라가는 중요한 시합마다 늘 실수하고 졌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슬럼프를 어떤 특별한 계기로 벗어났을까?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그저 똑같이 공부하고 연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5조, 나아가서 2년 정도 후에는 1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는 1조에서도 아주 강한 실력자였지만 아깝게 프로 입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도 프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6조 수문장이던 시절 수많은 패배를 못 견디고 그만두었다면 그건 실패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만두지 않고 바둑을 계속했고 그 경험은 성공으로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장그래는 비록 프로가 되지 못했지만 그간 겪었던 수많은 패배의 경험을 회사생활과 삶에 녹여내며 멋진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실패한 경험은 없다. 그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그 사람의 몫일뿐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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