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반, 양치를 마치고 자리에 앉는다.
메신저를 끄고 이어폰을 낀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회의도 없고, 누구의 방해도 없고, 아무에게도 메세지 오지 않는 시간.
시뮬레이션 조건을 만들어 돌려놓고 자료를 정리한다.
시뮬레이션이 종료되면 결과를 확인하고 조건을 바꿔서 다시 돌린다.
두 번째 시뮬레이션이 도는 동안 다시 자료를 정리한다.
이렇게 시뮬레이션과 자료 작성을 2-Track으로 진행시킨다.
Priority가 낮은 시뮬레이션 조건을 짜놓기만 한다.
퇴근하기 전에 사용할 재료이다.
목표한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퇴근하기 20분 전, 2023년 업무리스트 엑셀에 세세하게 오늘 했던 일들과 참고자료를 적어둔다.
나만 볼 엑셀이기 때문에 솔직한 나의 감정과 디테일한 숫자를 모두 적어둔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간 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기에 꼭 적어둔다.
머그컵을 들고 휴게실로 가서 설거지를 한다.
휴지를 간단히 접고 머그컵을 뒤집어 휴지 위로 올려둔다.
Priority 낮은 시뮬레이션 조건을 Run 시켜 내일 아침에 확인할 생각을 한다.
아크릴판으로 키보드를 덮고 무선 마우스의 전원을 끄고 모니터를 끈다.
이 시간에도 건물에서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묘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웃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정류장까지 걸을 때면 나에게 가장 편한 사람에게 전화하고 싶어진다.
이제 퇴근했다고, 오늘은 별일 없었다고, 혹은 조금 힘들었다고, 서로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