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하지?”
하루에도 수십 번,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중요한 일이 산더미인데, 왜 이런 잡일에 시간을 뺏겨야 하지?"
"회의 일정 잡느라, 메일 정리하느라, 진짜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못했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 고민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통찰 하나가 있다. 바로 파레토 법칙, 흔히 '20:80 법칙'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어떤 시스템이든 상위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만든다는 이 원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적용된다.
자주 입는 옷은 전체 옷장의 20%, 자주 보는 사람은 인간관계의 20%, 자주 쓰는 앱도 스마트폰 속의 20% 정도일 뿐이다.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은 시간 역시 20%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요한 20%에 집중하라. 나머지 80%는 과감히 버려라."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효과적인 시간 관리와 성과 달성의 관점에서 보면, 핵심만 다루는 것이야말로 ‘일 잘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법칙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80%가 있어야 20%가 완성된다.”
사소하고 귀찮은 80%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결코 20%의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
중요한 기획을 앞두고 있다고 해보자. 논리 구조를 다듬고,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깔끔한 문장을 완성하려면 마음의 여유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메일 확인, 일정 조율, 관리 업무 등 온갖 사소한 일에 밀려 하루가 흘러가 버린다. 결국 20%의 고효율 업무는 시작조차 못한 채 끝나버린다.
이는 비단 업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인간관계, 건강, 가족, 취미, 심지어 연애까지—
우리는 늘 ‘진짜 중요한 것’보다 ‘덜 중요해 보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곤 한다. 처음에는 그게 불만이었다.
"왜 내가 이 일까지 해야 해?"
"이건 내 역할이 아닌데?"
"이건 외주 주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
이 80%의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20%의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감과 리듬이 생긴다는 사실을.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식당의 본질은 '맛'이다. 하지만 맛만 좋다고 식당이 잘 될까?
사장은 맛 외에도 고객 응대, 직원 관리, 위생 점검, 회계 등 수많은 80%의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
이 사소한 일들이 정리되어야만 비로소 요리 연구라는 20%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즉, 80이 무너지면 20도 설 자리를 잃는다.
이와 같은 관점은 경영·조직 성과 분야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고성과자들의 공통점으로 ‘핵심 업무 외에도 일상적인 작업에 성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단지 중요한 일만 고집하기보다,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80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80%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조건 참는 것도, 무조건 외주를 주는 것도 답은 아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나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다.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내 컨디션을 살피고, 어떤 일에 피로를 느끼는지 점검한다. 지루한 일을 통해 집중력의 한계, 기분의 흐름, 습관의 패턴을 관찰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꼼수’도 떠오르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20%의 질을 결정짓는 숨은 역량이 되는 것이다.결론은 이렇다.
80은 버려야 할 찌꺼기가 아니라, 20을 지탱하는 토대다.
사소하고 반복적이며 때론 귀찮은 그 일이,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의 진입로다.
모래를 뒤집지 않으면 진주도 얻을 수 없다.
결국 모든 핵심은, 기본에서부터 출발한다.
20에만 집착하지 말자. 80을 존중하자.
핵심을 빛나게 하는 건, 늘 주변부의 탄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