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새로 문을 여는 나하점은 당시 준쿠도 서점 중에서도 네 번째로 넓은 지점이었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고를 것도 없이 주문서에 내리 숫자만 넣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키나와 책 코너였다. 도면을 보면 2층 엘리베이터 앞쪽 서가는 모두 향토책 코너인데, 무려 50열이나 된다. 삿포로점만 해도 10 열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큰 향토책 코너를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단순히 오키나와 현의 역사와 문화에 한정해 책을 골라서는 턱도 없다 –p24-
준쿠도 지점 중 향토책 서가가 50 열도 넘는 지역은 오직 오키나와뿐이다. –p34-
오키나와 사람들의 오키나와 책 사랑 덕분에 향토책 코너 규모도 남다르다. –p35-
[출처]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효령출판)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서점인 준쿠도 서점은 이 책에 보면 2009년에 개점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2022년 12월이니 13년 이상이 되도록 아직도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어릴 적 내 고향인 전주의 중심에는 민중서점이 있었다. 친구를 만나는 약속 장소이기도 했던 그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다양한 책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에게 민중서관 사거리는 약속 장소로서 지역 서점으로서 풍요로운 곳이었다. 많은 지역 서점이 그랬듯이 민중서관도 세월과 경제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래도 내게는 아직도 민중서관 사거리는 민중서관 사거리이다.
준쿠도 서점은 오키나와 나하의 관광명소인 국제거리 인근에 있다. 즉, 땅값이 비쌀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있다. 규모도 꽤 크다. 넓은 건물을 지하부터 3층까지를 서점으로 쓰고 있고, 4층에는 다이소가 있다. 그 넓은 건물을 사용하기에 책이 한 층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책을 사는 사람이 점점 주는 요즘에 이런 서가를 4층이나 운영하고 있다니 것도 흔한 문구류나 책 외의 구성은 거의 없이 책으로만 운영하다니 직접 눈으로 보면서 이곳의 운영비나 인건비는 나오는 건지라는 걱정이 된다. 이 건물에 한 층만 서점으로 하고 여기저기 샵들을 입점시키면 이익은 더 날 텐데 이곳은 분명 경제논리로 돌아가는 곳이 아닌 곳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각 층을 둘러보니 역시나 평일 오후에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서점 직원들은 이리저리 책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직원도 꽤 많다. 이곳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응원의 몸짓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사서 나가야겠다. 읽지 못할 일본어책이지만 이 책으로 이곳을 오늘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