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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Jan 01. 2023

오키나와 책방 투어_우라라

얼굴 좀 보여줘

오키나와에서 책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었다. 망고, 산신, 빈가타처럼, 오키나와만의 특별한 풍토가 키운 하나의 특산물처럼 여겨졌다. 책도 살고 서점도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p.62-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우다 도모코, 효령출판,2015-


오키나와 헌책방인 우루루를 보기 위해 시장으로 갔지만 이틀 모두 가게가 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겨울 휴가를 간 것일까 궁금해진다. 시장통 안에 사리잡고 있는 서점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한데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키나와에서 책이 특별한 물건이 아니라 특산물이라는 저자의 말을 느껴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키나와를 여행책의 짱짱한 햇살은 커녕 있는 내내 구름만이 가득하였는데 오늘 처음 해가 떴다. 역시 해를 보니 기분이 좋다. 내일은 우루루가 열었으면 좋겠는데..


우루루는 유명한 국제거리 인근의 시장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온갖 오키나와 기념품과 음식이 가득한 곳에 정말 왠 책방이라 할 위치이다. 이 책이 나온 게 2015년이니 7년동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니 나에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우루루가 문을 열지 않고 해도 떴으니 바다로 가 볼 시간이다. 류보백화점 7층에서 1일권. 3일권 버스 티켓을 판다. 조금만 가도 금새 만원이 넘는 무시무시한 일본의 교통비를 덜어줄 수 있는 고마운 티켓이다. 책에는 3일권이 5,000엔이라 되어 있는데 겨울이라 할인하는 것인지 4,000엔에 샀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고자이마쓰밖에 모르는 데 버스는 잘 탈 수 있을까 싶지만 도전해보기로 한다. 뭐 스페인어는 했나.

책에서 알려준대로 120번 버스를 타고 서해안을 따라 쭉 올라가서 중부에서 오늘밤은 보내기로 급 결정하고 버스에 오른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옆으로 바다가 보인다. 아주 쨍한 날씨는 아니라 에메랄드빛은 아니지만 그간 날씨에 비하면 이 정도면 감사하다.


첫번째 목적지는 아메리칸빌리지. 다행히 잘 내렸다! 이 곳은 아직도 미공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말 그대로 작은 미국 마을이다. 대부분 쇼핑몰로 가득하지만 시원한 바다 풍경과 미국 바닷가 베이를 연상케하는 곳이다. 흐린 나하에만 있다가 바닷바람을 맞으니 숨이 트인다. 역시 바다는 좋다! 휴양지라 대부분 가족단위. 특히 어린이 동반 가족이 많다.


바다가 잘 보이는 피자집에 자리잡고 런치세트를 시키니 엄청 큰 화덕피자가 나온다. 바닷바람에 화덕피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남으면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고 써 있었는데 가져갈 것은 없었다!

여유로운 베이 산책을 마치고 다시 120번을 타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간다.


다음 목적지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유명해졌다는 만좌모. 분명 괜찮아 사랑이야를 재밌게 봤는데 만좌모가 나왔다는게 기억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입구까지 걷는데 걸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 하다. 길가에 아예 걷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다들 티코처럼 생긴 귀여운 차를 타고 다니는 게 일상인가보다.

외로운 뚜벅이가 되어 드디어 만좌모 입구 도착. 100엔을 내고 들어간 이곳은 코끼리 코를 닮은 바위가 멀리 보이고 포토존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자리잡고 자릿세 장사하는 게 좀 그렇지만 관광지가 다 그렇기는 하지. 사진 한장 남기고 섭지코지의 백만분의일 미니어처 같은 길을 돌아 나온다. 이곳에서 기억에 남는 건 100엔짜리 도나츠! 달지도 않고 진심 맛있다.

도나츠를 맛나게 먹으며 다시 혼자인 길을 내려온다. 내려올때도 길가에는 아무도 없다.


중부 도시 나고에서 오늘은 1박 하기로 하고 부킹닷컴에서 우무산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다시 버스로 이동. 나하보다 한산해보이는 나고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걸어서 십오분. 선선한 바닷내음이 나는 공기, 사람없는 거리, 한적하니 좋다.


제주와 아주 느낌이 비슷한 곳이다. 게스트하우스도 동네 안쪽 가정집으로 편안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 오늘 밤은 시골집에 온 느낌으로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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