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환락의 도시라는명성을 느끼게 끔 하는 프리몬트거리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해 이곳에 오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카지노도 방문해보고 프리몬트거리도 걸어본다.
그런데 내 취향과 맞지 않아서인지 냄새와 큰 음악소리, 시원한 그물 엉덩이 언니와 근육남 웃통 남자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네가 뭐 했다고 가 연신 속으로만 외쳐지는 미국의 불손한 팁문화와 맛없는 음식 대비 비싼 물가.
다운타운의 시끄러운 음악과 한껏 들뜬 관광객, 화려한 네온사인을 벗어나 십 분을 걸으니 사람들이 거주하고 삶을 살아가는 곳이 나온다. 파인애플이 마당에 있는듯한 예쁜 집을 지나서 코너에 있는 writer's block이 보인다. 건조한 외부 간판에 미국식 베스트바이의 건조한 감성이리라 생각하고 갔는데 의외의 장소이다,
디테일한 큐레이션과 데코레이션에 서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장까지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예쁜 표지디자인이 섞여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철학, 사회학, 에세이, 역사, 호러, SF, 영어덜트, 해외문학까지 작은 서점이지만 꽤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다. 특히 장소 어느 곳 하나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듯 정성 들인 인테리어와 전체적인 콘셉트, 큐레이션의 어우러짐이 멋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점, 커피숍과 함께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워크숍, 고전, 그래픽노블, 셰익스피어, 여성 작가 작품 등 다양한 주제의 북클럽도 운영하며 지역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젊은 주인장의 정신이 보이는 듯한 프로그램이 있는 서점이다.
마침 방문한 오후 네시를 지나서는 북샵 옆에 위치한 워크숍 공간에 곧 북클럽이 열리는 시간이라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헬로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책방 입구에 위치한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보헤미안, 히피 느낌 가득하게 혼자 앉아있는 사람, 아침부터 자리 잡고 공부하는 듯한 학생, 동네 친구들. 이들의 소리와 조용하게 깔려있는 재즈, 커피 가는 소리가 섞여 듣기 좋은 백색소음을 만든다.
글루텐프리의 시나몬슈거쿠키와 따뜻한 라테로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을 맛으로 다시 느껴본다. 서점은 역시 따뜻하면서도 밖과 다른 공기와 향으로 순간 공간 이동을 경험케 하는 곳이며 지역의 작은 문화 공유의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경험하며 든든한 마음으로 이 서점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