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행복하실 거예요?
잊고 있었던 책이 오늘 아침 배송되었다.
드라마가 싫어서가 아니라, 드라마가 좋아서 잘 보지 않는다. 한 번 보면 내 시간과 마음을 빼앗아가니 말이다. 남는 것은 보이지 않고, 잃은 것만 보이니 말이다. '1화' 재생 버튼 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아내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오늘 받은 책 <우리들의 블루스>다.
첫인상.
단편 드라마의 연속 같기도 하고.
주인공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조연으로 바뀌고.
초호화 캐스팅으로 모든 걸 다 잡으려고 한건가?
시기 가득한 불편함으로 시작했다.
불편함은 사라지고 시기만 남았다.
어떻게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다.
이병헌이 좋은 사람에게도,
김우빈이 좋은 사람에게도,
차승원이 좋은 사람에게도.
내가 보고 싶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상황만 보여주지 않는다.
보기 싫은 사람도 봐야 하고, 불편한 상황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가 된다.
잔잔하지만 정곡을 찌르고,
연기가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인다.
그래서 진짜 웃기고 진짜 슬프고, 그렇다.
노희경 작가는 '대본집'에 사인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다.
"당신은 언제 행복하실 거예요? 저는 지금 당장 행복하려구요."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연출하면서, 지금 당장 행복하라고 말한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인생을 보여주면서, 행복하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언제부턴가 주인공 두 사람에게 집중된 이야기가 재미없어졌다. 실제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다. 출연진 누구도 객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 문제의식이 이야기의 처음 출발이었다."
우리는 주인공에게 집중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더 화려하고 그럴 듯 해 보여서일까? 내가 누리지 못하는 걸 누리고 있어서일까? 그렇게 욕하면서도 시간 맞춰 쳐다보고 있다. '나도 언젠간...' 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드라마가 끝나면 현실이다. 내가 보인다. 비교가 된다. 재미가 없다.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니까. 객일 뿐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내가 나를 객으로 보는게 차라리 나은 거다. 지금의 내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내 인생이 불행한 거다.
노희경 작가는 이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거 같다.
"당신이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야. 당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어!"
드라마는 어느 한 사람의 완전한 행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들 인생과 똑같이, 별 대수롭지 않는 여운을 남길 뿐이다. 우리가 웃고 울었던 그 드라마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보잘 것 없는 내 인생도, 드라마 같은 인생이라고.
그들만의 블루스가 아니라, 우리들의 블루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