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Jan 16. 2024

아이와 런던 여행(3)

미술관, 박물관, 맛집, 커피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대영 박물관이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가지 않았습니다. 이전 여행 때 대영 박물관을 가기도 했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보고 싶은 작품은 이곳보다는 다른 미술관에 많았어요. 대충 그림을 보고 많은 미술관을 가는 것보다는 한 두 곳이라도 여유 있게 작품을 오랫동안 차분하게 감상하는 것을 선호해요.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고, 캐럴송이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입장은 무료입니다. 예약을 하고 갈 수도 있는데요, 저는 당일 바로 찾아갔고,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빨리 들어갈 수 있었어요. 아이와 둘이 손을 잡고 바로 반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는 43번 방으로 갔습니다. 방대한 규모의 작품을 다 볼 수 없고, 또한 아이와 함께 있다면 더욱 그렇게 때문에 가장 중요한, 가장 보고 싶은 작품부터 우선수위를 두고 차례로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안내 직원분께 아이는 직접 해바라기 그림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게 했고, 친절하게 알려주신 안내원의 가이드에 따라 43번 방을 찾으러 아이는 앞장섰어요. 이렇게 아이에게 미션을 주면 미술관 관람이 더욱 재미있고, 쉬워집니다. 그토록 찾던 방을 찾은 순간, 작품을 만나는 순간의 희열은 아이에게 큰 기쁨이 됩니다. 사람들은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매우 많이 몰려들었어요.


해바라기는 전 세계 각국에 7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런던 내셔널 갤러이에 있지요. 이 해바라기는 반고흐가 죽기 2년 전에 아를에서 정신 치료를 하고 있을 당시에 그린 그림이에요. 작품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희망이에요. 정확히는 희망과 우정이죠. 이처럼 반고흐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밝고 강렬한 노란색을 써가며 남프랑스의 따뜻한 햇살 속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아쉽게도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2년 후 숨을 거뒀지만요. 그런 희망의 해바라기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의 2024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스케치북과 연필, 색연필을 꺼내서 의자에 앉아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잘 보이지 않을 때면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완성한 해바라기. 옆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한국인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었어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어요. 해바라기 양 옆으로는 그 유명한 <고흐의 의자>와 <삼나무가 있는 밀밭>이 있어요. 좋아하는 그림이라서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봤어요. 의자에서는 반고흐의 쓸쓸함이 밀밭에서는 높게 솟은 삼나무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해바라기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작품은 조르주 쇠라의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입니다. 아스니에르는 프랑스에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점묘법으로 유명한 쇠라의 작품도 만나고, 그 옆에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이 있습니다. 이 방에 유명한 작품이 대거 몰려 있네요. 솔직히 다른 작품은 보지 못했어요. 이날 따라 아이가 해바라기 그림을 다 그린 뒤, 빨리 나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죠. 보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그림을 볼 수는 없기에 그럼 잠시 기념품 샵에 가자고 했어요. 기념품 샵에서 그림책을 살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사 줄 테니 골라보라고 했어요. 쭉 살펴보더니 그림 그리는 법에 대한 책을 골라왔어요.



그러는 동안 저도 책을 살펴보고 제 마음을 끄는 책을 한 권 발견했어요. <How art can change your life> 제목이 강렬하게 제게 다가왔어요. 살펴보니, 작품을 설명하고, 그 작품이 가진 감정에 대해,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화가의 인생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고요. 저는 파리에 살면서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힘들 때면 그림을 찾았고, 그림을 통해 제 감정을 살펴보는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얼마큼 그림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공감했어요. 그래서 책을 구매하기로 했어요.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은 지난번 여행 때 갔었지만 또 한 번 더 보기로 했어요. 그때는 아이가 만 2살 정도여서 유모차에 태워서 신랑이 보라 하고 저만 혼자 조용히 봤다면, 이번에는 만 7살인 아이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다녔어요.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다 보니 사실상 혼자 감상할 때보다는 진도가 안 나가요. 아이 취향에 맞춰야 하고, 아이 속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정말로 혼자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고 싶으시면, 아이와 따로 다녀야 해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아이의 그림 여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욕심 내지 않고 아이의 욕구를 존중하고 맞추기로 했어요. 내가 보고 싶은 그림보다는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그림을 함께 보는 것.


각 층마다 복도에 아이들이 디지털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5년 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간 새롭게 생겼나 봐요. 아이들은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려요. 완성된 그림은 전광판에 바로 뜨고 확인할 수 있어요. 자신의 그림이 순간 멋진 작품이 되어 갤러리에 걸리는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것을 이메일로 전송해서 티셔츠에 입혀서 판매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이런 부분은 파리보다 조금 더 발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욱 좋아하게 되고, 부모님들도 곁에서 쉴 수 있고. 테이트 모던도 모두에게 무료 개방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아이 손을 잡고 언제든지 이곳을 드나들 수 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바로 바흐의 악보가 그려진 그림이었어요. 녹색으로 가득 칠한 바탕에 검은색 음표가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줄을 쳐 놓은 곳 안에 사람이 앉아 있었어요. 첼로를 품은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순간 이게 뭐지? 사람과 첼로도 함께 작품이구나. 퍼포먼스인가? 이것이 바로 파격적인 행위 예술인가? 싶었어요. 1분 정도 있더니 그 남자분께서 그림에 그려진 바흐 악보대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순간 너무 놀라고, 너무 황홀했어요. 이런 것은 또 난생처음 봤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음악이 결합된 예술의 순간. 한참을 바라보고, 듣고, 느꼈어요. 아이는 의자에 앉아서 감상했어요. 갤러리에 울려 퍼지는 바흐의 첼로 선율... 정말이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테이트 모던 현대 미술관은 정말 방대한 작품으로 가득한데 아쉽게도 아이가 빨리 나가고 싶어 해서 많이는 보지 못하고 나왔어요. 루이뷔통 재단에서 만났던 미셀의 작품을 여기서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렇게 아쉽게 테이트 모던을 뒤로한 채 나왔어요.



사치 갤러리

첼시 동네에 있는 사치 갤러리. 이 미술관을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어릴 적에 우디 앨런 감독의 <매치 포인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스칼렛 요한슨이 꽤나 매력적으로 나온다. 강렬한 스토리로 인상에 강하게 남은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사치 갤러리가 나온다. 그래서 런던에 가면 꼭 한번 이곳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첼시라는 동네를 지나갔는데 중심지 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롭고 분위기가 사뭇 달랐어요. 고급진 느낌... 사치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혼자 그림을 감상하니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신랑이 혼자 서 서 그림을 감상하는 저를 사진 찍어주기도 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무료입장이며, 상설 전시는 고정된 것이 아닌 그때그때 좀 바뀌는 것 같아요. 신진 현대 작가들도 발굴하며... 하얀색 갤러리, 깔끔한 디스플레이, 아주 현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그런 아담한 미술관이에요. 다녀와서 다시 매치 포인트 속 배경을 찾아봤어요.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은 아이가 있다면 꼭 같이 가볼 것을 추천합니다. 큰 공룡 모형이 있고, 입구에서 뜨거운 태양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해 놓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이것을 타고 올라가면 태양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규모가 커서 지도를 들고 꼼꼼히 체크하며 관람해야 하는데요, 시간이 많다면 다 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없다면 꼭 보고 싶은 것을 위주로 먼저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파리 과학관 보다 시설 면에서라던지 교육적인 접근 방식이라던지 더 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진에 대한 설명이 있는 곳은 실제 일본 지진이 일어났던 마트를 설치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어요. 마트에 들어가니 땅이 움직이고, 물건이 흔들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화석에 대해, 용암에 대해, 곤충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 놓았어요.


곳곳에는 엄마 아빠와 손잡고 온 아이들도 보였고,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온 학생 무리도 보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무료로 양질의 교육 자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문화의 힘, 교육의 힘, 선진국의 힘인 것 같습니다.



과학 박물관

그 옆에 과학 박물관이 있어요. 이곳도 무료입니다. 다양한 직업에 대해 설명한 공간이 있습니다.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을 해 놨어요. 아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스크린을 살펴봅니다. 수술실 및 수술 도구도 진열해 놨습니다. 약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게 디지털로 약을 조제하는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방송국에서 음향 감독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공기도 쾌적하고, 다니기도 좋았습니다. 시설이 잘 되어 있고, 무료라서 이곳 런던 시민들은 아이와 함께 부담 없이 과학관을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오기도 했고, 젊은 연인이 데이트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건전하고 교육적인 데이트군요.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그러고 나서 저녁을 먹는 데이트 일정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아이는 직업 체험을 신나게 했고, 저희 모자가 과학관에 있는 동안 신랑은 지인을 만나러 2시간가량 따로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이렇게 해외여행 중에 부모가 다 함께 같이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한 명이 안전하게 실내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개인적인 일(지인 만나기, 쇼핑하기, 혼자 천천히 보고 싶은 곳 가기 등)을 하면 효율적입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에는 모든 시간을 가족이 다 함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습니다.


저는 아이와 내셔날 갤러리에서 그림을 충분히 보지 못해서 다음날 혼자 내셔널 갤러리에 혼자 가서 천천히 여유 있게 제가 보고 싶은 그림을 다시 감상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와 신랑은 장난감 가게도 가고, 차이나타운에 가서 중국 간식도 사 먹고요. 그렇게 아빠 또는 엄마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서로에게 큰 추억이 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서 자칫 서로에게 날카로워질 수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개인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에는 너무 욕심을 내거나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안 되는 것은 버리고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으면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맛집

Pizza express

도착해서 처음 들어간 식당. 해리포터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는 리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 프렌치, 이태리,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잘 정리되어 갖춰져 있었어요. 첫 끼로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싶었으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추워서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바로 보이는 대로 들어갔어요. 비를 맞으니 감기 기운도 올라오고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 싶었으나 찾는데 시간 걸리고, 아이가 잘 먹는 것을 우선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피자로 정했어요.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어요. 사람들로 많았어요. 이전에 홍콩에 살 때 지인과 함께 어느 쇼핑몰에 있는 피자 익스프레스에서 먹었던 기억이 났어요. 피자 두 판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얇고 토핑이 많지 않았어요.


Poppies

피시 앤 칩스 전문점. 신랑이 여행 가기 전부터 피시 앤 칩스 맛집을 열심히 검색했어요. 엄청나게 리스트업을 했었는데 그중에 한 곳. 70~80년대 분위기가 나는 식당.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많았고, 닭요리를 추가로 시켰어요. 닭고기도 그저 그랬고, 생각보다 피시 앤 칩스가 맛있지는 않았어요. 감자튀김도 보통이었고요. 서비스 차지가 붙어 나왔어요. 가격은 큰 사이즈 22.95파운드. 이 정도 양과 퀄리티에 이 가격은 좀 세다 싶었어요.

Wasabi 

초밥 전문점 고추냉이가 생가보다 눈에 많이 띕니다. 호텔 근처에 있어서 들어오는 길에 초밥을 사서 먹었어요. 역시 한국인 입맛에는 아시아 음식이 맞는 것 같아요. 가격도 좋고, 서비스 차지도 안 붙고, 호텔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맥도널드

각 도시마다 여행을 할 때 맥도널드 해피밀을 꼭 한번 먹습니다. 장난감이 함께 나오는데 각 나라마다 도시마다 특색이 있더라고요. 마치 스타벅스 도시별 컵을 모으는 것처럼요. 아니나 다를까 패딩턴 인형이 나왔어요. 패딩턴을 볼 때마다 2023년 겨울 런던 여행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 아이가 해외 음식을 잘 못 먹을 경우, 맥도널드에 한번 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Four season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 요리점. littel four season과 함께 나란히 있는데, 줄이 장난 아니게 길었습니다. 이런 줄은 또 오랜만이네요. 대부분 예약 없이 그냥 오나 봅니다. 그래도 자리가 적은 편은 아니라서 줄이 생각보다 금방 빠지더라고요. 이렇게 줄 서서 먹을 정도로 맛이 있나 큰 기대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지하로 안내를 하더니 창문하나 없는 갑갑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중화요리를 먹고 있었어요. 일단 맛집이니 식사 환경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변에는 거의 중국 사람들이었어요. 옆에는 여학생 4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중국인이었습니다. 다른 테이블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가족 식사를 하러 온 것 같아 보였어요. 홍콩 사람인지 광둥어를 사용하네요. 간간히 중국인과 백인 남녀 커플이 있고요. 남자가 중국인 여성이 백인이었어요. 배가 무척 고팠고, 이날은 가족의 특별한 기념일이기도 해서 먹고 싶은 것 다 시키기로 했어요.


새우 완탕면, 베이징카오야, 튀긴 돼지고기, 볶음밥, 마파두부덮밥, 탕수육 등등 이것저것 푸짐하게 시켰어요. 맛있었어요. 맛집입니다. 배가 고팠던 탓도 있고, 기본적으로 한국인이면 중국 요리를 대부분 좋아하기 때문에 실패할 일은 없어요. 한번 더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서비스 차지를 꼭 내야 하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화를 내다 시피해서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중국 식당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Golden Union

피시 앤 칩스 전문점. 빨간색 불빛이 식당 분위기를 한층 업 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일반 1개, 베지테리언 피시 앤 칩스 1개 주문했습니다. 베지테리언도 생각보다 맛있네요. 서비스 차지 당연히 내라고 해서 냈어요. 아무래도 영국 하면 피시 앤 칩스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고, 비싸도 한 번쯤 사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가격이면 프랑스에서 대구 사서 내가 직접 생선을 튀겨서 먹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ITSU, DAGE

일본 음식 체인점과 중국 음식 체인점. 서비스 차지를 계속 내다보니 돈이 아까워서 나중에서는 일본, 중국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서 호텔에서 먹었습니다. 발 뻗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먹으니 좋더라고요. 괜히 그 번잡한 식당에서 두꺼운 외투 꾸깃꾸깃 접어 넣으며 먹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인은 아시아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니 테이크 아웃해서 매콤하고 얼큰한 면요리, 국물요리, 밥 종류를 먹는 것도 좋습니다.


MMmayfair

성당을 식당으로 개조한 특이한 곳입니다. 성당의 분위기는 그대로 있고, 가운데 의자를 다 빼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사람들이 식사를 해요. 2층 복도에도 식당이 들어서 있고, 푸드 코트처럼 해놨어요.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판매합니다. 셀프서비스이고요, 피자와 볼로네즈 파스타를 시켜서 먹었어요. 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는 이곳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텀블러를 사용해서 물을 마시네요. 플라스틱 물통을 보였다고 직원에게 제지당했어요. 친환경을 추구하는 런던 곳곳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환겨에 앞장서는 런던. 칭찬해요.


제단 앞에는 와인바, 맥주바가 있어요. 신성한 종교적인 공간에 술집이라니. 제단 양쪽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구나 싶었어요. 예수님과 종교화와 함께 펍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이곳은 푸드 코트 형식이라서 서비스 차지를 받지 않습니다.


Rosa's

태국 음식 전문점. 치킨 볶음밥을 시켜 먹었어요.


KFC

개인적으로 KFC 보고 놀랬어요. 솔직히 프랑스는 KFC가 그렇게 맛있지 않아요. 나라마다 맛과 양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영국은 영미권이라 그런지 몰라도 닭 크기도 크고 양도 많고 맛도 훨씬 있었어요. 물론 한국 KFC는 정말 맛있죠. 그래서 한국에서 먹다가 영국 것 먹으며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프랑스에 있다가 영국에서 먹으니 훨씬 맛있었습니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재미있는 것을 관찰했어요. 옆에 중국 여자 유학생이 혼자 치킨을 뜯고 있는데 친구와 위챗으로 계속 문자도 보내고 음성도 보내고 하는 거예요. 룸메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내용을 친구에게 막 퍼붓는데 한 손으로 핸드폰 하고 다른 한 손으로 치킨 뜯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데 부모님 유학비를 가지고 이렇게 영국에서 유학을 하는구나. 그런데 룸메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구나. 20대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 대학생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저도 기숙사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귀한 유학비를 가지고 이곳에서 공부할 텐데 학업에 충실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테이블 곳곳에는 인도계 사람들도 많았어요. 이번 런던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인도, 중국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에요. 영국이 인도 식민지가 되어 가는 것일까... 차이나 타운의 확장세에 밀리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대영제국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커피

Monmouth

런던에 10년 넘게 산 지인이 가면 Monmouth 커피점에 꼭 가라고 했어요. 아침에 발견하고는 바로 들어갔어요. 플랫 화이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먹었는데 플랫 화이트가 정말 맛있네요. 커피에 나름 자부심이 강하고 철학을 가진 그런 곳이네요. 아이는 주스와 크루아상을 한 개 시켜줬는데 맛있다네요. 빵의 나라에서 왔더니 이곳 런던은 빵 가격이 무시무시했어요. 파리에서 크루아상은 1.2~5유로 정도 하는데, 런던에서는 3.5파운드, 유로로 환산하면 거의 4유로에 달했어요.


Black Sheep Coffee

플랫 화이트를 마셨는데 엄청 맛있어요. 작은 컵이라 양은 적었지만 맛은 일품. 어디를 가나 플랫 화이트는 대부분 3.8파운드 정도 했어요.


Water House 

여기서도 플랫 화이트. 맛은 다 비슷하네요. 맛있습니다.


Prêt-a-Manger

5년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프레따멍제 프렌치 간편식 체인점이 정말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정말로 한집 건너 있을 정도로 많았어요. 인기 비결이 뭔가 보니,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겠어요. 프랑스 빵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샌드위치 한 개에 5파운드 정도로 그리 비싸지 않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익히 보던 브랜드가 아이와 함께 길을 가다가 쁘레따멍제를 먼저 본 사람이 먼저 말하는 게임을 하기로 했어요. 아이와 여행을 할 때 꿀팁! 자주 등장하는 식당 또 커피 브랜드를 하나 정해서 길을 걷다가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는 엄마 아빠를 이기기 위해 길을 걸을 때 주변을 자세히 쳐다봅니다. 그러다 보면 다리가 아픈 것도 잊게 되지요.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아이는 이내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 댈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미션을 이렇게 던져주는 것이지요. 여기서 또 팁. 내가 먼저 찾았지만 일부러 못 본 척 넘어갑니다. 그럼 아이가 먼저 찾았다고 기뻐해요. 부모를 자꾸 이기니까 신이 나서 더욱 찾으려고 하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어요.




끝으로,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한 다는 것은 아이가 다른 세상을 보고, 더 큰 생각을 하며, 한 뼘 더 성장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여행 중에 서로가 평소 나누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더 가까워지고,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며, 소중한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요.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기 보다는 세상을 직접 걸어 다니며 스스로 탐색하는 시간… 학원비 및 과외비 등 사교육비 대신 그 돈으로 아이와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저희 가족은 이번 런던 여행을 통해 런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서로가 더욱 협력하는 단합력도 키우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안정감과 사랑을 느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굳이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도 좋으니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보세요. 아이와 더욱 가까워지는, 내 아이를 더욱 잘 알아가는 그런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런던 여행(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