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국 의료 대란 및 의대 증원 이슈를 보면서
요즘 한국에서는 의료 대란이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정부와 의사와의 팽팽한 대립,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국민들...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럼 프랑스는 현재 의료 환경 및 시스템이 어떤지, 이곳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프랑스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서 의사 수를 확대하고 있는지, 의대 정원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 한번 다같이 알아보겠습니다.
1. 프랑스에서도 현재 한국처럼 의대 쏠림 현상이 있을까요?
의대 쏠림 현상 없는 프랑스
저는 프랑스에 살면서 EBS 글로벌 리포터로 활동한 바 있는데요, 교육 공무원, 교장 선생님, 그랑제꼴 학생 등 다양한 교육 관계자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교육 관련해서 취재하고 뉴스 기사를 작성하면서, 프랑스의 육아 및 교육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프랑스와 한국의 교육 시스템 및 사회적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의대를 희망하는 한국과는 달리 이곳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프랑스의 최고 명문대로 알려진 에꼴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는 세계 최고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공과 전문 대학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은 과학기술자, 연구자, 엔지니어가 되고자 합니다. 그랑제꼴(Grandes écoles)에 가서 경영 경제를 공부해서 금융업계로 가기도 하고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정치 대학에 진학해서 정치인이 되기도 하고요.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학생은 의학에 소명을 가지거나 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갑니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적 지위가 있고 수입도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처럼 공부 잘하면 의대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경험담] 친한 엄마 중에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현재 금융업계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엄마가 있음. 고등학생 당시 같은 반 공부 잘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과학기술자, 연구자 등을 희망했다고 함. 의사 된 친구는 1명
* 파리에 대표적인 명문 공립 고등학교가 두 곳이 있는데 앙리 4세 고등학교와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
여기에는 의사라는 직업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의사라고 하면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도 이곳은 덜 한 편입니다. 즉, 프랑스는 의사가 부의 상징이 아니며, 의사들은 특권 의식도 크게 없습니다. 시민들도 의사들을 특권 계층이라고 여기지도 않구요.
여기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의료 시스템 차이도 한 몫 합니다. 프랑스는 병원 및 의료 시스템이 공공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한 편입니다. 의료는 경쟁하는 업종이 아닙니다. 게다가 의료 환경이 열악한 편이며, 국공립 의사 보수도 대단히 높지는 않는 편입니다. 물론 개인 병원 및 민간 병원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국가건강보험 체계도 한국과 다소 다릅니다.
[경험담] 프랑스에 오시면 한국과 달리 의료 관련 광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은 지하철 및 버스 등 의료 관련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여긴 그런 게 없어요. 의료 관련 광고를 못하도록 국가에서 법적으로 금지해 놨습니다. 그 이유는 의료 서비스를 공공재 및 평등이란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민간 의료 시설이 과도한 경쟁을 못하도록 합니다.
바칼로레아
프랑스에는 한국의 대입수능시험과 같은 바칼로레아가 있습니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시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한국만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 어느 정도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은 무난히 입학하는 편입니다.
의대는 모두 공립대학 이며 사립은 없습니다. 학비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의대 입학하는 것이 한국 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단, 졸업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1학년에서 2학년 진급 시험이 PASS 와 LAS 가 있습니다. 진급률은 약 25% 입니다. 이는 과거 의대 정원을 강력히 제한했을 때의 10% 에 비해서는 증가한 수치이지만, 4명 중 1명은 의대 2학년에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합니다.
의대에 뜻이 있는 사람, 의학 공부를 10여 년 간 진득하게 성실하게 할 자신이 있는 사람만 남습니다. 3, 4학년 때 그만 두고 다른 전공으로 바꾸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그랑제꼴은 공립과 사립이 모두 있습니다.
학원 없는 프랑스
이곳은 학원 문화가 없습니다. 사교육이 심하지 않으며 초등학생들은 프랑스어 및 수학 외에는 주로 예체능을 많이 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고, 그림도 많이 그리죠. 어릴적에는 많이 뛰어 놀고, 여행을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릴적부터 아이들이 과도한 학업량에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들은 사교육에 돈을 많이 투자하고, 의대 쏠림 현상 등으로 교육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악순환입니다.
[경험담]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교육을 시키지 않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부촌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육열이 높은 동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운동을 많이 하며, 따로 선행을 한다거나 공부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합니다. 유치원에서는 뛰어 놀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영어 유치원 보내는 경우도 없습니다. 모국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기를 바라며, 특정 직업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2. 과거 프랑스에서는 의사 증원한 사례가 있었을까요? 어떤 쟁점이 있었고 어떻게 해소됐나요?
마크롱 대통령 2018년 건강 계획 발표
2018년 9월 18일, 마크롱 대통령은 5개년 건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명, <Ma Santé 2022>라고 불리는데요, 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Numerus Clausus 제도 폐지. 이 제도는 의대생 정원을 강력히 제한하는 제도인데요, 이를 폐지함으로써 더 많은 의대생을 선발해서 의사 수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둘째, 의료 보조 인력 확충. 여기서 의료 보조 인력이란 간호사, 간병인, 물리치료사, 조산사와 같은 전문 의료 보조 인력을 말합니다. 4,000명에서 10,000명까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셋째, 의료 사막(의사가 없는 지역) 지역에 의사 근무 장려 정책. 2019년부터 4,000명의 일반가정의들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에 보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 등이 필요.
넷째, 병원의 의료 활동 개편. 의료 활동을 3단계로 재정의 하겠다. 1단계는 노인의학, 재활의학을 담당하는 의사, 2단계는 수술, 출산 등을 담당하는 전문의, 3단계는 고도의 의료 테크닉을 요하는 울트라 전문의.
다섯째, 서비스별 수가 제도(Tarification à l’acte, T2A) 폐지. 프랑스의 수가 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되어 왔는데요, 과도한 의료 경쟁 및 의료 행위 남용을 막기 위해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외, 인구 노령화, 만성 질환 증가, 디지털 의료 등에 관한 전략을 포함했습니다. 간병인 숫자를 늘리고, 예방 의학을 강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마크롱 대통령 2023년 건강 계획 발표
2023년 1월 6일, 에손(Essonne) 지역의 국공립 병원(Centre Hospitalier Sud Francilien)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맞아 다시 한번 건강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첫째, 서비스별 수가 제도 종료. 공중 보건 목표에 기반한 자금 조달을 위해, 공공 및 민간 의사들의 실무에 따른 객관적 보상 제도 선택
둘째, 의료 보조 인력 2024년 말까지 10,000명으로 확충 (지난 5년 동안 4,000명의 보조 인력
확보)
셋째, 2023년 6월까지 병원 업무 개편. 행정 및 의료 탠덤 체제로 병원 행정부와 의사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의견을 결정하는 시스템
넷째, 의료 사막 지역에 의사들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의사 인력 확보
다섯째, 야간 근무 및 당직 근무 시간 재평가 및 재구성. 의료 근무 환경 개선 (참고로 현재 일반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52~60시간)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전문 분야를 합친 의사 수가 2030년까지, 특히 2028년까지 정체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209,338명, 2028년에는 211,378명, 2030년에는 215,016명이 될 것이며, 2050년에는 총 291,790명의 의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자료 설명: 프랑스는 의료 인력 확충 요구에 따라 꾸준히 의료 인력이 증가해 왔습니다.
출처: statista
자료 설명: 2030년부터 2050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
출처: Direction de la recherche, des études, de l'évaluation et des statistiques (Drees)
프랑스 의료 시스템
프랑스 의료 체계는 정부 주도형으로 환자가 의료비를 지불하고, 정부로부터 환급 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Carte Vitale이라는 국민건강보험을 국민 전체가 의무 가입합니다. 그 외 추가로 뮤츄엘이라는 사보험을 개인적으로 가입합니다. 이는 각자 개인 부담입니다. 프랑스 병원 시스템은 공공 및 민간 의료 시설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공 부문은 병상의 62%를 차지하고 민간 부문은 38%를 차지합니다. 대학 병원이나 종합 병원은 국립이기 때문에 의료비 지불 체계 및 저 수가 등에 불만이 있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2021년 기준 EU에는 약 182만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업 의사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독일(377,000, EU 전체의 21%에 해당)이며, 이탈리아(243,000), 프랑스(216,000), 스페인(213,000)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2021년 OECD 자료,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 프랑스 3.4, 한국 2.6, 독일 4.5, 일본 2.6, 미국 2.7
의사들의 불만은 여전
마크롱 대통령의 두 차례 건강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의사들은 의료 인력을 확충, 기본 진료비 2배 인상, 의료 환경 개선, 근무 조건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 간의 격차 해소 방안이 구체적으로 없으며, 의료 사막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시위를 합니다. 프랑스는 의료 서비스 분포도의 지역별 격차가 큰 문제입니다.
물리치료사, 수의사, 간병인 등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과 전문의의 수입에 큰 차이가 없는 것에도 불만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임신하면 병원 진료비부터 출산까지 돈이 거의 안 듭니다.
일반의들은 기본 진료비를 25에서 50유로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간호사들을 포함한 의료 보조 인력들은 보조 인력 확대 및 근무 환경 개선책 덕분에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의사 부족 및 의료 사막화
수 년 동안 프랑스는 의사 부족(pénurie de médecins)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구 노령화, 의료 인력의 불평등한 분포, 열악한 의료 환경, 의사의 낮은 수입 등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2012년 인구 10만 명 당 326명의 의사가 있었고, 2021년 인구 10만 명 당 318명의 의사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의사를 만나기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의사 부족 문제의 시작점을 되짚어 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요, 1973년 시작된 석유 파동은 선진국 경제에 위기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 30년 간 성장 및 고용이 종식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974년부터 1980년 사이 실업률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1972년 6.2%에서 1980년 2023년 13.6%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높은 실업률로 인해 사회보장제도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업자 증가로 사회보장제도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고, 반면 의료 처방전 수는 증가했습니다. TV에서는 병원 진료를 남용하지 말라는 공익 광고까지 내보내면서 사람들의 진료를 줄이기 위해 의사 숫자를 줄였습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제한하는 법(Numerus Clausus)을 강화했습니다.
1978년 8,281명이던 의대 신입생이 1980년에는 7,121명, 90년 대까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급기야 1993년에 신입생이 3,500명이 되었습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파피붐 세대(Papy boom, 파피는 프랑스어로 할아버지란 뜻, 베이비붐 세대 중 60세 이상의 노년층을 가리키는 용어로 노년 인구 증가 현상)가 되면서 고령 인구는 많아졌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사 수는 더욱 부족해졌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시골 또는 고립된 지역의 의료 접근성 부족 문제입니다. 프랑스 인구의 약 30.2%가 의료 사막 지역(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지리적 영역)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 분포도에 있어 지역별 격차가 매우 심합니다.
의료 인구의 노령화
프랑스의 의사 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했지만, 은퇴와 의료 인구의 노령화를 보상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DREES 연구에 따르면 의사 부족은 2035년까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의사의 비율은 2010년 24%에서 2019년 33%로 증가했으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험담] 다양한 소아과를 다녔는데, 대부분 할머니 의사였음.
의사 직업 매력도 감소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 학업 기간이 길고 무척 힘듭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는데도 근무 조건 및 수입이 다른 분야 종사자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젊은 의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 근무는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점점 기피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 주택 지원 등 젊은 의사들의 농촌 지역 근무 장려 정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의사 수 부족의 결과
프랑스 인구의 약 11%에 해당하는 600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은 현재 주치의가 없습니다. 참고로, 프랑스는 주치의 제도가 있습니다. 각 시민은 자신의 주치의를 정해야 합니다.
약 800만 명의 프랑스인들은 가까운 곳에 의사가 부족해서 일년에 두 번 이상 상담을 받을 수 없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처럼 의사 부족 현상으로 인해 환자는 진료를 받기 힘들고, 나머지 의사들은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상담 및 진료 대기 시간 증가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점이 야기됩니다.
실제 이곳 프랑스는 병원 예약을 하려면 평균 2주일 정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경험담] 2019년, 파리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소아 전문 병원의 응급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응급으로 왔는데 3~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의사가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응급실인데 바닥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응급 상황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때, 병상 부족으로 인해 프랑스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 부족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정부 및 의료 기관이 협력해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지인 경험담] 최근 골반 수술을 받은 지인이 있는데, 대학 공공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무료인 반면 4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민간 사립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돈이 많이 나왔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에 오는 의사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인력들이 많습니다. 유럽은 자기 나라에서 의대 졸업하면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의대 졸업생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의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 온 이민자 의료 인력들이 이곳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의사들의 파업 사례
시위의 나라 답게 프랑스 의사들도 크고 작은 시위를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한국 의료 대란처럼 시민들이 진료를 받지 못할 정도의 대규모 단체 파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공공 의료 종사자들이 고생이 많고, 특히 코로나19 때 의료진들의 끝없는 노고와 희생에 큰 감사를 표했습니다.
* 2019년 11월: 공공 의료 종사자들 수천 명이 열악한 국공립 의료 시설 개선 및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파리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 국공립 병원들은 만성적 인력 부족, 병상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음. 지난 2년간 정부는 의료 체계 개선안을 제시하며 공공 의료 확충에 나섰지만 의료진의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
* 2020년: 응급실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병상 확대 등을 요구. 의사들이 연금 제도와 관련하여 시위.
* 2022년: 기본 진료비 인상 요구 시위
* 2023년 10월: 의사노조와 보험공단 간의 수가 협상 압력. 기본 진료비 25유로에서 50유로 인상.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요구. 80명 일반의들은 일주일 동안 파업.
* 2024년 1월: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의료 인력(의사, 응급의료, 간호사 등)이 휴가를 보류하도록 한 것에 대해 시위를 할 예정. 더 나은 근무 조건 및 보너스 요구.
2019년 이전에도 크고 작은 시위들이 꾸준히 있었고, 각 년도 사이사이에도 작은 시위들이 있었
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 의사들의 시위는 공공 의료 환경 개선 및 진료비 인상 등이며, 아
무래도 프랑스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이번 한국 의료 파업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라고 생각됩니다.
3. 프랑스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한국 의사들처럼 반대할까요?
의대 정원 제한 제도
1971년 만들어진 Numerus Clausus(라틴어로 닫힌 숫자라는 뜻). 이는 의대생 숫자를 제한하기 위해 의학과 2학년에 입학하는 학생에 대한 할당량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입니다. 그러나 매우 엄격한 할당량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의대생 숫자가 낮아졌고, 1994년에 3,500명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학생의 10%가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탈락하였습니다. 매우 경직되고 때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 받아 온 의대 정원 제한 제도는 2020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Numerus Apertus(라틴어로 열린 숫자라는 뜻)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건강 개혁에 수반되는 새로운 운영 방식입니다. 참고로, 이 외에도 의대 선발 방식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Paces(보건 연구에 공통적인 첫 해)가 사라지고 Pass(특정 건강 접근 경로)로 대체되었습니다. 새로운 건강 접근 옵션 라이센스(L.as)가 등장하는 등 의대 선발 과정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자료 설명: 닫힌 인원 제도로 인해 1994년 의대 2학년 학생 숫자가 급격히 감소됨.
출처: statista
Numerus Apertus는 Numerus Clausus의 반대 개념입니다. 후자는 “닫힌 숫자, 즉 폐쇄된 인원”을 의미하며, 매년 보건학 2학년에 올라가는 인원을 제한합니다. 일정 수치를 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Numerus apertus은 이와 반대입니다. 2학년에 최소한의 학생 수를 허용한 다음, 상황에 따라 세분화하고 적응하고 정원을 조절합니다. 고등교육부와 보건부가 지역 보건 기관인 *ARS(Agence regionale de santé)와 합의하여 계산합니다.
* 지역 보건 기관(ARS)은 국가 보건 시스템의 지역 관리를 담당합니다. 그들은 인구의 요구에 최대한 가깝게 지역 보건 정책을 정의하고 구현합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모든 보건 이해관계자를 위한 단일 연락 창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주요 기준이 고려됩니다. 즉, 의료 인력 측면에서 해당 지역의 요구, 의료 접근성, 대학 및 CHU(대학 병원 센터)의 수용 능력 등이 고려됩니다. 각 건강 분야(MMOPK - 의학, 조산사, 치의학, 약학, 물리치료)마다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와 2학년에 이용 가능한 자리 수에 따라 조절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된 제도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쉽지는 않습니다.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을 훈련시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정부는 20%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새로운 보건법은 2025년까지 유효합니다. 그 결과 2021년에서 2025년 사이, 의대생은 약 5만명 이상으로 연간 약 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료 설명: 닫힌 인원과 열린 인원 제도 시행에 따른 의대생 숫자 비교. 의학, 약학, 치의학, 조산사 등 각 분야마다 정원이 증가했음.
출처: Cours Tha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