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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26. 2024

프랑스 치과 진료 후기

프랑스 의료 환경 및 수준

저는 작년 9월부터 3PRO TV에서 글로벌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도한 내용 중, 프랑스 의료 시스템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의 의대 증원 이슈로 인해 해외는 그럼 어떤지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프랑스 의료 환경 및 의대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습니다. 독일 및 일본 통신원과 함께 방송을 해서 각 10분 정도씩 말할 수 있었어요. 사전에 준비한 자료는 10장이나 되는데 10분 안에 말하려고 하니까 말도 빨라지고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하지 못했어요.


방송이 나간 후,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요 좋은 댓글도 있고 안 좋은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의대 증원 이슈가 뜨겁긴 뜨겁구나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어요. '그래서 통신원 분들은 진료를 받을 때 한국에서 받고 싶나요, 아니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받고 싶나요?'가 있었어요. 프랑스의 의료 수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생방송인 데다가 짧은 시간이라서 프랑스 의료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제가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사교육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먼저, 저의 답변을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 진료를 받고 싶습니다. 한국의 의료 환경, 시스템, 수준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희 아이가 어릴 적에 이곳에서 소아과를 많이 다녔는데요, 소아과 시설이 열악했어요. 가정의학과, 안과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설비 투자를 많이 해서 시설 및 장비가 좋은 안과도 있었는데요, 대부분이 열악한 편이었어요. 응급실에 갔는데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의사가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프랑스도 현재 의사가 부족합니다. 그럼 저의 최근 치과 진료를 예로 들어 의료 수준 및 환경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더불어, 저의 글이 프랑스에서 치과를 가야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월 27일, 탕후루 같은 사탕을 먹다가 입을 쩍 벌리는데 뭔가 같이 딸려온 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어요. 왼쪽 아래 가장 안쪽 어금니의 골드 인레이가 떨어졌어요. 아주 작은 이빨 조각도 보였어요. 저는 해외에서 치과 진료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워낙 치과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굴렀지요.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가서 치과 진료를 다 받고 왔는데, 6개월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금니 가운데가 뚫려 있기 때문에 계속 방치하다가는 음식물이 고여서 충치가 생길 것이 뻔하니 치료는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올해는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없거든요. 당장 아프지도 않고 불편감도 없어서 일단 조금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 제가 다니는 치과에 문의를 했어요. 아무래도 1년 이상 방치하면 좋지 않다고 거기서 치료를 해라고 했어요.


파리에 한국인 치과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한인 치과가 있습니다. 한국인 분들은 주로 이곳을 많이 찾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국인들이 원래 손 기술이 좋고 섬세하기도 하지요. Doctolib 앱에 들어가서 예약을 잡았습니다. 프랑스는 모두 예약제입니다. 3월 초, 한인 치과에 갔습니다. 금은 하지 않고 세라믹을 추천하시며 세라믹 인레이 690유로가 견적으로 나왔습니다. 약 100만 원에 육박하네요. 프랑스는 Carte Vitale이라는 국가건강보험이 있으며, 전 국민이 필수로 가입하는 것이에요.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조를 해줘요. 각 진료 항목마다 지원금이 조금씩 다릅니다. 치과의 세라믹 인레이의 경우 보조금이 크지 않아요. 그다음, 뮤추얼이라고 해서 개인이 각자 사보험을 들어요. 뮤츄엘도 회사가 다양하고 보험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보험을 들었느냐에 따라 환급금이 천차만별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뮤추얼이 없습니다. 그래서 690유로에서 국가건강보험 지원금 받아서 600유로 대의 치과 진료비를 내야 합니다.


한국에 문의를 했더니 세라믹 인레이는 대략 35만 원 정도 하더라고요. 한국은 빠르고, 잘하고, 가격도 덜 하고... 가격이 3배 정도 차이가 나니까 그냥 한국 가서 치료받고 오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보통 세라믹 인레이가 400유로 대 한다며, 다른 곳에 가서 한번 더 견적을 받아보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저희 동네에 있는 프랑스인이 하는 치과에 갔어요.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이 가입하는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 그곳에서 누군가 이 치과를 추천해 줘서 알게 되었어요.


3월 중순, Doctolib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어요. 오스만 건물이었고, 복도가 매우 낡았어요. 올라가는 계단에는 카펫이 깔려 있는데, 청소도 전혀 안 하는 것 같았어요. 이곳에 병원이 있다니... 낡고 좁은 복도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치과가 나왔어요. 프랑스는 병원 간판도 없기 때문에(대게 문 앞에 동판에 검은색 글자로 진료과와 의사명을 적어놓습니다) 잘 안 보여서 찾기도 힘들고, 병원이 개인 가정집에 있어서 병원 같아 보이지도 않아요. 물론 대학 병원, 종합 클리닉 등은 누가 봐도 병원인줄 쉽게 알 수 있고요. 이런 개인 병원은 일반 가정집 건물에 들어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아요.


벨을 누르고, 들어갔습니다. 안내받은 대기실로 따라 들어갔어요. 외관과 달리 대기실은 밝고 괜찮았어요. 소파에 앉아서 차분히 기다렸습니다. 예술의 나라답게 벽에는 각종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많은 나는 경우가 잦아요. 겉은 100년 이상된 오래된 집인데 막상 안에 들어가 보면 완전히 리노베이션 해서 현대적인 곳도 많고요, 반대로 오스만 스타일로 건축물이 멋진 거 같은데 막상 안에 들어가 보면 오래되고 낡고 바닥은 삐걱거리는 곳이 있지요.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치과 의사 선생님이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제게 인사를 하며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방안에는 의료 장비가 딱 1대 있었어요. 한국은 가면 그래도 3대 정도 나란히 있잖아요. 의사 책상, 책상 위 모니터, 의료 장비 이렇게 있었어요. 70-80년대 치과로 타이머신을 타고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상황을 설명하니 누워 보랍니다. 눈 위에 있는 라이트는 며칠 동안 닦지 않아서 얼룩이 그대로였어요. 장비 한쪽 부분에는 커피가 튄 자국이 그대로 있었어요.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닦지 않고 놔두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장비가 부러졌는지 금이 갔는지 파란색 테이프로 칭칭 감아놨어요.


누웠는데 솔직히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냥 한인 치과를 갈 걸 그랬나... 의사 선생님은 이빨을 보시더니 놀라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금 인레이가 떨어졌고, 이빨 가운데가 홈이 파여 있는데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치과를 여러 군데 다녀봤고, 꽤 자주 갔지만 이렇게 이가 홈이 났는데도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치과 의사는 처음 봤어요. 사실 첫 번째 치과에서 임시로 뭘 메워 놓긴 했어요. 그래도 임시 재료라서 금방 닳아져 없어지는데... 이렇게 놔둬도 된다고 말하니 다소 놀라웠어요. 내년에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1년도 더 남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치료를 하면 좋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저는 그 당시만 해도 참 좋은 의사라고 생각했어요. 과잉 진료 하지 않는 정직한 의사. 매우 정직해서 돈벌이에 혈안 되지 않는 그런 참다운 의사. 그래서 더욱 이 선생님에게 호감이 갔습니다. 일단 생각을 좀 해보고 오겠다고 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하라고 하며 가뿐히 나를 돌려보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했어요. 심지어 첫 번째 치과에서는 경미한 충치가 3군데 있다고 했는데 이 의사는 충치가 없다고 했어요. 사실 6개월 전에 한국에 치과에 검진을 다 받고 왔기 때문에 6개월 만에 충치가 3군데 생겼을 리 없다는 생각도 했어요.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의사마다 진단 기준이 약간씩 다르다고 하더군요. 경미한 충치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있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충치로 간주하는 의사도 있다고 했어요. 아무튼 저는 이 프랑스 의사는 매우 정직하고 과잉 진료하지 않는, 웬만하면 환자의 이를 그대로 살려두려고 하는 그런 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제 이빨을 보이는 것이 무섭고 돈도 많이 비싸지만 아무래도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이곳에서 받은 견적서는 세라믹 인레이 400유로였어요. 한국돈 60만 원 정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여기서 60유로가 지원됩니다. 60유로 밖에 지원이 안되네요. 더 지원받고 싶으면 사보험 뮤츄엘에 가입해야 해요. 340유로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약을 하고 치과에 갔습니다. 누웠는데 여전히 이 치과 환경은 적응이 안 됐어요. 커피가 튄 자국은 의료 장비에 여전히 남아 있고요. 청소를 안 하나 봐요. 뿌연 거울 속에는 제 이빨이, 저의 눈이 보이지 않네요. 70,80년대 치과에 온 듯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옆에 보조 간호사가 없어요. 침을 빨아들이는 석션을 해야 하는데 치과 의사가 혼자 일인이역, 때로는 일인 삼역을 했어요.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손도 발도 바빠 보였어요. 그렇다가 장비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저를 치기도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어요. 보통 의사가 혼자 하지만 치과 진료까지 의사가 혼자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치과 의사 프로필을 봤는데, 파리의 치대를 엄연히 졸업했고,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했으며, 구글 평은 대게 괜찮은 편이며, 심지어 무슨 상도 받았다고 나왔어요. 누가 추천해서 믿고 왔고, 그래도 과잉 진료 안 하는 정직한 의사라는 생각으로 제 이빨을 맡겼습니다.  


세라믹을 본뜨는 과정이 한국과 달랐어요. 한국은 크레이 같은 걸로 입에 물게 해서 이걸로 본을 뜨는데 여기는 무슨 기계를 입안에 쑥 집어넣더니 3D 기계가 제 이빨 구석구석을 촬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입안에 가져다 대니 바로 옆에 모니터에 입 안 구조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제작을 하는 것 같았어요. 처음 경험해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중학교 때부터 다니던 치과가 있는데요, 저희 가족 주치의 선생님이세요. 워낙 실력이 좋으시고, 꼼꼼하게 잘하셔서 단골 고객이 넘쳐나는 그런 곳이죠. 그 선생님의 손길에 매우 익숙해 있다가 프랑스 선생님의 손길을 만나니 거칠기 짝이 없었어요. 너무 덜렁대고 급해 보였지요. 심지어 마취 주사를 놓고 나서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치료를 하는 바람에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했어요. 너무 아팠어요... 마취가 잘 먹히지 않아서 여러 번 주사를 제 잇몸에 쑤셔댔지요. 의자가 3대 있으면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데 딱 한 대 있으니 그다음 환자 받기 바빴나 봅니다. 아무튼 신기한 물건을 입에서 빼더니 다음번에 세라믹을 붙일 것이라고 했어요.


일주일 동안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어요. 워낙 겁이 많고 치과를 무서워하는 저인지라 프랑스에서 치과를 가는 게 너무 겁이 났는데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일주일 후, 그렇니까 3월 30일, 세라믹 인레이를 붙이러 갔습니다. 기분 좋게 누웠어요. 선생님은 제게 세라믹을 보여줬어요. 그렇더니 막 붙이기 시작했어요. 이리 저기 붙였다 떼어냈다를 반복하며, 조심성이 없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번은 세라믹은 손에 놓쳐서 제 입 안에 떨어졌어요. 하마터면 목구멍으로 넘어갈 뻔했지 뭐예요. 컥컥거리니 이빨을 손으로 잡아서 뺐어요. 그때 입을 벌린 채 드는 생각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였어요.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심하게 왔어요. 그래도 이미 시작한 일이고 내가 결정한 일이니 제 이를 선생님께 맡겼어요. 붙인 세라믹이 굉장히 높았어요. 대게 높낮이가 약간만 차이가 나서 마무리할 때 조금만 손을 보는데 여기는 높이가 터무니없이 높은 거예요. 몇 번을 맞추고 했지만 마지막까지도 높이는 좀 높았어요. 세라믹도 한국에서 본뜨는 방식이 더 정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이와 딱 맞지 않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돈을 직접 받습니다. 스스로 수납을 하는 것이지요. 안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다 가봤지만 대부분 다 그랬어요. 의사 선생님이 바로 현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줘요. 동전이 없어서 막 찾고 있을 때면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또는, 카드 리더기를 들이밀기도 해요. 한국과 많이 다르죠? 치료비를 내고 나오면서 혹시 문제가 생기면 또 와도 되지요?라고 제가 물었어요. 의사는 그럼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가야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까요...?


세라믹 인레이를 붙이고 난 일주일은 괜찮았어요. 그래서 프랑스 한인 카페에 치과 추천 글을 쓰려고 작성까지 다 했어요. 프랑스에서는 병원 가는 일이 힘들어요. 예약해서 가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의사의 의료 수준이 좋지 않다는 글도 많고요. 그래서 좋은 병원이 있으면 추천글을 쓰면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정보를 줄 수 있어서 좋지요. 이렇게나마 해외 동포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살아가면 좋지요. 그래서 저도 치과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치과 후기를 다 작성했어요. 그런데 혹시 좀 이른 것은 아닌가 싶어서 임시 저장을 해 놓고 일주일은 더 있어보고 글을 업로드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 날부터 치료받은 이가 아프기 시작하지 뭡니까. 이가 조금씩 통증이 오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두통, 편두통, 안구통, 심지어 이통까지 왔어요. 이통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왼쪽 얼굴이 전체가 다 아팠어요.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상태를 설명하니 바로 다음날로 잡아주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필 그때 일주일 동안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매일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일주일을 버텼어요. 그리고 바쁜 일이 끝나고 치과에 갔어요. 프랑스어로 편지를 적어갔습니다. 만나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 등을 적어갔어요.


의사 선생님은 글을 다 읽고 나시더니, 세라믹이 신경과 가까워서 그렇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신경 치료를 바로 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금 인레이가 떨어지기 전에도, 떨어진 후에도, 임시물을 부착하고 있을 때에도, 그 어떤 때에도 아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세라믹을 붙이고 나서 이렇게 심한 통증이 왔어요. 아무래도 이를 다듬으면서 이를 많이 깎았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의 부주의로 필요 없는 신경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돈을 다 지불하고 난 뒤에 아픈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애프터 서비스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잘 못해서 이렇게 되었고, 2주 동안 나는 고통 속에서 살았고,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겪었고, 이렇게 다시 시간을 내어 와서 치료를 해야 하고... 그런데도 다시 돈을 또 내라고요? 물론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의사 선생님께 따지고 들어봤자 제게 도움 될 것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신경 치료비를 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바로 자리에 누웠습니다.


터프하게 세라믹을 부셔 내더니, 마취 주사를 놓기 시작했어요. 한국에 주의치 선생님은 기계로 무통 마취를 하시면 한번 딱 하고 나면 마취가 성공적으로 잘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세 번 정도 주사를 하더니, 마취가 잘 먹지 않아서 또 하고 또 하고 총 6번을 찔렀습니다. 그래도 마취가 완전히 되지 않았어요. 마취제를 다른 것을 쓰나? 아니면 소량을 주입하나? 신경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아팠어요. 그렇더니 신경에 마취 주사를 딱하고 놨어요. 악!!! 너무 아팠어요. 주치의 선생님께 받을 때의 그런 편안함은 온데간데없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어요. '어쩔 수 없다. 여기는 프랑스다. 한국이 아니다. 나의 판단으로 여기까지 왔다.' 아픔을 꾹 참았습니다.


신경 치료가 시작되었어요. 혹시 아플까 봐 두 손 꼭 쥐며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잘라낸 신경을 핀셋으로 잡아서 제 눈앞에 보여줬어요. 정말 신경을 보여주는 치과 의사는 처음 봤습니다. 좋게 말해 화끈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터프했어요. 누워 있으면서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했습니다. 치료를 하는데 무슨 도구를 제 이빨에 끼우기 시작했어요. 묵직한게 입안에 쑥 들어왔어요. 그리고 초록색의 고무로 된 천을 입에 깔았어요. 이때는 보조 간호사 한 분이 급히 투입이 되었어요. 석션을 들고 계시는 일만 하고는 금방 또 나갔어요. 초록색 고무가 제 입을 완전히 막아버린 상태에서 의사 선생님의 손이 제 콧구멍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순간 숨을 쉬지 못하는 해프닝도 일어났어요. 완전 무서운 상황이 연출된 거죠. 손의 위치를 옮기는 순간 극적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여긴 어디? 나는 누구?'였습니다. 아픔을 넘어 웃기기까지 하더군요.


신경 치료가 다 끝났다면서 일주일 후에 세라믹을 붙이러 오라고 했어요. 신경치료는 112유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국가건강보험에서 60유로 정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괜찮은 금액입니다. 얼얼한 이를 부여잡고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흰색 가운을 입지 않았습니다. 이 날은 뉴발란스 운동화에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있었어요. 이곳은 의사 선생님이 하얀 가운을 입고 있지 않아요. 대학 병원, 종합 병원, 의료 센터 등에서는 입고 있는데, 일반 개인 병원은 복장이 자유로워요. 예전에 유명하다는 가정의학과에 갔는데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온갖 장신구를 치렁치렁하고 있는 중년 여성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몸매며 패션이며 패션모델인 줄 알았어요. 그 외에도 소아과, 안과 등 다들 자신의 개성이 넘치는 패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경 치료를 한 그날부터 또 이빨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신경을 다 없앴다고 했는데 이게 또 무슨일이지 싶었어요. 신경이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이를 서로 씹으면 해당 이빨이 아팠어요. '아... 신경 치료를 제대로 안 한 거야? 그럼 또 제대로 안 듣는 마취주사를 여러 번 맞아야 하고, 신경에 마취주사 맞아야 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돈 좀 아끼려다가 프랑스 의사를 선택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100만 원 주고 한인 치과 갈걸 그랬나... 아... 한국에 가고 싶다... 한국이면 이 보다 덜한 가격으로 치료도 훨씬 잘 받을 수 있는데... 물론 한국이라고 치과 의사 선생님이 모두 다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잘 못하는 치과도 있고, 정직하지 못한 치과도 있지요. 최소한 저의 주치의 선생님은 정말 잘하시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그다음 날도 아팠어요. 어젯밤에는 자기 전에 진통제를 먹고 잤어요. 젖은 머리를 말리고 싶은 마음도 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는 오늘, 신기하게도 신경이 점차 죽어가는지 어쩌는지 통증이 없습니다. 제발 이렇게 쭉 없기를 바랍니다. 다시 그 신경이 살아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다음 주 월요일 그렇니까 4월 29일에 세라믹 인레이를 붙이러 갑니다. 잘 치료받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 한국에 가면 이 이빨은 다시 손을 볼 생각이에요. 임시방편으로 했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버라이어티 한 프랑스 치과 경험입니다. 한국이면 한 달 안에 금방 뚝딱 했을 건데 이렇게 예약을 잡고, 또 잡고, 또 치료받고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비단 치과뿐 아니라, 소아과, 안과, 가정의학과, 응급실 등 다양한 진료를 보러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의료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과 비교해서입니다. 의료 장비라던지 도구라던지 모두 한국과 비교해서 좋지 않습니다. 의료 서비스도 당연하고요. 그리 친절하지도 않고, 수납도 의사가 직접 하며, 예약도 오래 걸립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렇게 말하면 위험한 발언이지요. 그런데 이곳에 사시는 한국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에서 의료를 받는 것에 만족했다는 분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진단, 진료, 처방 등 황당한 의료 경험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또 자국의 의료 수준을 높게 평가합니다. 제 주변의 프랑스 지인들은 프랑스 의료 보험 체계가 잘 되어 있고, 의사들의 실력이 좋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이 바라보는 프랑스 의료 환경, 시스템, 수준 등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의대 또는 치대에서 공부하고 실습하는데 제대로 못 배웠나? 교수진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일까? 그만큼 한국의 의료진, 교수님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의학 공부를 한 적이 없고, 이 분야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양국의 의료를 경험해 본 바로는 한국이 프랑스보다는 낫습니다. 한국 의대생들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하지요. 한국인들이 참 똑똑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언젠가 학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교정 전문 치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한국에 세미나를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의 교정 및 양악 수술 수준을 배우러 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치과 수준을 매우 높이 평가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양악 수술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할 때는 조금 민망하기는 했습니다. 이곳은 미용을 목적으로 양악 수술하는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이곳은 성형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저는 더 이상의 통증이 없기를 바라며, 마무리까지 잘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더불어 한국의 의대 증원 문제, 의료 파업 등의 이슈가 조속히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생명을 다루는 영역인 만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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