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 사조 효과의 공유 자전거
파리에 산 지 7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수많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봤지만, 저도 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어린 아기가 있어서 불가능했고, 아이와 손 잡고 다녀야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도 엄마가 되면서부터 겁이 많아져서 도로에서 자전거 타다가 사고 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안전 제일 주의 때문에 자전거는 생각 조차 안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올해부터 공유 자전거가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파리의 지하철 비용도 저의 결정에 한몫했습니다. 1회 편도 1.75유로인데요, 한화로 하면 약 2500원입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에 지하철 1회 사용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한인 마트 한번 갔다 오는데 교통비만 5000원이 들어가니까요. (올림픽 기간에는 가격이 더 오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알아봤습니다. 공유 자전거는 여러 회사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Velib라는 공유 자전거를 선택했습니다. 프랑스어로 자전거를 Velo라고 합니다.
구독은 앱을 깔아서 1년 구독을 하면 됩니다. 기계식 자전거가 있고, 전자식 자전거가 있으며, 전자식이 조금 더 비쌉니다. 1년 구독은 한 달에 3.1유로만 내면 됩니다. 그러면 30분까지는 무료입니다. 30분 이상되면 30분마다 1유로 지불됩니다. 그래서 30분 되기 전에 그만 타면 돈을 한 푼도 안 냅니다. 공유 자전거는 파리 시내 곳곳에 수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30분이 되기 전에 이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파킹하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자전거를 다시 타면 다시 0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30분마다 갈아타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파리 시내 멀리까지 갈 수 있어요. 교통비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하고 운동도 되고 일석 삼조 입니다.
구독을 하고 나면, 지하철 역에 가서 나비고 카드를 발급받습니다. 발급받은 나비고 카드를 자전거에 대면 바로 작동이 됩니다. 이용하기 매우 간편합니다. 자전거를 타고나면 주차장에 파킹을 하면 STOP이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핸드폰 앱에서 이용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팝업창도 뜹니다. 앱에서 실시간으로 주차장 상황도 알려줍니다. 어디에 자전거가 몇 대 있는지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일석 삼조를 넘어 일석 사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사실 저는 지하철을 그동안 탔지만 탈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빠르다는 장점은 있지만,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고... 파리 지하철이 쾌적하지는 않습니다.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이렇게 자전거를 타니까 그 상쾌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파리는 녹지 공간이 많기 때문에 녹색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저희 집 옆에 볼로뉴 숲이 있어서 숲 속을 달리는 기분은 최고입니다. 또한, 파리는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과 같아서 파리 시내를 달리면 예쁜 건물을 마음껏 볼 수 있어요. 세느강변을 자전거 타고 달릴 때의 그 기분이란... 여러분들도 이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파리에 놀러 오시면요.
올해 3월부터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요, 깜짝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파리 도로 곳곳에 자전거 도로라는 표시를 잘해 놨습니다. 흰색 페인트로 자전거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엄연히 자전거도 하나의 대중교통으로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로에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자동차와 버스가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오른쪽에는 버스, 왼쪽에는 자동차, 뒤에는 오토바이... 이런 가운데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있던 저는 속으로 '모니카, 많이 발전했다. 겁쟁이 모니카가 이렇게 당당히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함께 가다니..." 스스로도 이런 제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근데 은근히 이런 기분이 짜릿하면서도, 제가 뭔가 대담해진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단,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너무 가까이 붙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약자는 자전거이기 때문에 사고 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 자전거족과 자동차족 간의 싸움도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며칠 전에는 파리 8구 번화가에서 자동차가 너무 막혔는데, 그 사이사이로 자전거가 엄청나게 지나갔어요. 자동차에 탄 사람들은 창문을 내리고 “자전거 너네들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못 나가잖아”라고 소리를 쳤어요. 자동차족들은 자전거족들을 안 좋아하고 자전거족들은 자동차족들을 안 좋아하겠지요. 늘 조심해야 합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파리의 자동차 이용률을 낮추고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실제 자전거족의 숫자가 자동차족을 넘었다고 나온 기사를 봤습니다. 이제 파리에서 자전거는 엄연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굳건히 잡았습니다.
자전거를 개조해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 뒤에 2명 좌석을 만들어서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프랑스 엄마들을 쉽사리 볼 수 있어요. 두 명 아이를 끌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프랑스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파리에서 자전거 타는 여자가 된 저는 요즘 자전거 타기에 맛이 들었습니다. 환경 보호에 일조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돈도 아끼고, 무엇보다 바람을 맞으며 주변 환경을 보면서 달리는 그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자유로움을 느껴요. 더불어 한국에서도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통 체증도 줄이고, 주차난도 줄이고, 환경 오염도 줄이고… 아직 한국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점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