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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석 Dec 03. 2024

디지털 갑질: #9 경험디자인이 전략이다

전략 수립, 사용자 경험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의 프로세스를 지키자


이제부터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보려 한다. 그 첫 번째는 전략 수립, 사용자 경험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디지털 갑질을 유발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만들지(전략)와 어떻게 만들지(기획)를 전문적으로 다룰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정부, 지자체, 금융, 제조, 유통, 보건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본래의 업이 아닌 조직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소규모 벤처나 개발 전문성이 부족한 회사들에서도 이런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


이들 조직은 예산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문제를 겪는다. 예산이 충분한 조직은 외부 컨설팅 회사에 전략 수립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 보고서는 사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려내며 경영진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바로 개발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대개 전략적인 방향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세부 사항은 담겨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속출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 소프트웨어가 완성된다. 보고서의 내용은 경영진이 정한 방향을 따르고, 성공 사례로 뒷받침된 것일 뿐이라 컨설턴트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들도 제한된 일정과 자원 안에서 기능 구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반영하지 못한다.


예산이 부족한 조직의 경우 내부 직원이 전략과 기획을 포함한 모든 역할을 겸임한다. 이런 경우 전략은 명확하지 않고 기획은 빈번히 바뀌며, 개발 일정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개발 과정에서 사장님의 주관적 판단이나 개발팀 중심의 기술적 접근이 우선시되면서 사용자 경험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대개 사용자 친화적이지 못하며, 디지털 갑질로 이어진다.


그러나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와 같이 일찍 사용자 경험 중심 설계의 중요성을 깨달은 조직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며 성공적인 혁신을 이뤄냈다. 이들은 전략 수립과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에 사용자 경험 기획(UX Design) 단계를 도입했다. 전략 수립 이후 곧바로 개발에 착수하지 않고, 사용자 경험 기획을 기반으로 미래 경험 프로토타입(To-be Experience Prototype)을 제작한다.


미래 경험 프로토타입은 고객에게 제공할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한 자료로, 대개 스토리보드나 동영상 형태로 제작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자료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검증하는 중요한 도구다. 이 프로토타입은 다른 부서와 공유되며, 부서 간 협업과 검토를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수정한다. 이후 경영진에게 보고되어 전략 실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사용자 중심 설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 혁신 미디어 서비스 전략 수립 과제의 결과물


SK 텔레콤 자동차 스마트 T맵 전략 수립 과제의 결과물


미래 경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검증하는 과정은 단순히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넘어 조직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사용자 중심 설계를 가능하게 하여 최종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둘째,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줄이며, 불필요한 재작업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셋째, 부서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협업을 촉진한다. 넷째, 경영진이 명확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려면 사용자 중심 설계를 기반으로 한 전략, 기획, 개발의 삼각구도가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사고방식, 프로세스, 도구,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가 요구된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접근법을 통해 조직은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디지털 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디지털 갑질을 방지하는 길은 단순히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경험을 우선시하는 철학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진정한 성공을 가져오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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