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be UX를 Prototyping해서 지속적으로 검증하자
"계획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이다. (Failing to plan is planning to fail)"
- 벤자민 프랭클린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려면 사용자 경험을 과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갑질의 사례를 볼 때마다, "이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들은 과연 이걸 제대로 사용해봤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많은 의사결정자와 경영진은 사용자에게 전달될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보지 않는다. 대신 개발 진도와 이슈를 보고받을 뿐이다. 하지만 이 보고는 기능 개발 완료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사용자 경험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결국 개발 일정 준수를 목표로 삼는 환경에서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디지털 갑질이 발생한다.
디지털 갑질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개발이 완료된 후 사용성 평가(Usability Testing)를 실시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문제를 수정할 때 까지 출시를 막는 것이다. 타겟 사용자를 초대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거나 UX 전문가가 평가를 진행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이 방식을 채택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사용자 중심 설계를 강화하고, 모든 팀이 철저하게 기획하고 개발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단점도 있다.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이미 투입된 예산과 시간을 고려할 때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거의 다 만든 상품을 사용성 문제로 출시하지 못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경영진은 많지 않다. 결국 사용성 평가는 뒷발을 잡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용성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사용자 경험 검증은 초기 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획 단계, 심지어 전략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용자 경험을 검증함으로써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 검증은 전략 단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래 경험 프로토타입(To-be Experience Prototype)을 제작해 전략 목표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 프로토타입은 사용자 여정 지도와 UX 프로토타입으로 발전하며, 개발 초기 단계에서 검증된다. 최근에는 디자인 시스템과 UX 디자인 툴의 발전으로 프로토타입 제작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 프로토타입은 1주일이면 충분히 제작 가능하다. 이 초기 검증 과정을 통해 조직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는다.
사용자 요구사항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수정 사항을 사전에 발견하고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부서 간 협업이 강화된다.
재설계로 인한 재개발을 줄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갑질로 이어지는 잘못된 상품 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
미래 경험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고 지속 검증하자
나는 최근 한 업무 시스템 개편 프로젝트에서 UX 기획 단계에 참여해 빠르게 프로토타입과 디자인 시스템을 제작했다. 이 과정은 개발 기간을 12개월에서 10개월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만약 이 활동이 전략 단계에서부터 함께 수행되었다면 훨씬 수준 높은 사용자 경험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누구나 불편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 경험 전문가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제의 심각도를 구분하고,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게 된다.
사용자 경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거실을 청소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쉽게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점점 작은 먼지들이 눈에 띄며 끝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조직의 임원들은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청하지만, 때로는 덜 심각한 문제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 검증은 단순히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 조직 전반에 걸쳐 디지털 갑질을 방지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설계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용자 중심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초기 단계에서의 지속적인 사용자 경험 검증은 디지털 갑질 없는 세상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