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의 올바른 활용법: 역할과 전문성을 제대로 정의하기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채널 개발과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UX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처럼, UX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갑질이 자주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를 살펴보면, UX 전문가의 역할이 (자의건 타의든) 단순히 화면 설계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 UX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과 거리가 멀다.
디지털 갑질이 발생한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는 UX 전문가를 "화면만 그리는 역할"로 한정 짓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 문제는 PM과 개발자들이 UX를 단순히 "화면 설계자"로 여기는 관점이다. UX는 단순히 화면의 심미성을 다루는 역할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용자의 편의성을 확보하는 UI 기획으로 발전했다. 이후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사용성이 중요해지면서 서비스 기획으로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전략 수립까지 담당하는 역할로 진화했다. UX는 더 이상 단순히 화면을 꾸미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설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UX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화면만 그리는 것"으로 제한하는 인식이다. PM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UX를 화면 설계로만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UX 디자이너들조차 화면 설계 이상의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기획과 전략 수립 역할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는 큰 문제다. 실제로 몇몇 디자이너들은 "기획은 어려운 일이고, 책임이 크다"는 이유로 이러한 역할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한다. 이는 UX가 조직 내에서 더 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디지털 갑질을 방지하는 데 실패하게 한다.
UX는 예전에는 단순히 화면 설계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공으로 연결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은 이러한 UX의 확장을 통해 성공적인 상품을 만들고,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2002년 삼성전자에서 UX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 산하에 있었으며, 당시 역할은 주로 화면 설계에 머물렀다. 그러나 조직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어 기확을 하고, 전략을 수행한다. 갤럭시 와치와 폴드를 초기 기획할 때에 UX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해당 역할을 지인이 맡았다). 이런 현상은 UX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회사들에서도 발생한다. 2013년 SK텔레콤에서는 UX가 PM과 협력하여 서비스 기획을 주도하는 역할로 자리 잡았다. IDEO와 같은 글로벌 UX 전문 회사들은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전략 수립을 전문으로 하며, UX가 단순히 사용성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이러한 성공 사례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UX의 역할이 여전히 UI 기획이나 사용성 개선에 국한된 경우도 많다. 디지털 갑질이 자주 발생하는 조직(정부 서비스, 금융, 의료, 교육, 업무시스템 등)에서는 UX가 "화면만 기획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UX 전문성은 하나가 아니다.
화면만 그리는 역할로는 전문가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반면 UX 전문가들이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사례도 존재한다. 한 커머스 분야 대기업 지주회사에서는 외부에서 채용한 UX 조직이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혁신은 하지 못하고, 전사 사용성 검증에 머물렀고, 결과적으로 조직 해체로 이어졌다. 반면, 한 가상화폐 서비스 회사에서는 기존 UX 조직이 비주얼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심각한 사용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은 사례도 있다.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UX가 전략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UI 기획과 사용성 개선 역량이 필요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전면 개편이 필요한 경우 서비스 기획 역량이 요구된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혁신이 필요하다면 UX 전략 수립 역량이 필수적이다.
UX 전문가들이 단순히 화면을 설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며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려면 조직 내 UX 전문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 오랜 기간 UX를 중요하게 다뤄온 조직들은 UX 전문가들이 경험 설계를 통해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그 와중에 순교자도 많이 발생했다). 이와 반대로 UX의 역할을 화면 설계로 제한한 조직은 사용자 경험 중심의 혁신은 커녕 디지털 갑질을 유발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갑질을 해결하려면 UX가 전략과 기획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조직이 UX 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들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제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UX 전문가가 이전에 수행한 과제에서 주요 개선점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사용성 개선인지, 서비스 기획인지, 아니면 전략 수립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합한 전문가를 채용하고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UX는 단순히 화면 설계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공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역할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같은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에서 UX 전문가의 역할이 제한되면 디지털 갑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UX 전문가가 화면 설계에서 경험 설계로, 나아가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전략 수립까지 역할을 확장해야만 디지털 갑질을 예방하고, 고객 중심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