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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카카오톡 개편 UX 분석

기능추가의 역습. 더 심플해지지 않으면 망한다

by 이동석
"단순하게 만들어라, 바보야!" 디자인을 최대한 간단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한다는 UX 디자인 원칙


2025년 9월 업데이트된 카카오톡을 보고 사람들의 불평을 토로했습니다.


“헷갈린다.”
“필요 없는 게 너무 많다.”
“쓰던 대로 안 돼서 답답하다.”

"업데이트 꺼라!"


표현은 달라도 결국 결론은 같습니다. 복잡하다!


국민 메신저에서 복잡함은 치명적입니다. 작은 변화도 불편으로 크게 다가오니까요. 이번 개편은 그 한계를 넘어버렸습니다.


인스타그램 따라하기의 착각


이번 개편은 곳곳에서 인스타그램이 떠오릅니다. 피드 구조, 화면 연출, 배치까지—마치 트래픽을 늘리려는 인스타그램식 전략을 옮겨온 듯합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인스타그램이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은 휙휙 넘기며 흘려보는 유통형 서비스이고, ‘내 콘텐츠를 누가 봐줄까’에 집중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주로 씁니다. 단순함보다는 시각적 자극과 콘텐츠 유통이 중요한 플랫폼이니까요.


개편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개편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있던 즐겨찾기 기능이 안보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특정 채팅방을 맨 위에 고정해 두며 편리하게 사용했는데, 이를 없애면서 불편이 커졌습니다.

메뉴와 버튼 위치가 달라져, 기존 사용자가 익숙한 동선을 잃어버렸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업데이트 후 눈에 띄게 좋아진 점도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UI를 바꾼 것 역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서비스 개편의 기본은 분명합니다.
① 기존에 있던 기능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

② 사용자들이 익숙한 경로를 불필요하게 흔들지 않는다.
③ 새로움이 있다면, 불편을 압도할 만큼 명확한 개선이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이 기본을 거의 모두 어겼습니다.


카카오톡의 생명은 심플함이다


카카오톡은 메시지가 반드시 전달되어야 하는 전달형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화려함이 아니라, 누구나 아무 노력 없이 쓸 수 있는 심플함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편은 그 심플함을 깨뜨렸습니다. 새로운 탭과 기능을 덧붙이는 순간, 카카오톡의 가장 큰 장점—전 국민이 당연하듯이 쓰는 단순함—이 무너진 겁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려면 더 높은 수준의 심플함이 필요합니다. 이는 https://brunch.co.kr/@dongseok17/47에서 자세히 설명했었습니다.


사용자 경험이 심플할수록 점점 더 많은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심플함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많이들 오해합니다. 심플함이란 그냥 요소를 덜어내면 된다고요. 하지만 진짜 심플함은, 사용자가 하고자 하는 목적에 가장 짧고 직관적인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그 뒤에는 끝없는 실험과 치열한 설계가 숨어 있어야 합니다. 애플과 구글이 수십 년 동안 ‘심플함’을 위해 수천 번의 실험을 반복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이 치열함을 건너뛴 채, 눈에 보이는 변화를 우선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더 복잡하다고 느낀다!


끼워 넣기의 함정, 그리고 경고


카카오톡이 지금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feature creep, 끝없이 기능을 끼워 넣다가 서비스가 무겁고 산만해지는 현상입니다. 슈퍼 앱이 되고 싶다면, 더 많은 기능을 붙이는 게 해답이 아닙니다.


더 단순하지만 더 많은 가치를 노출하는 새로운 UX 구조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제 논문을 참고하세요 :)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800129


이걸 하지 못한다면, 카카오톡은 슈퍼 앱은커녕 복잡도에 짓눌려 사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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