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리뷰
'OOO님이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스북 알람이 울렸다. 막상 들어가보면 내가 태그된 것도 아니고, 나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을 담은 그 알람들은 내가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하던 몇 년 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나를 불러댔다. 어차피 확인하지도 않을 내용을 왜 자꾸 알려주는걸까. 이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보고 그 의문이 풀렸다.
1. 추천 컨텐츠의 딜레마: 정보인가 광고인가
아마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SNS 계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메신저 정도라고 생각했던 소셜 미디어는 이제 다양한 기능을 집어삼켜 몸집을 키우면서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메세지 발송, 사진 업로드 기능은 물론이고 이제는 해시태그, 쇼퍼블 컨텐츠, 추천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정보제공자이자 마케팅 플랫폼, 온라인 스토어 기능까지 하고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채널에서 무수히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머무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참 대단한 일이다. 기존에는 여러 검색엔진에 일일이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하며 정리해야했던 정보들을 한 곳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고, 관심있는 셀럽과 브랜드에게 직접 내 의견을 전할 수도 있으며, 내가 관심있을만한 컨텐츠 및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기도 하고, 직접 파일을 주고받지 않아도 사진/동영상/음악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없다. 그저 앱을 다운받고 엄지손가락을 상하 좌우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책, 칼럼, 아티클을 읽었는데 역시나 메인 토픽은 소셜 미디어, 그리고 데이터였다.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보다 활발한) 인터넷 상에서의 행동데이터들을 추적하고 가공할 수 있게 되면서 타겟팅이 정교해지고 보다 개인화된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SNS 유저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맞는 마케팅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디지털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요점이었다.
실제로 SNS가 제공하는 추천 및 맞춤형 광고 시스템은 유용하다. 예를들어, 내가 운동복을 사기 위해 '룰루레몬', '안다르' 등을 검색하자 인스타그램 피드에 여러 운동복 브랜드 광고들이 뜨기 시작했는데, 이 때 처음 '레스피라'라는 질 좋고 저렴한 브랜드를 알게되어 실제로 필라테스용 티셔츠를 여러 장 구매했고 현재까지도 잘 입고 있다. 생애 첫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카드고릴라 및 다양한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에는 카드사들의 프로모션 정보가 피드에 뜨면서 미처 몰랐던 혜택까지 비교해본 뒤 최종으로 발급받을 카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 및 브랜드에 대한 광고는 곧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는 '정보'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왜 소셜 미디어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이렇게 재밌고 유용한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해주는가?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는 '우리'를 대가로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소셜 미디어의 주 수입원이 광고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광고를 보는것 만으로 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광고를 보는 것 정도는 기꺼이 참을 수 있다. Skip될 때까지 몇 초 기다리거나, 스크롤을 쭉쭉 내려버리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자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보다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저 광고주가 주는대로 광고를 내보내기만 해서는 안된다. 유저들이 오랜시간 머무르도록 사람들을 붙잡아야 하며, 단순한 관심(interest)이 아닌 광고 효과와 직결되는 전환(conversion)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개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분석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계정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계정의 알림에 반응하는지, 어떤 컨텐츠를 추천했을 때 사용시간이 늘어나는지, 일거수 일투족이 기록되고 감시되고 있다.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이 업데이트되면서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기존에는 피드에서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의 컨텐츠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팔로우하는 계정의 새로운 컨텐츠를 다 보면 자동으로 추천 컨텐츠가 뜨도록 변경된 것이다. 팔로우하는 계정의 업데이트만 보고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사람이 흥미를 가질만한 컨텐츠를 계속해서 보여주기 위함이다. 결국 사람들은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게 되고 그 시간동안 더 많은 광고에 노출된다. 동영상 플랫폼들도 시청하고 있던 영상의 재생이 끝나면 바로 다음영상 혹은 추천영상이 재생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처음에는 유저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기능도 사실은 유저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거나 새로운 컨텐츠를 직접 탐색하는 과정에서 앱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저 클릭 한번으로 계속해서 컨텐츠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페이스북이 의미없는 푸시알림을 계속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도 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데, 나처럼 오랜기간동안 접속하지 않은 휴면 유저들을 푸시알림을 통해 끌어들이고, 접속한 순간 다양한 추천 컨텐츠 및 내가 관심있는 지인들의 정보를 띄우면서 어플 사용시간을 늘려, 나아가서는 접속빈도를 높이게 하기 위한 미끼같은 것이다.
'우리가 상품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상품이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이 말처럼, 우리는 단순히 광고를 보는 주체에 그치지 않고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상품이 되고 있다. 운동복을 검색한 나는 운동복 광고를 보는 유저일 뿐만 아니라 운동복 브랜드 광고주에게 판매될 상품이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소셜 미디어 운영자들이 설계한 대로 우리의 개인정보, 관심사, 인맥, 성격까지 모든 것을 내보이며, 이 정보에 기반해 짜여진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나도 모르는 사이 어플리케이션 종료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더 많은 광고주에게 판매되기 위해서 말이다.
2. 사회적 존재로서의 딜레마: 나는 SNS를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가 광고를 위한 상품이 되는 것 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머무르는 시간, 그리고 팔로워들의 반응이 끼치는 영향력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아닌척해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항상 의식하고 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자신을 팔로우하는 지인들에게 잘 사는 나의 모습, 성공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기 위해 가공된 사진과 글을 올린다. 실제 내 얼굴이 아닌 어플리케이션으로 보정한 얼굴, 누구나 '우와'할 만한 좋은 음식점의 사진, 인기있는 브랜드의 신제품 등..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개념을 넘어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요즘이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내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치 가상현실같은 플랫폼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공간에서 오래 머무르다보면 현실보다 SNS속의 세상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고 정체성이나 가치관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만들어낸 IT업계 거물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실제로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속에서는 좋아요 수를 의식하면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얼굴을 고쳐서 업로드하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댓글에 달린 외모에 대한 농담에 눈물짓는 모습과 함께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청소년 자살률 증가 그래프를 연관지어 보여준다. 또한 추천 영상에 의해 정치적으로 선동당하는 소년의 모습과 '피자 게이트' 사건을 함께 보여주면서 인간만큼 윤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AI와 빅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마치 영화처럼 연출된 장면을 보여주되 실제 데이터나 사례와 연관지어 서술함으로써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기반한 근거있는 문제 제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컴퓨터의 연산능력은 1조배 가량 증가했지만, 인간의 생리와 두뇌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회적인 영향을 받도록 진화했지만 수많은 사람의 비평을 한 번에 듣고 받아들이도록, 5분마다 댓글이나 좋아요 수 등으로 남들에게 평가받는 것을 견디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는 내용이 나온다. 요즘 빈번한 연예인이나 유명 BJ들의 자살도 이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낱낱이 드러내되, 그 모습에 흠이 있다면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다. 또한 누군가에 대한, 어떤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이것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 그것이 마치 보편적인 인식인 것처럼 믿게 된다. 뿐만 아니라 추천기능을 통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보에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나도 모르는사이에 그 정보를 받아들이게 될 확률이 높다. 이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정보만, 원하는 만큼만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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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IT 전문가들이 소셜 미디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IT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 삶을 편리하고 혁신적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보다 훨씬 빠른속도로 성장한 컴퓨터 그리고 AI는 우리를, 우리를 움직이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리 자신을 일컬으며 동물행동학적으로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훈련시키며 다음 행동을 예측하지만 결국 우리도 우리보다 진화한 컴퓨터 앞에서는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기술에 대해서 잘 알고, 실제로 이를 기획하고 운영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부정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폭로함으로써 기술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효리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 이유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보는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자신의 옆에서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고양이의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해서라는 말을 했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했고 뜨끔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서는 SNS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생각없이 무한정 스크롤을 내리다가도 문득 다큐멘터리 내용이 떠올라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 이상의 I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꼭 본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생각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