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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May 21. 2020

뉴필로소퍼 vol.3 -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팬텀싱어와 울지마 톤즈를 통해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vol.3 | 바다출판사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언제 당신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당신이 의도한 대로 보낸 날들이 얼마나 적은지,

언제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언제 당신의 얼굴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언제 당신의 마음에 동요가 없었는지,

그토록 긴 인생에서 당신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당신이 무엇을 잃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훔쳐 갔는지,

쓸데없는 슬픔과 어리석은 즐거움,

탐욕스런 욕망과 유혹적인 사교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겼는지,

당신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말이에요. ..."


...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면서,

언젠가 노쇠해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고,

인생에서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도 개의치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안다면 인생은 길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생활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의 vol 3 주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현대 행복 산업에 대한 책을 쓰면서, 나는 '행복'의 기본 정의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나도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걸리려니 예상하고 당당히 도서관에 찾아갔다.
(철학자들이 이 문제를 이미 2,000년 넘게 고민하고도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는 생각을 그때는 전혀 하지 못했다.) 나흘이 지나고 한차례 실존적인 정신적 붕괴를 겪은 후에야 나는 패배를 인정했다.
행복의 개념은 더 면밀히 검토하려면 할수록 더 공허해 보여서, 급기야는 모든 정의가 사라지고 행복마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책을 끝마칠 때쯤에는 긍정적인 사고는 물론이고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는 생각 자체에 환멸을 느꼈다. 행복보다는 '의미 있는 삶'에 마음이 갔다. 즉 그리스인이 '헤도니아 Hedonia'라고 부른 쾌락보다는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라고 부른 인간적 번영에 가까운 개념이 인생의 목표로 삼기에 훨씬 더 적합해 보였다."

인생의 목표 | 올리버 버크먼 | 가디언기자, 작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 삶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복에 겨울뿐 아니라 즐겁기까지 한 고민이다. 나는 어떤 때에는 사랑이기도 한 것 같고, 어떤 때에는 그저 극복하고 즐길 수 있는 태도나 마음가짐 정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뉴필로소퍼를 통해 위 올리버 버크먼의 글을 읽으며 또 다른 행복 혹은 인생의 목표로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가 뜻하는 '인간적 번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뜬금없게도 얼마 전 봤던 TV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영화 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팬텀싱어3 -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 – 고영열 x 존 노

JTBC 팬텀싱어3 -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 | 고영열 x 존 노


JTBC 팬텀싱어3에서 국악가 고영열과 테너 존 노가 월드뮤직 장르 중 쿠바 노래를 선곡하여 불렀다.

처음 들어보는 쿠바 노래를 우리 음색과 성악 두 가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팬텀싱어를 챙겨 보는 기쁨으로 충분한데, 심지어 이 두 분의 노래는 매 분 매 초가 사람이 이루어낼 수 있는 소리와 예술이 맞는지 경이롭고 놀라웠다.


내 몸을 악기로 사용하여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고 대단해 보였다.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훈련시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팬텀싱어 프로그램은 그 사람들을 모아 각자의 사회를 상호적 관계로 연결시켜 크로스오버 무대를 창조해 보여줬다. 이 무대의 모습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이 어쩌면 '인간적 번영'의 한 가지 모습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울지마 톤즈 –  고(故) 이태석 신부님


그런가 하면 조금 다른 측면으로는 얼마 전 보았던 고(故) 이태석 신부님의 생전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가 떠오른다. 고(故) 이태석 신부님은 내전 중인 남수단에 머무르며 그들의 의사이자 선생님, 친구, 아버지로서 그들과 삶을 함께 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선종하시기 전까지 의사에서 신부로,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옮겨가며 삶을 살았다. 함께 생활하며 사람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짓고 남수단 최초의 악단을 만들었다. 한센인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렸고 그들의 문드러진 발 모양 하나하나를 직접 종이에 그려가며 신발을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적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이태석



영화가 끝나고, 모든 삶으로써 봉사를 실천한 그의 모습을 보고 난 후 처음에는 그저 슬프고 멍했다.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얼만큼 위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벙쪄 놀란 감정이 가장 컸고 인간과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고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과 삶이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가 뜻하는 인간적 번영으로써 이룰 수 있는 삶의 최정점이 있다면 이 신부님의 모습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안다면 인생은 길다'라는 말은 어쩌면 순간순간의 삶의 소중함과 의미를 기억하여 나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되새기는 것, 되새긴 향기를 삶으로써 실천하는 것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만 길게 누릴 수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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