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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Apr 03. 2022

2021년 최고의 날

아니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날

2021년 최고의 날


우즈베키스탄 3일차. 이날은 그냥 일기만 옮겨도 될 듯하다. 원래는 우즈베키스탄의 문화, 예술 등을 다루려 했는데 그건 나중에 모아서 다루기로 하고.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우즈벡. 몇 달 이상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그간 가본 나라 중 이런 생각이 들었던 곳이 있던가.) 오늘은 그걸 넘어 우즈벡과 사랑에 빠졌다.


한인마트와 큰시장 탐방.

...

시장은 인심이 엄-청 후하다. 삐싼거도 다 먹어보라고 줌. 현지어로 안지르라고 블랙미션 무화과. 진하고 눅진한 무화과 맛.

양 20배 농축한 맛의 염장 양 지방도 맛보고 생햄도 맛보고. 야외에서 샤슬릭! 6꼬치 먹었다. 양간/다진소고기/소고기/양고기x2/닭고기. 빵 너무맛있고. 양고기보다 소고기가 맛있었다.

저녁은 호텔. 알프레도 파스타와 머쉬룸 슾. 예배도 드렸고.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는길에 라이브 켰는데 꽤 많이들 들어왔다. 글경제 동기들.


그리고! 오는길에! 호텔 앞 지하보도에서! 노랫소리가!! 처음 듣는데 너무 좋았다. 14초 녹화하고 폰 끄고 그냥 들었다. 내내 움... 진짜 그냥 눈물이 나왔다. 우즈벡에 와서 이런 연주를 듣고. 여기선 예술하기가 더 힘들겠지 라는 생각과... 이 우연의 일치와... 이 사람의 실력과... 두곡 더 듣고 남극사진 가지러 갔다오니 친구들이 더 왔다. 라헤 creep 이랑 time in a bottle, 기타 등등도 듣고. 딱 한시간 들었다. 인스타 아이디도 교환하고. 정말. 너무. 행복했다. 지금까지 인생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그 첫 1분의 감격을 어딘가 보관해두고 싶을 정도고 내 미술작품이 그런 감격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


여기까지가 일기고, 저날 올린 스토리들을 훑어보면


이게 영화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왠지 모르겠는데 눈물콧물 줄줄 흘리면서 들었다. 먼 나라에 와서 밤9시 24분에 지하보도 건너다 버스킹을 만날 확률을 생각해봐서일까? 암튼 너무 행복하다.. 이 노래를 들었던 1분간은 정말 내 짧은 인생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시간이었다. 그 몰려오는 감정..

우즈베키스탄에서 라헤 좋아하는 버스킹연주자를 만나 creep을 듣는건 정말.. 겪어본 사람만 안다..

대학에서 IT전공했지만 음악하는게 꿈이고 정신적으로 힘들땐 여기와서 노래한다는 그.

내가 봤던 모든 음악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합쳐놓은 느낌.


등등이 써있다.왜이렇게 감정이 충만했나 싶은데 아직도 생생한걸 보면 충분히 담아낸 것 같기도 하다.


한달동안 이 친구들을 대상으로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때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우즈베키스탄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My Iron Lung 과 High And Dry.


남은 두달중에 더 대단한 날이 있기를 바랐지만, 역시 저 날이 결국 2021년 최고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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