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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케이 Aug 25. 2024

'이기적'인 대한민국 청년들

나부터 챙기는 마음이 잘못된 걸까?

요즘, 많은 어르신들께서 2-30대 청년들을 두고 말씀하신다.

"참 이기적이다. 어떻게 자기 좋은 것만 하고 살아?"

국가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애를 둘셋씩 낳아 기르며 가정에, 직장에 책임을 다하려 아등바등 산 본인들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데 그 앞에서 애도 못 낳겠다, 결혼도 못하겠다, 자기들 한 몸 건사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각한다.

'글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 것이 '자기 좋은 것', 나 좋은 일로 느껴지지 않으면 더욱이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결혼을 했다가, 아이를 낳았다가

"이럴 거면 나랑 결혼을 왜 했어?"

"이럴 거면 저를 왜 낳으셨어요?"

제대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는 순간이 올까 봐 너무 무섭고 조심스러운 것이다.


우리 중 몇몇은 앞선 세대를 보며 속으로 조용히 그 질문을 던지는 입장에 놓여본 적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사실 객관적으로 얼마나 잘하는지와는 관계없이 배우자나 부모는 누구한테나 '나'를 너무나 많이 희생해야 하는 역할인데,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그 역할을 맡았다가 상대 배우자, 자녀까지 함께 헤매게 하는 삶이란 얼마나 괴로운가. 심지어 준비가 안 돼있던 상태일수록 그 과정에서 본인의 힘든 감정에 취해 배우자와 자녀에게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하(했)는데!"라는 말을 뱉기도 쉬워지는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희생을 자처해 놓고 그 끝에 뭔가 굉장한 보상과 인정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구는 것은.

가장의 무게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본인에게 제일 낭만적인 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굉장히 시니컬하게 들리지만, 나는 사실 그럼에도 가정을 꾸리는 꿈을 꾼다.

다만 내가 감사해 마지않는 부모님의 '희생'을 나 또한 한 명의 부모가 되어 행하게 될 때, 아마도 나보다 현명할 배우자와 분명히 나보다 어리고 여릴 자녀들을 탓할 정도로 무너지지 않게 나 자신부터 경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할 뿐이다. 주변 친구들과 비슷한 주제로 얘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억지로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나는 우리 세대의 이기주의가 과연 실제로 얼마나 이기적인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게 된다.

"엄마/아빠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지~"라는 말은 다들 너무나 쉽게 긍정하면서,

"나는 엄마/아빠로서 행복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 안 낳으려고"라는 말은 왜 부정하는 걸까?

사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어느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불행한 아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일지 모르는데 말이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 연애를 해야 행복하고, 상대에게도 좋은 연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이렇듯 나 자신에 대해 파악하고 '나'를 챙기려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실제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연애에 부합한 상대를 만나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것도 모르는 채로, 혹은 설렘 같은 감정을 이유로 누가 봐도 나와 맞지 않는 상대와 연애를 시작하면 당연하게 계속해서 부딪힐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나 상대를 송두리째 뽑아 흔드려는 행위 자체를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실은 나도, 상대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비교적 수월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굳이 서로를 푹푹 찌르면서 '아, 이렇게 아픈데도 버티는 것을 보니 내가 얘를 어지간히도 사랑하나 봐, 얘는 나처럼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 다시는 못 만날 거야' 같은 이상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믈론 예외적인 경우는 늘 존재하지만,

이타심으로 포장된 이기심과 이기심으로 오해받는 이타심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에 마음속으로 새로운 규칙을 세웠다.

'돌려주지 않아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만 좋아하자. 알아주지 않아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만 희생하자.'

쉽게 들리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거의 매일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과 감정을 고르게 들여다보아야 잘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다들 어떤 이유로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진정 남을 위하고 싶다면 남에게 퍼 줄 본인의 그릇부터 넓히고 닦아 건강하고 따뜻하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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