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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Mar 06. 2023

45세 최고령이 스타트업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은 이유

최고령으로 스타트업에 취업한 지 10개월째다. 이제 더 이상 신입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어색하다. 많은 사람들의 의심 속에서 취업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의심이 가장 컸다. 여전히 의심은 하고 있지만 조금은 회복된 자존감과 약간은 높아진 자신감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일을 시작한 처음부터 현재까지 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그 좋은 평가는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오늘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자랑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방식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왔는지에만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지나간 일들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은

카드 뉴스 이미지와 문구를 만들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일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부담스러운 일을 맡게 되었다. 대외 홍보용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교육 프로그램과 그 상세 콘텐츠까지 기획한다. 게임에서 미션을 클리어하듯 주어지는 일을 수행하고 그다음 단계로 하나씩 나아가고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며 경험치가 늘어갈 때마다 뿌듯했고, 이번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이버와 고민하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기에 나의 유일한 사수는 네이버였고, 명확한 답이 없는 일이기에 힘들었지만 또 명확한 답이 없기에 내가 유일한 답을 낼 수 있어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게 처음이기에 누구보다 많이 질문해야 했다. 질문하며 방향을 찾고 방법을 찾아내야 했었다. 질문하는 게 두려웠고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고, 질문이 맞는 건지도 몰랐지만 그냥 모르는 걸 물었다. 어쩌면 45세 아줌마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이었고 무지의 상태였기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가 없었던 절박함이었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내가 업무성과가 좋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으니 이게 맞는 건가 날 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기에....


하지만 그 의심은 1월의 어느 날 회사 워크숍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사라졌다. 그날 오신 강사분은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란 처음부터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유레카! 바로 나다!'

난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인정하며 시작했다. 모르니 배워야 했고 많이 질문하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업무가 주어지면 고민을 한다. 어떤 업무 든 간에 가장 먼저 목적과 의도를 생각한다. 모르면 질문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라전달받았다. 그 어떤 다른 말도 없었다. 그냥 계정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계정 생성의 의미는 아니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를 나타낼 수 있는 계정을 구상하기를 원하는 것이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 계정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고, 그 목적에 따라 피드 구성이나 이미지의 방향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난 이 계정의 목적을 질문했고, 명확한 답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목적을 알고 나니 다양한 피드 구성과 예시를 담은 기획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별거 아닌 질문들이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성과를 다르게 낼 수 있다.


가끔씩은 질문하기 껄끄러운 내용도 있다. "이건 수익이 안 되는 일인 것 같은데 왜 하나요?" 하지만 막상 질문을 하고 나니 이건 껄끄러운 질문이 아니었고 질문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는 내용으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었다. 업무의 당위성이 생기니 자신감 있게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몰랐다면 일을 하면서도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목적과 의도를 생각하다 보면 의도(?)치않게 거시적인 면에서 업무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a라는 직원이 출판된 도서 홍보 기획을 맡아서 진행했다. 에디터가 홍보용 상세 페이지의 내용을 담당했고 a는 그 초안을 대표에게 전달했다. 대표는 a에게 수정을 요청했고, a는 하루 종일 수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표는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나에게 토스되었다.

글 자체로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난 a에게 물었다.

"무엇을 수정하라고 하신 걸까요?"

a직원은 억울한 듯 잘 모르겠다며 한자체나 문체를 가볍게 하고 문단을 재배열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a와 내가 하는 초안에 대한 평가는 비슷한 것 같았다.


어쨌든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그 글이 어느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것인지 확인했다. 그곳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갖고 있는 방향성이나 목적성뚜렷한 곳었다.  특히 창작자를 우대하는 곳으로 상품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창작자의 의도가 중요한 곳이었다. 대표님도 물론 창작자의 의도를 중요시 여길 거라 판단했다. 문제는 대표가 싫어했던 초안 역시 창작자의 의도가 매우 진하게 드러나있는 글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겼다.  '창작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 초안에서의 창작자는 작가들이었다. 사실 책 자체로 본다면 창작자는 작가가 맞다. 하지만 이 책의 출판과정을 들여다본다면, 이 책을 기획했고 작가를 모집해 진행한 곳은 회사이기 때문에 대표는 당연히 이 책의 창작자는 회사라고 생각할 거라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은 대표가 진행하고 있으며 그녀의 허락 없이는 단 한 줄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모든 건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맞다.


한 시간 만에 글을 썼고 눈물까지 흘리는 감동의 이모티콘을 받으며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아냈다. a직원은 글을 보고 역시 블로거는 다르다면서 글이 가볍고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무엇이 중요한 부분이었는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요즘 나의 새로운 고민

이렇게 나는 끊임없이 업무의 목적과 의도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며 일을 했다. 솔직히 이게 회사를 위한 방법인가를 묻는다면 그건 아닐 수도 있다고 답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방법이 옳은 것인가를 묻는 다면 그 역시 답하기 힘들다. 누군가 나에게 소위 일잘러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난 아주 작은 조직에서 방향을 맞춰가는 것을 간신히 하고 있을 뿐이다. 이건 그냥 내가 일하는 방법이며 이렇게 일을 하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 이유는 이런 방법으로 일을 해 나간다면 적어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후에 세부적인 부분들은 적절히 조율해 나가면 된다.


일을 하면 할수록 질문은 더 많아진다. 또 하나의 질문이

추가되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가?


이 질문은 누구에게 해야 할까?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대표님과 미팅도 같이 참여하는 핵심인력이라고 셀프 칭찬한다.  명함도 안 만들었는데 없어서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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