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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Apr 02. 2024

복수

베토밴 황제의 2악장같은 바람이 분다

그야말로 로맨틱해서 쓰러질것만 같은거라고 할까.

이런날은 누구라도 함께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전화통을 돌려봐도 다들 약속이 있네

지들끼리 어디어디 가기로 했다는 날

아무래도 상관없다

집에서 뽑아가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작업실 가는길에 삶은계란과 김밥만 사면된다

커피와 김밥의 궁합이란 말할것도 없이 찰떡궁합이다

날씨가 좋으니까 혼자라도 혼자같지 않다고 마음먹고

작업실 대문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대문을 칭칭 감고 있는 담쟁이가 머리카락을 잡아 당긴다.

아시

담쟁이 너 죽었다

딱 걸렸어

톱을 찾아가지고 담쟁이 줄기의 시작점을 찾아 죄다 슥슥 쓸어버렸다

그래도 약올라서 대문에서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담쟁이를 뜯는데

담쟁이도 승질이 났는지 떨어지면서 내 짜대기를 때리고 눈에 껍질을 넣어

한참동안 눈이 따가워서 뜰수없게 만드는 것이다

어쭈

너 오늘 끝장이다

대충하려다가

목장갑을 끼고 나와 본격적으로 뜯고뜯어 내니

담쟁이 양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이다

마당을 둘러보니 1/3 정도 뜯어 낸듯하다.

오늘은 이정도면 분은 풀렸으니 요번주내로 복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날도 좋은데 혼자 김밥쳐먹는 복수의 칼날이다.

가만안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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