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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Mar 20. 2024

"연금술사"와 "행복한 청소부"

내가 놓친 것은


산티아고는 열여섯 살까지 신학교를 다녔으나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 양치기가 된다. 안달루시아 평야를 돌아다닌 이 년동안 그의 삶에는 빛과 의미가 넘쳤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가서 보물을 찾는 똑같은 꿈을 두 번이나 꾼 산티아고는 꿈 해몽을 위해 집시 노파를 찾아간다. 신이 영혼의 언어로 말했다면 오직 그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실망한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은 양 십 분의 일을 주면 보물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그의 마음을 따라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산티아고는 모든 양을 팔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탕헤르에서 사기를 당해 모든 돈을 잃고 그는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세상을 피해자의 눈으로 보지 않고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 보기로 마음을 잡는다.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는 산티아고는 일 년 만에 많은 돈을 모은다. 자신의 표지를 찾아 떠나라는 왕의 말을 떠올리며 드디어 이집트로 떠날 준비를 한다. 철학자의 돌 비밀을 찾는 영국인을 만나고 그가 찾고 싶어 하는 연금술사도 만나게 된다. 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을 양들에게서 배웠듯이 그는 이집트로 가는 사막에서 연금술사를 통해 우주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 삶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그에게는 모든 일이 표지이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 사막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는 드디어 꿈을 해석하게 된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다.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 이해는 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걸 알고 포기한 사람, 연금술이라는 말도 모르는 채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한 사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고 한다. 종교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무엇을 얻게 될까. 또는 무엇을 알게 될까 그 길이 궁금하다. 그러나 꼭 그 길을 걸어야 아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이곳이 산티아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그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나 현재이다. 무엇을 못 찾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처럼 메카의 순례길을 다녀오면 더 이상 목표가 없어진다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있다.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의 그는 청소하는 일을 너무나 좋아하고 행복했으나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닦는 표지판의 의미를 모른 채 청소만 열심히 한 것이다. 표지판에 쓰여있는 작가, 음악가를 알아본다. 그리고 세계의 언어를 알게 된다. 산티아고가 양치기를 할 때 행복했으나 피라미드가 보고 싶어 떠나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청소부는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단지 지식적인 부분이 아닌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는 연금술이 무엇인지 모른 채 철학자의 돌을 발견한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살았나 생각해 보았다. 요즘 나는 농사를 짓고 싶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시작점, 내가 좋아하는 식물의 본질, 씨앗의 색깔을 알고 싶다. 느린 호흡으로 마치 순례자길을 걷듯 천천히 씨앗에서 열매가 맺는 과정을 살펴보며 하나하나 느끼고 싶다. 식물을 보살피는 일은 현재와 미래를 아름답게 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보잘것 없거나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것은 없다. 너무나 바쁜 현재를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 쓸모로 사물을 평가하는 지금 나는 작은 것에서 소중함을 알아가는 순례길을 걷고 싶다.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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