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진을 좋아하는가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 때문에, 내 말이 곧 나의 마음을 반영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대화로 나를 표현하고, 상대방을 들여다본다.
소통에서 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리있는 말하기로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전달하기를 좋아한다. 정돈된 말하기를 하고 난 후 상대방의 이해한 표정을 보거나, 완전히 통함이 느껴지는 피드백을 받으면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말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구구절절 읊는 나의 말에 질릴 때가 있다.
말에 쏟을 힘도 없이 지치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럴 때면 그저 상대가 내 마음을 그대로 알아봐주었으면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말이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사진 수업에서 매주 과제를 받는다.
선생님이 주제를 주시면, 그 주제에 대하여 한참 생각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생각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위해 애를 쓴다.
한 장의 사진, 그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나의 말들.
내가 전하고픈 주어, 서술어, 목적어, 혹은 명사, 동사, 형용사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
물감을 쏟고 붓을 나리듯 사진으로 그린다.
음성언어가 자음과 모음이 아닌,
점과 선, 빛과 그림자, 색감과 구도의 이미지로 변환된다.
그 과정이 마치 처음 “엄마” 말을 시작하는것처럼 벅차고 생경하게 느껴진다.
과제로 가져간 사진을 다른 사람들이 말 없이 볼 때,
나는 사람들의 “음-“ 하고 뱉는 소리를 듣는 내지는, 가늘게 뜨는 눈을 보며
내가 사진으로 건넨 말이 그들에게 전달되었는가를 확인한다.
사람들의 감상평에서 내가 의도하는 바가 전달되었음을 확인하면
고심하며 풀었던 문제의 답안을 맞췄을 때 처럼 통쾌하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내 말의 전달력으로 인한 상호이해도가 중요한 나로써는
길고 지리한 말 대신, 단 한장의 이미지로 소통하게 해주는 사진이 좋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