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SLEEP NO MORE>를 읽고
최근에 공연 본 것이 벌써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하다. 그나마 영화라도 보러 가게 될 수 있는 지금의 여건을 만족해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육아. TV 채널 선택권은 와이프에게 영화는 아들과 다 같이 갈 수 있는 영화 (그나마 요즘 마블 시리즈 볼 수 있게 돼서 다행-)가 우선순위이다. 그러다 보니 더없이 소중한 넷플릭스.(급 넷플릭스 찬양)
공연이라. 한 때는 제법 많은 뮤지컬을 봤다. 연극부터 봤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겠다. 대학생 신입생 때 대학로에 종종 놀러 가며 장진 사단 연극(허탕과 같은 작품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직장인이 되고 약간의 풍요로움이 있게 되니 뮤지컬 이란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부터 재밌다고 소문났던 중형 뮤지컬 김종욱 찾기, 렌트 , 웨딩싱어 등 재밌게 봤다.
다시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한 <맨 오브 라만차>, <영웅>이 보고 싶어 진다.
뉴욕 여행 이야기를 해보자면, 2번을 방문했었다. 처음은 2010년에 여름휴가로 방문하고, 2016년 출장 기회로 에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된다. 2010년에 갔을 때 짧은 일정임에도 위키드와 라이언킹을 봤다. 다시 갔을 때 마땅히 보고 싶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북저널리즘 <지금껏 이런 공연은 없었다, 슬립 노 모어>를 읽다 알게 된 이 공연 - SLEEP NO MORE.
2011년에 처음으로 뉴욕에 진출(첼시 지역)하고 그 이듬해 1월까지만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전석 매진 열렬한 지지로 무기한 연장되어 현재까지 공연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갔을 때 알았더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아쉽다.
무슨 공연이길래 그러냐 하면.
무대와 객석을 분리를 기반으로 했던 공연에서
관객을 무대 안으로 걸어 들어오게 만들었다.
펀치드렁크라는 영국 공연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극단이 있다.
[ '펀치드렁크'는 권투선수가 얼굴과 머리를 반복해 맞아서 생기는 뇌 손상이나 정신착란, 발작 등을 의미한다고 함]
이 극단이 만들어 내서 세계적으로 뻗어 나고 있는 공연이 있다. 그것이 < SLEEP NO MORE> 뉴욕에 이어 상하이까지 진출하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공연은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이라는 관객이 직접 이동하며 내러티브에 참여하는 새로운 관점의 공연을 탄생시켰다.
글로 체험한 이 공연의 특이한 점을 이야기해보면,
뉴욕 첼시 지역의 맥키드릭 호텔 전체를 무대로 삼는다. 그리고 호텔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정해진 순서와 방식이 없다. 어떤 배우를 따라다닐지 어느 장소를 갈지는 관객의 몫이다. 가면을 쓴 채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움직인다. 가까이 배우를 볼 수도 있고 소품을 만지며 연극을 몸소 체험이자 염탐한다. 그리하여 오롯이 "관객"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나만의 줄거리를 완성한다.
관객이란 의미를 "파괴"해버린 공연. 객석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보는 대신 체험한 것으로 스토리가 되어 가져가는 공연이라니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다 : 수동적인 관객을 능동적 존재로 변신
정해진 스토리가 없다 : 100명이 보면, 100명의 스토리가 존재
대사가 없다 : 뇌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게 하기 위해 몸짓과 음악의 언어로만 진행
자유도 높은 RPG 게임이 생각난다. 더 먼 추억팔이를 하면 게임북 [ 선택에 따라 몇 페이지로 가세요- 하면서 읽는 만화책, 예) 지옥섬 대탈출 ]이 생각나기도 한다. 유저 또는 책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들. 이런 시도 연극이란 장르에서 될 줄이야.
이 공연을 보고 나면 관객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관객이 단순 보는 사람을 넘어 체험하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를 책 <슬립 노 모어>
에디터가 남긴 대목 인상적이다. 공감된다.
그간의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이 아닌 체험하는 관객이 되어보고 싶다.
그래서 기필코, Again NY!
(물론 간 김에, 다른 구경도 하는 거지만..ㅎㅎ)
책이나 기사를 보게 되면 펀치드렁크는 런던 시내 한복판을 무대로 만드는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카베이로이(Kabeiroi)라는 연극인데, 약 6시간을 런던 시내 주요 스팟을 돌아다니며 참여했다고 한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432쌍 한정적으로 판매되어 참여하였다고 한다.
펀치드렁크, 이들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