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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마 Oct 21. 2018

'취미'로 글을 쓴다는 것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셀프 중간점검

사실 취미로 글을 쓴다는 말을 함부로 뱉을 수 없다. 취미라는 것은 자고로 즐겁고 재밌어야 할 텐데 아직 초보인 나에게는 즐겁다기 보단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왜 글을 이렇게 오늘도 쓰고 있는가? 그 시작부터 큰 꿈을 품고 한 일은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이 경험한 것에 대한 흔적 남기기 일환 정도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이 말이 딱 내 글쓰기에 어울릴법한 문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는 기억력을 붙잡고자. 특히 책은 읽었는데, 유익한 세미나/컨퍼런스를 다녀왔는데 내용보다는 좋았다는 감정만 남는 허무함 때문이라도. 더 이상 휘발성 메모리를 탓하기보다 기록해보자는 의지가 컸다고 본다. 이러면 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있을 때 김민식 PD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나의 글쓰기에 대한 것을 셀프 점검해보고 힌트를 얻게 되었다. 



[점검 01] 글쓰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처음 쓸 때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해요. 오로지 마음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려야 글쓰기가 즐겁습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한 글을 쓰고, 그 글은 비공개로 남겨둡니다. 비공개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칩니다. P172
처음부터 주제를 의식하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글머리가 너무 무거워지거든요. 글의 탄력이 줄고 윤기가 사라져요.  처음엔 그냥 수다 떨듯이 재미난 이야기에 치중합니다. 그래야 재미있어요. P192


글쓰기가 힘든 이유의 첫 번째는 있는 힘껏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명언제조기도 아닌데 한 문장 한 문장에 모든 힘을 주려고 했나 보다. 또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하며 눈치를 봤던 것이다. 더불어 글쓰기 주제를 내공은 없으면서 있어 보이는 주제를 잡다 보니 글이 한문단을 쓰고 힘들어하던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 미리미리 모아둔 '글감'부족이다.

블로그 글쓰기가 쉬워지는 세 가지 요령이 있어요.  이들 하나하나를 모아 보세요. 어떤 일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하나, 그 일에 대한 검색이나 독서로 알아낸 정보가 하나, 그 일이 내게 던져준 주제가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에피소드, 하나의 정보, 하나의 메시지 이렇게 세 가지 요소만 모이면 글이 만들어집니다.
여러 편의 예비용 글이 있어야 매일 아침 마감이 괴롭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즐거워야 오래가거든요.


매주 일요일 11시 59분이라는 나름 정해진 마감은 있지만, 마감을 즐기기 위한 예비용 글이 부재하다. 작가의 서랍에 발행 전 글들 아예 없진 않다. 다만, 몇 번 퇴고하면 발행할 수준으로 정리되어있다기 보단 언젠가는 써야지하는 주제의 제목만 뽑은 정도이다. 하나하나에 대한 주제를 미리미리 탄탄하게 해두지 못하고 벼락치기를 하다 보니 그것에서 오는 힘듬일 것이다.


그리고 사전에 글감을 에피소드-정보-메시지 이렇게 구조화해서 모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글에 담긴 나의 의견에 신뢰성을 더해주거나 조금 더 매끄럽게 해 줄 관련 기사/칼럼 정도만을 염두에 두었을 뿐이다.


더불어 김민식 PD가 책에서 추천한 "강원국 님의 세바시 영상"을 보면서도 욕심 버리기, 마감-집중, 자기 최면과 같은 글쓰기의 힘듬을 극복할 수 있는 팁이 있다.

글쓰기가 무서운분들을 위해 추천한다는 영상



[점검 02] 글쓰기 목적 찾기 


블로그 글 쓰기의 시작. 그 시작은 티스토리 계정에 새해 각오를 다지며 글 몇 개를 포스팅하다가 잠잠해지는 패턴을 몇 번 반복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올해 3월부터 브런치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제법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꾸준함이라도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면 글 쓰는 것에 대한 목적은?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 나에 대한 경험의 기록을 하기 위함이다.   


머릿속 생각을 글로 옮기면 정리가 되고 앎이 단단해지거든요.

그래도 책의 이런 문구를 보면. 아예 틀린 방향은 아닌 듯하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 나만의 되새김질 방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쓰기란 툴이었으니까.


김민식 PD는 '글쓰기만큼 남는 장사도 없다'라고 한다. 7년간 블로그에 매일 같이 글을 쓰면서 실질적인 수익(블로그 광고 수익 ~ 책 출간에 따른 인세)도 있겠지만. 돈이 안 드는 이 일을 하면서 보다 능동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무언가를 잘하고 싶을 때,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파고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온 것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한다. 


블로그로 노는 사람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내 브런치는 '나눔'에 대한 부재가 있을 것이다. 내가 쓴 글의 높지 않은 '공유' 숫자가 그것을 대변한다. 보다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남에게도 '나누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채워 넣을 필요가 있겠다. 


나의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에 도움을 주는 목적대로 다행스럽게도 글쓰기의 꾸준함은 붙었다. 그러니 이제 글 쓰는 목적도 욕심을 내보자.



[점검 03] 착각에 빠지지 말기 


첫 번째, 완벽이란 없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글을 아끼면 오히려 품질은 더 떨어집니다.


저자는 매일 아침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면서도 "이게 과연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일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끈질기게 매일 올리는 것이 낫다고 한다. 오늘 촬영을 마치지 못하면 내일 방송 펑크라는 심정과 마찬가지로. 


7년간을 매일 쓴 고수가 저리 이야기하는데, 올해 걷기 시작한 초보자가 '품질' 타령하며 미루긴 글렀다. 일단 꾸준하게 글을 쓰자. 그래서 민망했던 첫 글과 점차 나아진 내 글을 훗날 비교해보자. 


두 번째, 진짜 나를 담자.


삶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삶을 전시하는 게 목적이 될 수도 있어요.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되는 거죠. 

블로그를 하다 보면 사람들 반응에 취해 블로그에 심취할 수 있다고 한다. 페북, 인스타와 같은 SNS에서도 나타난다. 그 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어떤가? 보여주기 위해 형식상인 삶을 살지는 말자. 부족하더라고 살며 경험한 그대로의 나란 사람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자.



7년 고수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언젠가는 취미로 글 쓴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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