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JOHN의 맛있는 브랜딩 기획_Step 04.
Step 04. 생각을 교류하는 시간, 갖고 있던 모든 생각을 던져보자!
오너들은 대부분 혼자 생각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기억, 감각 속에 브랜드가 스며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브랜드를 누군가에게 공감시켜 주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실... 베테랑이 아니고선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 난 브랜드 메인 컨셉이 기획되면 가장 먼저 객관화 작업을 시작한다.
객관화 작업이란,
오너의 기억, 감각 속에 스며있는 브랜드를 꺼내놓는 작업을 말한다. 2012년부터 많은 오너들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나만의 툴을 통해 객관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제삼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시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해 온 오너일수록 자기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잘못된 애착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는 오너한테만 사랑받는, 오너한테만 매력적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들 브랜드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기획 초기엔 애착을 잠시 버리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서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전부 꺼내 놓아야 한다.
난 이때 우리가 만나 작업하는 시간을 브랜드 바구니에 생각 던지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생각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풍부해진다. 생각해 둔 브랜드와 기획된 컨셉을 주제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대화를 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 들은 전부 꺼내 브랜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쏟아 내어야 더 담을 수 있다. 이미 담긴 생각 내에서 고민을 하다 보면 뻔한 생각들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담아 놓은 생각들을 들여다보면 나름 규칙성이 보이는데, 이를 컨셉에 맞게 정리하면 브랜드 기본 골격이 완성된다. 난 규칙을 빨리 발견해 내는 편이다. 이런 능력이 브랜드 기획에서 매우 탁월하게 사용된다.
이렇게 메인 컨셉이 기획되고, 교류된 생각을 정리해 브랜드 기본 골격을 완성하면 정말... 많은 부분이 완성된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어느 날 오너와 만나 저녁식사를 시작해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사실 난 일하는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기보단 편한 자리에서 술자리라도 하며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브랜드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생전 처음 보는 오너와 일을 시작하는 것이고, 또 시작한 일은 굉장히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만들어야 하는 브랜드는 오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오너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면, 오너에게 스며있는 생각을 빠짐없이 끄집어내려면, 예리한 컨셉을 만들고 단단한 브랜드 골격을 만들려면! 관계를 초월하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은데 저녁식사자리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두 번 정도 깊은 술자리가 있었다.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그 덕분에 좋은 우정이 쌓여 지금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어도 술 마시러 간다. PATINA로.
그렇게 우리는 다섯번째 Step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