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핵심만 추렸다.
회사에서 쓰는 말이라는 게 사실 뭔가 유려하다기 보단, 일상적인 것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 화려한 직장의 호흡을 섞어 쓸 순 있지만, 기본적인 회화패턴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웃자고 정리해 본 직장회화 시리즈입니다. 혹시 오늘 활용해 본 것이 있다면 집에 가서 반복해주시고, 옳은 발음으로 정확히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원어민(직장인)과의 대화를 게을리 하지 마세요.
자, 먼저 평서문 패턴 배워 볼까요.
마치 몰랐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냥 미뤄놓고 있던 것을 지금부터 할 거라는 의미. (아+맞다는 붙여써야 함)
의문문처럼 보이지만, 뭘 물어보거나 진짜인지 궁금한 건 아니고 그냥 추임새같은 용도.
그냥 마침표같은 것. 진짜 감사한 경우는 거의 없으니, 오해하지 말자. [네, 가세요.] 라고 할 수 없으니 서로 계속 주고받는 말. 문장 뒤에 마침표를 꼭 찍어 [나의 말이 끝났음]을 표현해주자.
[솔직히] 다음엔 [나는] 이란 주어로 시작한다. 보통, 들으면 상대가 기분 나쁠 문장이 오기 때문에 [솔직히:이] 라고 뒷부분을 늘여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냥 보냈다는 걸 표현하는거지 진짜 확인을 부탁하는 건 아님.
회사에서 재미있는 뭔갈 들었을 때. 특히 이건 업무관련해서 쓰이는 구문이라기보단, 동료들과 수다를 쓸 때 자주 활용되는 구문인데 무미건조한 저음으로 발음하는 동시에 입을 막는 제스쳐가 중요하다. 특히 탕비실에서 누가 손잡고 있는 걸 봤다던가, 불륜, 뒷담화, 믿기 힘든 소문들, 우리 회사자리가 원래 공동묘지였대 이런 가십거리에 대한 반응으로 적절하다.
사실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공신력을 더하기 위해 1인칭 복수로 씀. 특히 뭔가 반박할 때 많이씀. 다만, 복수형의 당위성이 있어야 하므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거나, 팀장급이 써야 좀 더 자연스럽다.
예문) 아니 근데 저희가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진짜 거의 다 된거면, 앞에 [잠깐만요!]를 붙이고 이제 생각정리 끝났고 문서로 만들 요량이면 [아, 거의 다 되어가요] (-ing 형태로 늘려줌)
재작업 요청. 상대방의 손에 뭐가 들려있는지 확인하고 꺼내야 할 말. 앞에 [쓰읍]을 붙이면 효과가 2배가 되는데, 쳐맞을 확률도 2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말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해선 안되고, 그가 가져온 결과물을 바라보며 말해야 한다.
1. 그냥 하는 말. 사실 좋은지 안좋은지 별 상관없을 때가 많음. 사실 안좋을 가능성도 있음. 안좋음51, 좋음 49인데 긴가민가해서 일단 반응하는 멘트.
2. 또는 회의나 의사결정, 답정넌의 피드백 등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의사표현
완전 좋아서 약간 흥분 상태. 의견을 붙일 정도가 되야 개쩌는거임
괜찮아요 앞에 아... 가 길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져버린 건 아니다]
괜찮아요 앞에 [아...]가 없으면 [안 괜찮지만 사회적 페르소나 출동]
진짜 괜찮으면 = 그거 안해도 되는데?
= 밥먹고, 커피먹고, 좀 쉬고, 내 일도 하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업무 시작의 신호탄이자, 그래도 누군가 정리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할 수 있는 접두어.
주로 INTJ들이 무언가를 세 줄 요약하거나,
ENTP들이 긴 말 듣기 싫어 말 자르고 자기 할 말 할 때
S성향들이 너무 멀리간 아이디어에 절레절레 하다가 당장 지금부터 해야 할 것들을 늘어놓을 때 붙는 말
사실 재미보단 도파민에 가까움. 앞서 [대박] 리액션이 나올 만한 대화의 신호탄
들어본 적 없어도 그냥 그렇다고 말함
이걸로 끝내서는 부족하다. 보통 위 구문에 [+변명 +그러나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양해해주셔서 감사로 마무리]
다음은 혼잣말이에요. 회사에선 혼잣말할 때가 은근 많습니다.
뭐가 없어졌을 때. 숫자가 틀릴 때. 보통 심장이 내려앉을 때 많이 나오는 구문. 동료와 함께 있을 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함.
간식 먹으러 갈 때 중얼거리는 말. 내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거는 주문과 비슷
가장 중요한 오전 일과. 10시부터 되뇌어주는 말. 점심 다와가서 생각하면 늦음. (사실 출근과 동시에 생각하는 게 FM)
앞에서는 뭐라할 수 없으니 뒤에서 소심하게 내뱉는 불만. 근데 해냄
의도하지 않았지만 반자동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구문. 나지막히 내뱉어야 함.
하기 싫은 마음을 누르고, 파일을 켠 후 가장 먼저 하는 말
제가 가만히 보니까 직장에서는 의문문 형태를 정말 많이 씁니다. 궁금한 게 많아서가 아닙니다. 많은 감정들을 직접 표현하긴 좀 그렇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돌려 말할 때 사용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직장회화 접미어. 사실 나도 정확히 모르고, 정확히 알아도 장담하긴 싫음
예문) 그거 누르면 될걸요?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목격자 화법. 정보의 일부만 줌으로써 최소한의 인류애와 관심을 표현하면서도 [장담의 위험성]은 피해갈 수 있음
예문) 그거 누가 올려놓고 가던데?
그냥 무조건 외워가야 할 필수 구문 중 하나. 직장에서의 커피는 단순한 물약의 의미를 넘어 [대화 좀 하자]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코코넛젤리 들어있는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걸로.(오물오물)
재촉같아 보이지만, 사실 재촉이 아니어도 그냥 물어봐야 하는 것 중 하나.
주로 상사에게 갔다가 동료에게 사용하는 구문. 강한 불만의 표현인데 [이건 싫어]와 동의어로 쓰임. [아니 근데] 를 붙여 이게 맞아? 콤보로 사용할 수 있음
공유과 위로의 시작. 하지만 동료가 왠지 신나보일 수 있음 [뭐래?] 이 후 나오는 말에는 [대박]으로 대답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연계구절로 외워두세요.
수다를 시작해보자.
회사에서 새롭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시작함. 싫어도 어차피 해야 함. 보통 회사에선 하기 싫거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 의문문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음
대놓고 [망했는데, 조졌는데, 배랬는데, 분리수거 해야겠는데, 폐지함으로 가야겠는데, 그냥 del키 눌러야 할 것 같은데?] 라고 말할 수 없으니 돌려말하는 순화적 표현
신기함. 보통 잔잔한 스킬에 감탄할 때 쓰임
끝나고 날 좀 도와달라.
기본적인 일상회화 중 하나인데, 대부분 동료도 잘 모름 (상대가 이 구문을 썼을 때는 위에서 언급했던 [~걸요?] 어미를 사용해주면 됨)
시작의 호흡.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항상 앞에 붙여야 하는 호흡으로, 하아...+ [보자...] 콤보로 자주 쓰임
하소연의 호흡. 뒤에 [아니다.] 등을 쓰는 경우가 많음
뭔지 모르겠지만 건들면 안됨. 망한거임.
여러분,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